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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환경오염물질 ‘원샷 검출’ 미세칩 개발 환경오염물 분석 효율 향상 임승환 기자입력2026-02-10 11:01:33

사진. 한국화학연구원

 

환경 오염물질 분석은 통상 여과·분리·농축 등 여러 전처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특히 물에 모래나 토양, 음식물 찌꺼기 같은 고형물이 섞여 있으면 분석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고, 고형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정작 검출해야 할 미량 오염물질이 함께 손실되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화학연구원(이하 KRICT) 김주현 박사 연구팀은 충남대학교 유재범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미세유체 기반 분석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고형물이 섞인 시료에서도 별도의 전처리 없이 오염물질을 직접 추출·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액체-액체 추출법(LLE)은 많은 용매가 필요하고 자동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고, 이를 개선한 액체-액체 미세추출(LLME) 역시 고형물 제거를 위한 여과 과정이 필수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연구팀의 기술은 ‘고형물 제거, 추출, 분석’으로 이어지는 기존 다단계 구조를 근본적으로 단순화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연구팀은 오염물질을 담는 소량의 추출 액적을 미세 칩 내부에 가둔 뒤, 다시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고안했다. 시료는 채널을 따라 계속 흐르지만, 추출용 액적은 제자리에 머물며 오염물질만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고형물은 그대로 흘러가 막힘이나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장치는 흐르는 물 옆에 작은 스펀지를 붙여 색소만 흡수한 뒤 스펀지를 떼어내 분석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고형물이 섞인 실제 환경 시료에서도 안정적인 추출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과불화화합물(이하 PFAS)과 항경련제 성분인 카바마제핀(이하 CBZ)을 대상으로 성능을 검증했다. 모래가 섞인 슬러리 시료에서도 여과 과정 없이 한 번에 추출이 가능했으며, PFAS는 5분 이내에 분석 신호가 검출됐다. 슬러리 시료에서 추출한 CBZ은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 분석을 통해 명확히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분석 자동화와 소형화에 적합한 플랫폼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전처리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현장형 분석 장비나 자동화 시스템에 적용하기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환경 오염 모니터링은 물론 식품 잔류농약 검사, 의약·바이오 시료 분석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주현 박사는 “복잡한 전처리 과정을 하나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분석과 자동화 시스템에 큰 장점이 있다”라고 밝혔다. 


KRICT 이영국 원장도 “환경·식품 분석 기술의 신뢰도를 높여 국민 생활 안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센서 분야 국제학술지 ACS Sensors 2025년 12월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김주현 박사와 유재범 교수가 교신저자로, KRICT 최성욱 학생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했으며, KRICT 기본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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