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중국의 신공정 상업화로 석탄화학 부활 中 석탄산업, 화학제품 제조 방향으로 노선 변경하나? 정대상 기자입력2013-04-11 09:46:02


중국의 석탄화학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은 2000년대 후반 유가가 50달러를 상회해 기존 석탄기반 화학제품들의 경제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석탄에서 PVC(염화비닐수지)를 생산하는 설비의 경우 2004년 생산능력 376만 톤에서 2011년에는 1,632만 톤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PVC는 수입의존 구조에서 자급체제가 되었으나 환경설비를 충분히 갖추지 않은 소규모 설비의 난립으로 과잉설비와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국제 석탄가격까지 상승하자 경제성마저 악화되었다. 이런 상황은 중국의 기존 석탄화학인 요소비료와 메탄올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됐고, 2009년 중국정부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고 향후 투자를 제한하는 본격적인 규제를 시작했다. 결국 과거 기술에 의존한 석탄화학은 한정된 규모와 부분적인 성장에만 머문 것이다.

 
석탄화학산업은 크게 전통 석탄화학과 현대 석탄화학으로 나눌 수 있다. 전통 석탄화학은 생산제품이 모두 화학제품이었지만 현대 석탄화학은 화학제품과 에너지(천연가스, 석유제품)를 만드는 공정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탄화학을 생산하는 최종 제품에 따라 ‘Coal to Chemical’과 ‘Coal to Energy’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전통 석탄화학은 석탄을 건류 시켜서 카바이드를 거쳐 생산하는 PVC와 가스화 시켜서 요소(비료)와 메탄올을 만드는 공정이 대표적이다. 전통 석탄화학 공정은 중국의 특수성이 많이 반영되어 성장한 산업이다. 요소나 메탄올은 천연가스로부터 주로 생산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천연가스 생산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 석탄화학 산업이 중국 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반면 현대 석탄화학에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신공정은 메탄올로부터 석유화학 기초유분인 올레핀을 만드는 공정 MTO/MTP와 합성가스에서 직접 EG를 만드는 CTMEG 공정의 상용화로부터 시작되었다. MTO/MTP 공정은 과거 Dow나 Eastman Chemical, Sasol 같은 전통 석탄화학공정의 선두 그룹이 먼저 개발했지만, 최근 중국의 Sinopec과 일부 대학에서는 과거 공정을 개량시킨 자체 공정을 개발해 상용화를 성공시키고 있다. 특히 CTMEG 공정은 중국의 대학에서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공정이다. 폴리에스터 섬유 원료인 EG는 중국의 자급률이 30% 수준으로 매우 낮기 때문에 CTMEG 공정은 중국에서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신규 설비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다.


과거 중국 정부(국영기업)가 추진해온 석탄의 신공정 활용이 화학과 에너지 양 축으로 진행되어 왔다면, 향후에는 화학제품 생산으로 관심과 투자가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중국의 석탄화학이 석유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중동과 미국의 천연가스만큼 크지는 않지만, 중국이라는 특수성과 기술 측면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영향이 예상된다.
첫 번째 양적인 측면에서는 2016년까지 중국 올레핀 생산량의 20% 정도를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 발표된 프로젝트는 워낙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행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중국 정부가 여러 차례 강조한 12차5개년 계획 기간(2011~ 2015) 중에 올레핀 생산의 20% 이상을 석탄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참고할 수 있다.


두 번째 질적인 측면은 생산제품 범위의 확산 가능성이다. 중동과 미국의 천연가스 기반 투자 집중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는 석유화학제품을 석탄화학에서 보완할 수 있다. 천연가스 기반 석유화학설비는 구조적으로 에틸렌 외의 기초유분 생산량이 매우 작다. 이에 따라 프로필렌과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생산능력은 중장기적으로 다소간의 공급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석탄화학 기반 프로필렌 설비(MTP) 증설로 프로필렌의 공급 부족은 일정 정도 보완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석탄 기반 BTX 생산도 상용화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두 개의 석탄기반 BTX 시범설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하나는 Huadian Yuheng Coal Chemical Company가 Tsinghua 대학에서 개발한 공정으로 건설한 1만 톤 규모의 파일럿 설비이고, 또 하나는 Sinopec이 자체 개발 공정으로 건설한 20만 톤 규모의 상업 설비이다. 두개의 설비 모두 상용화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데, 제품 수율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는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석탄 기반 BTX 설비는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석탄화학 시범공장 중 가장 관심을 표명하는 분야로 점진적인 상업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 번째는 중국기업의 공정기술 역량이 한 단계 상승하면서 글로벌 메이저로서의 위상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의 석유화학기업은 첨단소재 및 원천 공정기술 측면에서 후발기업으로 인식되었는데, 난이도가 높은 석탄화학 공정에서 선진국과 거의 대등하거나 일부 우월한 기술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 대표 석유화학기업인 Sinopec의 경영 활동을 보면, 개별 정유 및 석유화학 단지 사업의 오퍼레이팅은 자회사에 일임하고, 본사는 엔지니어링과 신공정 및 첨단소재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기술기반 글로벌 확장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 사례로서 지난해 Sinopec은 Trinidad에서 SABIC과 합작으로 자사 MTP 공정기술 기반 프로필렌 설비투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는데, 정부 승인이 남았지만 Sinopec의 추진 의지는 강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신공정 석탄화학 산업의 성장은 기조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가 어떤 속도로 진행되고 어느 범위까지 확산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있지만, 중국의 강력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특정 국가의 이슈로 볼 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국내외 화학기업들은 천연가스, 석탄, 바이오 등 대체원료 사업들의 성장 속도와 방향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가스 기반 석유화학 사업의 성장이 자사에 미치는 영향이나 사업 기회를 탐색하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산업 성장구도 변화 과정도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구도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감을 조성하지만, 다양한 사업기회도 창출하기 때문이다. 중국 신공정 석탄화학 초기에 참여한 Dow Chemical이나, 혁신적 기술로 석탄기반 에탄올 공장을 연안에 건설하는 Celanese 등이 신사업 기회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이다.


대체원료의 부상은 화학기업들의 성장 전략에서 복잡성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키우는 부담으로 볼 수 있지만, 다양한 원료와 기술이 새로운 조합을 만들면서 성장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화학기업 입장에서는 복합적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어떤 역량과 자산을 기반으로 어떻게 성장할지를 명확하게 설정하면서, 장기적 관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의견나누기 회원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