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 HVDC 초고전압 측정표준 확립 시험·교정 서비스 국내 제공해 K-전력망 수출 경쟁력 강화 임승환 기자입력2025-11-17 14:55:33

HVDC를 측정하기 위해 직류 초고압 분압기를 조작하고 있다. / 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초고압 직류 송전(이하 HVDC)설비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초고전압 측정표준을 구축했다. 이번 성과는 해외 기관 의존이 불가피했던 기존 구조를 대체하며,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시험·교정 서비스를 국내에서 즉시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RISS가 확립한 측정표준은 ▲600㎸급 직류(DC) 측정표준 ▲800㎸급 낙뢰 임펄스(LI) ▲700㎸급 개폐 임펄스(SI) 등이 포함된다. 초고전압 설비의 절연 성능과 내구성을 확인하는데 필수적인 기준들로, 그동안 국가 전력 기관과 국내 중전기기 기업들은 이 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해외 교정기관을 초청하거나 직접 해외 시험소에서 검증을 진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 지연은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HVDC는 교류를 초고압 직류로 변환해 장거리·대용량 전력을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력 손실이 적고 송전 운영 제어성이 높아 차세대 전력망 구축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다. 특히 수도권 전력 수요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에너지 전략에서도 HVDC 기반 송전망 도입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면서 산업 육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KRISS 양자전기자기측정그룹은 국내 산업계가 직면한 기술 공백을 해결하고자 고전압 측정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우선 기존 200㎸ 수준에 머물렀던 직류 측정표준을 600㎸급으로 세 배 이상 확대해 지속 전압 시험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전력설비가 정상 운전 조건보다 높은 전압에 일정 시간 노출되더라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핵심 절차다.


또한 800㎸급 낙뢰 임펄스와 700㎸급 개폐 임펄스 표준도 새롭게 확립했다. 낙뢰 임펄스는 낙뢰로 인해 순간적으로 수백㎸의 고전압이 설비에 유입되는 상황을 모사하고, 개폐 임펄스는 대규모 전력설비의 스위치를 조작할 때 발생하는 일시적 전압 변동을 재현한다. 두 표준은 극한 조건에서 설비 절연 성능을 검증하는 충격전압 시험의 필수 기준이다.


이번 표준 확립으로 국내에서도 IEC 국제규격에 부합한 성능 시험이 가능해졌으며, 기업들은 원하는 시점에 신속하게 교정을 요청할 수 있어 개발 기간 단축과 상용화 속도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고전압 시험 장비의 국산화와 검증 절차 내재화에 따라 K-전력망 기술의 수출 경쟁력 역시 강화될 전망이다.


KRISS 이형규 양자전기자기측정그룹장은 “이번에 개발한 표준을 기반으로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와 일진전기에 시험장비 교정 서비스를 개시했다”라고 밝히며, “국내 전력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초고압 측정표준을 지속적으로 확립해 국가 전력망의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국가 전력망 인프라 고도화의 핵심 요소로 평가되는 ‘지능형 전력망 표준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정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초고전압 측정 인프라 확립은 국내 중전기기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HVDC 기반 송전 인프라가 에너지 전환 전략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만큼, 초고전압 설비의 시험·교정 역량을 국내에서 확보했다는 점은 한국 전력 산업의 기술 독립성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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