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열직물용 올인원 장치 / 사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여름철 철도 레일 온도 상승은 선로 뒤틀림과 같은 구조적 위험을 초래해 운행 지연과 안전사고 가능성을 키워왔다. 낮 시간 레일 온도가 60℃ 이상 치솟는 사례가 빈번해지며, 폭염 대응 기술의 필요성은 철도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기존 방식인 살수장치 냉각은 설치비가 높고 지속적으로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을 사용하지 않는 ‘레일 부착형 차열직물 및 자동 설치·회수 기술’을 개발했다. 이 차열 직물은 태양광의 85% 이상을 반사하는 특수 코팅층과 자석·유리섬유를 다층 구조로 결합한 형태다. 레일 측면에 자석으로 부착하는 방식으로 설치가 간편하며, 운영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2024년 광주선(일반철도), 2025년 중부내륙선(고속철도) 현장 실증을 통해 최대 10.9℃의 온도저감 성능을 확인했다. 특히 실증 후에도 성능 저하가 없었고, 일반철도 5㎏ 레일과 고속철도 60㎏ 레일 모두에서 안정적으로 적용 가능한 범용성을 입증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공인시험에서는 10년 이상 내구성 유지 가능성도 검증됐다.
철도연은 차열 직물의 효과적 실증을 넘어, 설치부터 회수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장비까지 함께 개발해 상용화를 위한 전주기 솔루션을 구축했다. 이 올인원 장비는 레일 표면 이물질 제거–직물 부착–철도 운영 종료 후 회수까지 모든 단계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수행하며, 모듈형 구조로 2명의 인력이 쉽게 조립·운반할 수 있다. 작업 속도는 시간당 2㎞ 이상으로, 기존 매뉴얼 작업 대비 인력·시간 비용을 크게 절감한다.
고속열차 운행 환경에서도 성능과 안전성이 검증됐다. 시속 300㎞로 질주하는 KTX 통과 시 발생하는 열차풍뿐 아니라, 초속 66m의 강풍까지 견딜 수 있도록 자석 부착력과 이중 고정장치를 설계해 고속철도 환경에서도 직물이 이탈되지 않았다.
이 기술은 국제 무대와 국내 인증을 통해 기술적 완성도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철도연은 2025년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차열 직물 특허로 대상을, 자동화 장비 특허로 은상을 수상하며 기술의 혁신성과 실용 가치를 입증했다. 이어 2025년 신기술실용화 촉진대회에서는 국가 신기술(NET, 제1594호) 인증을 획득해 산업적 신뢰성을 한층 강화했다. 아울러 해당 기술을 피치케이블에 이전하기로 확정하면서 연구개발과 실증, 인증,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성과 체계를 구축했다.
이번 기술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철도연의 자체 연구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지난 2022년 5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총 5건의 과제로 진행했다. 연구책임자인 철도연 강동훈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레일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의 철도 안전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기술”이라며, “건물 외벽, 도로변 시설물 등 더위를 피해야 하는 다양한 분야로 기술 적용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철도연 사공명 원장은 “여름철 폭염에도 국민이 안심하고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체감형 기술”이라며, “향후 해외 실용화까지 연계해 우리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