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R 핵심소재에 대한 예약계약(Reservation Agreement) /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소형모듈원자로(이하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X-energy)와 SMR 핵심소재에 대한 예약계약(Reservation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체결식에는 엑스-에너지 클레이 셀 사장과 두산에너빌리티 김종두 사장 등 양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계약은 엑스-에너지가 건설을 추진 중인 ‘Xe-100’ SMR 16대에 투입될 핵심소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체결됐다. 예약 대상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는 단조품으로, SMR 주기기 제작에 필수적인 중·대형 핵심 소재다. 단조품은 제조 공정 특성상 제작 기간이 길고 품질 관리 난도가 높아,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전체 일정과 사업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예약계약 체결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엑스-에너지와 후속 계약을 순차적으로 체결하고, 단조품 제작과 함께 주기기 및 모듈 제작 단계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이는 엑스-에너지의 SMR 사업이 개념 설계와 엔지니어링 단계를 넘어 실제 제작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예약계약을 체결한 엑스-에너지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차세대 SMR 개발사로, 첫 상용 프로젝트로 미국 화학기업 다우(Dow)는 텍사스주 산업단지에 Xe-100 4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공 전력기관인 에너지 노스웨스트(Energy Northwest)는 워싱턴주에 12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Xe-100은 엑스-에너지가 개발 중인 고온가스로 기반 SMR 모델로,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기존 경수로형 원전과 달리,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온 운전이 가능해 발전 효율이 높고, 수동안전계통에 의존하지 않는 설계로 안전성이 강화된 차세대 원자로로 평가받고 있다.
엑스-에너지 클레이 셀 사장은 “두산에너빌리티는 독보적인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공급업체로, Xe-100의 시장 진입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이 중요한 사업에서 두산과 협력하게 돼 자랑스럽다”라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 김종두 사장(원자력BG장)은 “엑스-에너지와의 이번 예약계약은 SMR이 본격적으로 제작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이정표”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주기기 제작의 핵심 파트너로서 철저한 품질 관리와 납기 준수를 통해 프로젝트 성공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글로벌 SMR 공급망에서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를 구축해 왔다. 2021년 엑스-에너지와 SMR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을 시작했고, 2023년에는 엑스-에너지 지분투자에 참여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지난 8월에는 워싱턴 D.C.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 아마존, 한국수력원자력이 함께 SMR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다자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이번 예약계약은 이러한 협력 관계가 실질적인 제작 계약으로 이어지는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원전 기자재 기업이 글로벌 SMR 상용화 프로젝트의 초기 공급망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물량 확보와 후속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