<월간 플라스틱산업기계 6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화학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바이오화학’
현재 인류는 화석연료의 고갈과 기후온난화라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반영되어 국제 환경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으며, 모든 나라들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원료를 대부분 원유에 의존하는 화학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즉 화석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원료의 발굴과 그를 활용한 환경친화적 화학공정의 개발이 화학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화학산업> 바이오화학산업(사진.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산업의 현황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화학산업은 식물이나 미생물 등의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여 친환경 에너지 및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 바이오매스는 재생 가능할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이기 때문에 화학산업이 직면한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 바이오화학의 화학산업 내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2025년까지 22%대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등 신성장동력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분야이다. 이러한 바이오화학산업의 연구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이미 선진국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미국의 경우 화학원료의 20%(2020) 및 50%(2050)를 바이오매스에서 생산하려는 목표를 설정하고, 미국 에너지국과 농무부 등을 중심으로 석유대체 에너지 및 화학제품생산 연구 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생물산업협회를 통해 유럽 전체 바이오화학산업의 육성방안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2002년부터 ‘바이오매스 종합전략’을 추진하는 등 경제산업성이 중심이 되어 바이오프로세스 실용화사업과 바이오플라스틱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화학산업, 체계적 육성이 필요
바이오화학산업의 핵심기술 개발에는 초기투자 부담, 장시간의 기술개발기간, 결과의 불확실성 등이 존재해 개별기업이 기술개발을 수행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 따라서 바이오화학산업이 국가 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전략 수립과 정책적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바이오화학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법·제도적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미국의 경우 2000년 바이오매스R&D육성법을 통해 다양한 바이오화학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법체계가 미비해 정부부처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고,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바이오화학산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법·제도적 체계 수립과 국가차원에서 지속적인 전략수립을 담당할 전담조직의 강화가 필요하다.
정부, 국내 바이오화학산업 집중 육성
국내에서는 일부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발효기술을 활용한 라이신, 핵산 등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라이신의 경우 세계시장의 약 30%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발효부문을 제외한 바이오화학산업기술 및 인프라의 국제경쟁력은 취약한 실정이다.
이러한 정부가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바이오화학 산업을 육성하기로 해 화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화학 산업 육성을 위해 2018년까지 842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바이오화학 산업화 촉진기술 개발 지원계획을 밝혔다.
바이오화학은 향후 자동차, 전기전자,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이오화학 제품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확실한 시장 수요와 대규모 시설투자 부담 등으로 기술개발과 생산설비가 미흡한 단계에 머물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바이오화학 산업기반을 구축하고 조기에 사업화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오화학 원료인 바이오슈가(Sugar) 대량생산기술과 자동차용 바이오폴리우레탄 개발, 전기전자용 바이오아크릴 수지 개발, 바이오 섬유소재 개발, 바이오플라스틱 원스탑 공정기술 개발, 플랫폼화합물 생산용 바이오콤비나트기술 개발 등 6대 전략과제를 선정했다.
정만기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친환경 바이오화학제품 생산기술은 새로운 환경 무역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석유화학제품을 대체 보완하는 핵심적인 기술”이라며 “세계 수준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개발 투자는 물론 바이오화학 기술인력 양성과 인프라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바이오화학 제품시장은 2020년까지 세계 화학 산업의 9%, 약 3,00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기준 바이오화학 제품 국내 총생산액은 5054억 원, 수출은 972억 원이며, 최근 5년간 생산은 연 16.3%, 수출은 연 18.1%씩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