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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건식 전극 한계 넘는 ‘이중 섬유 구조’ 기술 개발 유독성 유기용매 없는 건식 공정으로 에너지밀도 약 40% 향상 임승환 기자입력2025-12-04 16:13:50

개발된 기술로 제조된 파우치형 전지 / 사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이 기존 이차전지 전극 제조 공정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건식 전극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연 송규진 박사, 케임브리지대학교 이권형 박사, 울산대학교 김태희 교수 공동 연구진이 수행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전극 내부에 가는 ‘실’과 굵은 ‘밧줄’ 형태의 섬유 구조를 동시에 형성하는 이중 섬유(Dual-fibrous) 기반 건식 제조 공정이다. 기존 건식 공정에서 문제로 지적돼온 낮은 혼합 강도와 성능 저하를 한 번에 해결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차전지 전극 제조 공정은 습식과 건식으로 나뉜다. 습식 공정은 용매에 녹인 바인더를 접착제로 활용해 재료들이 균일하게 혼합된다는 장점이 있으며, 공정 신뢰도와 성능 확보 측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유독성 유기용매 사용으로 인한 환경 부담과 건조·회수 등 긴 공정 시간으로 인해 생산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건식 공정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환경오염과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고 공정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바인더를 녹일 용매가 없어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처럼 늘어나는 성질을 가진 제한적 소재만 사용할 수 있으며, 재료의 균일 혼합이 어려워 성능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바인더 소재를 변경하지 않고 동일 소재의 물리적 구조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중 섬유 PTFE 구조를 구현했다. 이를 위해 바인더 투입 단계를 두 번으로 나누는 독창적 다단 공정을 설계했다. 먼저 소량의 바인더를 투입해 미세한 실 형태 섬유망을 형성한 뒤, 이후 남은 바인더를 투입해 굵고 단단한 밧줄 형태 섬유 구조를 추가 형성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형성된 가는 실 섬유망은 활물질과 도전재를 균일하게 분산시켜 반응을 균일하게 하며 배터리 성능을 높이고, 굵은 밧줄 섬유는 전극 전체의 강도와 기계적 안정성을 높여 양산 공정에서 요구되는 내구성을 강화한다.

 

전기화학적 반응 저항 지도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전극 전 구간에서 반응 속도와 저항 특성이 균일하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배터리 작동 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국소 성능 저하를 방지해 전지 수명 향상에 기여하는 핵심 요소다.

 

성능 평가에서도 높은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건식 전극은 제곱센티미터당 10.1㎃h(㎠)의 높은 면적당 용량을 기록했으며, 이를 적용한 파우치형 리튬 음극 배터리셀은 349Wh/㎏의 에너지밀도를 달성했다. 이는 기존 상용 전극 대비 약 40% 향상된 수치다. 또 흑연 음극 기반 파우치셀은 291Wh/㎏을 기록해 동일 조건의 습식 공정 대비 약 20% 높은 성능을 보였다.

 

연구를 주도한 에너지연 송규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건식 전극의 핵심 난제였던 전기화학적 균일성과 기계적 내구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독자적 공정 기술을 확립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라며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높은 에너지 밀도를 요구하는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사업’과 ‘창의형 융합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에너지·환경 분야 세계적 권위지 ‘에너지 & 엔바이러멘탈 사이언스(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IF 30.8)’ 9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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