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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 기계 기술이 좌우할 미래 제조 경쟁력 발표 AI 경쟁 이후를 대비한 제조업의 새로운 과제 임승환 기자입력2025-12-15 14:24:30

기계기술정책 제120호 / 사진. 한국기계연구원

 

전 세계 제조업에서 AI와 디지털 전환(이하 DX)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단순한 AI 기술 경쟁을 넘어 기계·장비의 본질적 성능이 향후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은 최근 기계기술정책 제120호 ‘제조 AI 경쟁 너머, 기계 기술로 준비해야’를 발간하고, AI 중심 제조 혁신의 한계와 향후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 AI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자료를 인용해 제조 AI 시장 규모가 2025년 342억 달러에서 2030년 1,55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연평균 성장률은 35%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성장세 속에서 주요국들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기반 자동화와 공정 지능화를 핵심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GE, NVIDIA, Palantir 등을 중심으로 AI·클라우드·로봇을 결합한 자율제조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유럽은 Siemens, ABB, Bosch 등이 ‘AI Factory’ 전략과 인간-로봇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Fanuc, Omron, Hitachi를 중심으로 로봇 기반 지능형 생산라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 역시 Huawei, Siasun, Foxconn 등을 앞세워 정부 주도의 ‘AI+제조’ 전략과 대규모 공장 자동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AI 팩토리 정책을 통해 제조 공정의 자동화와 지능화를 본격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두산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등을 중심으로 AI, 로봇,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기계연도 디지털 트윈, 기계 데이터 플랫폼, 가상공학 플랫폼을 축으로 하는 AI·DX 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AI 기술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AI의 성능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기반은 결국 기계와 장비이며, 하드웨어인 기계의 물리적 성능과 소프트웨어인 AI의 최적화 역량이 결합돼야 진정한 경쟁력이 만들어진다는 분석이다. AI는 기계 성능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기계의 기본 성능이 낮을 경우 AI가 도출할 수 있는 성능의 한계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은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장비와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AI 경쟁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수록 기계의 본질적 성능 경쟁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기계 기술 자립과 AI 융합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적 R&D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계연 기계정책센터 이운규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AI 중심으로 제조업 경쟁이 전개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기계 기술이 경쟁 구도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AI 고도화와 함께 기계 기술 내재화를 위한 정책적 준비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기계연은 앞으로도 기계기술정책 발간을 통해 글로벌 제조업 동향을 분석하고, 기계산업의 중장기 발전 전략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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