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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열영상 현미경’ 개발 나노 발열 구조 실시간 관찰 열어 임승환 기자입력2025-12-08 13:32:09

주사 광학 탐침 열반사 현미경(SPTRM) / 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이 100㎚ 선폭 전자 소자의 실제 열분포를 직접 이미징할 수 있는 ‘주사 광학 탐침 열반사 현미경(Scanning-Probe-Based Thermoreflectance Microscopy, 이하 SPTRM)’ 개발에 성공하며 반도체·전자 소자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AI 반도체와 고전력 연산 소자가 급증하면서 발열 문제 해결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 기술이 포착하지 못하던 나노미터 수준의 열 흐름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SPTRM은 비접촉 방식의 광학 기반 열영상 기술로, 반사율 변화만을 이용해 온도를 측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자에 직접 닿지 않아 변형이나 손상 위험이 없고, 전류·전압 간섭이 억제돼 측정 신뢰도가 크게 향상됐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동작 중인 100㎚ 패턴의 발열 구조를 명확히 구분해 냈으며, 기존 적외선(IR) 현미경의 수 ㎛ 해상도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의 핵심은 광학 회절한계를 뛰어넘는 탐침 기반 측정 구조다. SPTRM은 전단력(튜닝 포크) 피드백 방식을 사용해 50㎚ 개구부의 광섬유 탐침을 시료 표면과 나노미터 단위 거리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이때 탐침에서 조사된 빛의 회절을 최소화하고, 반사된 빛을 동일 광섬유로 다시 수집함으로써 신호 손실과 정렬 오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는 세계 최초로 적용된 방식이며, 나노 발열체 관측의 기술적 기반이 됐다.


실험 결과 역시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기존 적외선 카메라로는 식별되지 않던 100㎚ 박막 발열체가 SPTRM에서는 선명한 열영상으로 관찰되며 나노 발열 구조 분석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SPTRM은 시료 재질에 따라 최적 파장을 선택할 수 있어, 화합물 반도체·전력반도체·메모리·3D 적층 소자 등 다양한 고집적 디바이스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측정 과정에서의 전기적 간섭이 배제되기 때문에 전류 분포나 발열 원인이 얽힌 복합 구조에서도 선명한 열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AI 반도체의 과열 지점 분석 ▲공정 결함 조기 탐지 ▲소자 신뢰성 평가 ▲마이크로 LED·RF·MEMS·포토닉스 소자의 발열 특성 분석 등이 기존보다 빠르고 정확해질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 기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에 실질적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SI 정문경 박사는 “복잡한 미세 전자 소자의 열 문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라며, “발열 원인을 조기에 파악해 소자의 성능 저하와 고장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책임자인 KBSI 장기수 박사 역시 “비접촉 방식으로 신뢰도가 높고 상용화 가능성도 크다”라며 관련 특허 출원 완료 사실을 전했다.


이번 연구는 KBSI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성능 최적화를 위한 열분석 시스템 개발사업’의 주요 성과로, 국제 학술지 IEEE Transactions on Instrumentation and Measurement에 지난 10월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은 KBSI 정문경·한일규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장기수 박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향후 관련 장비의 상용화 기반을 확장하며 산업계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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