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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고급 철스크랩 확보에 1,700억원 투자 2032년까지 저탄소 원료 고도화 임승환 기자입력2025-12-30 14:51:59

사진. 현대제철

 

현대제철이 철스크랩 가공설비인 ‘슈레더(Shredder)’ 설비 도입을 포함한 저탄소 원료 고도화에 오는 2032년까지 총 1,7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슈레더 설비 신규 도입과 함께 포항공장 및 당진제철소 철스크랩 선별 라인 구축 등을 골자로 한다.

 

슈레더는 폐자동차, 가전제품, 폐건설자재 등에서 회수된 철스크랩을 고속 회전하는 해머로 파쇄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설비로, 이 과정을 거친 철스크랩은 철 함유량과 균질도가 높은 고급 철스크랩인 ‘슈레디드 스크랩(Shredded Scrap)’으로 불린다.

 

현대제철은 우선 220억 원을 투자해 경기 남부 지역에 슈레더를 비롯한 ‘파쇄-선별-정제’ 일괄 공정을 갖춘 원료 고도화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문 운영사를 통해 노폐 스크랩을 고급 철스크랩으로 가공하고,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추가적인 슈레더 및 정제 라인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구축되는 경기 남부권 원료 고도화 설비에는 고속해머 파쇄설비, 비철·비자성 분리장치, 분진 집진시스템, 품질 검사 및 이송설비 등이 포함되며, 2027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8년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슈레더 설비를 통한 슈레디드 스크랩 생산 외에도 일반 철스크랩을 고품질 철스크랩으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미 2024년 포항공장에 철스크랩 선별·정제 파일럿 설비를 도입해 내부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며, 2026년에는 국책과제 신청을 통해 연구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탄소중립 요구가 강화되면서 고급 철스크랩 확보는 철강업계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철스크랩을 원료로 쇳물을 생산하는 전기로 방식은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방식 대비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발생량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철강사들은 신규 전기로 도입과 함께 전기로 기반 고부가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기로 원료인 철스크랩의 자급률은 80~90% 수준에 머물러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고품질 철스크랩의 안정적 확보는 철강사의 탄소 감축과 제품 경쟁력 확보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에 현대제철은 금속제품 생산·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급 철스크랩인 ‘생철’ 확보에 더해, 노폐 스크랩을 가공해 품질을 끌어올리는 원료 고급화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파트너십 기반의 조달 체계도 강화한다. 현대제철은 2023년 경북 김해 지역 대형 슈레더 공급사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슈레더 투자를 희망하는 철스크랩 협력사 3곳을 대상으로 총 200억원 규모의 투자 지원을 시행했다. 기존 슈레더 협력사를 대상으로는 폐기물 처리 시설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고품질 철스크랩 구매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스크랩 사용 확대를 위한 스크랩 가공 효율화와 고품질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이번 투자는 협력사와의 상생 모델을 통한 탄소중립 체제 전환 기반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제철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와 추가 설비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2050년 넷제로(Net Zero) 달성을 목표로 수소 활용 방안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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