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응용 기술 전문 기업 엔케이알이 지난 9월 25일(목) 천안아산역 내 CA웨딩홀에서 개최한 NACHI 로보틱스 세미나에 200여 명에 달하는 로봇업계 관계자들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에서는 글로벌 로봇 제조사 나치후지코시의 최신 기술과 엔케이알의 로봇 응용 기술, 그리고 공개 예정인 미래 기술이 총망라됐다.

엔케이알이 NACHI 로보틱스 세미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 사진. 로봇기술
NACHI-NKR, 제조-응용 기술의 만남
로봇 응용 기술 전문 기업 엔케이알(NKR)이 개최한 NACHI 로보틱스 세미나는 제조 현장 로봇 자동화를 위한 실전적인 최신 기술이 공유된 자리로, 나치후지코시 주요 인사들을 비롯해 엔드유저, 로봇 SI 기업 등 로봇업계 관계자 약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나치후지코시는 100년에 달하는 전통을 지닌 일본 제조업 역사의 증인이자, 글로벌 메이저 로봇 제조사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1928년 설립된 나치후지코시는 일본 제조업계에서 국산화의 시초를 다진 기업으로, 1929년 오사카 만국 박람회에 직접 제작한 하쿠소(ハクソー, 줄톱)를 출품해 쇼와 천황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창립자 이무라 아라키 회장이 이 영예를 기리고자 천황이 탑승했던 당시 일본의 최신예 중순양함 ‘나치’의 함형을 배경으로 NACHI 브랜드를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나치후지코시는 국내 자동화 시장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기업이다. 1980년대 이후 국내 완성차 기업 H사, S사와 인연을 맺으면서 40여 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국내 제조업계의 자동화 수요 확산에 기여해 왔다. 엔케이알 김용래 대표는 나치후지코시 한국 비즈니스를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 영위해 오고 있다.
엔케이알은 제조사와 국내 고객사를 연결하는 가교로 활약하며 수많은 로봇 자동화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그간 엔케이알이 주도해 공급한 로봇 대수만 3만여 대에 달한다.
엔케이알에는 Normal, Korean, Robotics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평범함이 곧 비범함이라는 인식 아래, 로봇에 필요한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하는 것은 엔케이알에 있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다. Normal은 이 같은 회사의 인식을 의미한다. 여기에 군대를 다녀온 한국의 젊은이들이 지닌 특유의 끈기와 군인정신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인적 자원(Korean)과, 로봇이 시스템에서 정상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호 작용을 주도적으로 학습해 나가는 로봇 연구 역량(Robotics)이 합쳐져 지금의 엔케이알을 구성한다.
엔케이알이 주최한 이번 세미나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조 로봇 자동화를 위한 신제품과 신기술을 총망라해 국내 제조 로봇업계에 전하는 자리였다.

사진. 로봇기술
더 확장된 MZ 라인업
MZ 시리즈는 나치후지코시의 상징적인 스테디셀러 라인업이다. 그간 나치후지코시는 이 시리즈를 중심으로 여러 혁신 제품을 출시했다.
MZ 시리즈는 초고속·초정밀 F타입, 기판 반송에 특화된 W타입, 협동로봇 수준의 안전 사양을 탑재한 S타입 등으로 확장돼 왔다.
F시리즈는 표준형 MZ 시리즈 대비 약 30% 수준의 속도 향상을 실현했고, 정밀도 또한 10㎛대로 높아졌다.
이어 W타입은 로봇의 선회 축인 베이스 1축을 수평이 아닌 수직 회전 방식으로 설계해 디스플레이 기판 이송에 최적화된 구조를 구현했다.
마지막으로 S타입은 나치후지코시 협동로봇 CMZ 시리즈와 동일한 안전 사양을 탑재한 로봇으로, 정전기 센서를 장착해 사람이 접근하면 접촉하기 전에 작동을 정지한다. 주변에 사람이 없을 경우 기존 일반 제조 로봇 수준의 고속 작업을 수행하고, 사람이 접근하면 거리에 비례해 속도를 늦추다 접촉하기 전에 정지함으로써 작업 속도와 안전을 모두 확보했다.
이 밖에 중대형 라인업의 기능 확장과 새롭게 선보일 반송 로봇, 그리고 차세대 CPU를 탑재한 CFDs와 소형화를 실현한 CFDq, 고중량 로봇 전용 제어기 FD 등 신형 로봇 제어기도 소개했다.

MZ 시리즈에 대해 소개하는 엔케이알 민지홍 과장 / 사진. 로봇기술
자동화를 위한 새로운 기능
이번 NACHI 로보틱스 세미나에서는 제품 라인업의 확대와 함께 에너지 절감, 비전, 조작과 관련된 새로운 기능도 소개됐다.
발제를 맡은 엔케이알 이명학 팀장은 “운용하는 로봇 대수가 증가할수록 소비 전력을 예측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에 나치후지코시에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한 기능을 구현했다.”라고 소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나치 시뮬레이터 상에서 전력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이 공개됐다. 가동 로봇의 토크와 회전수로부터 전류를 예측하고, 전류와 각종 저항, 역기전력, 콘덴서 등으로부터 전력을 추정한다.
에너지 절감 기능과 함께 소개된 또 다른 신기능은 2D비전을 기반으로 3D 데이터를 보정하는 기능이다. 높은 비용이 요구되는 3D 장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된 이 기능은 생산 효율 및 품질 저하, 공정 유연성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비용 대비 성능 극대화를 실현한다. 이명학 팀장은 “저렴한 2D 카메라를 이용해 3D 자세를 자동으로 보정함으로써 고정밀을 요구하는 공정에 안정적인 시스템을 비용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엔케이알은 로봇 티칭 간소화를 위한 3가지 휴먼리스 티칭(Humanless Teaching) 기술을 소개했다. 먼저 첫 번째 휴먼리스 티칭 기능인 RTC(Robot Trajectory Creation)는 박리(Peeling), 절곡(Bending), 도포(Dispensing) 등의 애플리케이션에서 궤적 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해 공정 변경을 간소화하는 기술이다. 또한 센서 및 비전 기반의 두 가지 RAT(Robot Auto Teaching) 기능도 함께 소개했다. 이 기능들은 센서를 이용해 기존 모델의 가운데를 비교 센싱한 후 포지션을 자동 생성하거나, 비전으로 새로운 모델 데이터를 획득해 자동 티칭 및 정렬 기능을 지원한다. 이 기술들은 로봇 티칭을 간소화함으로써 횡전개 단계에서 시스템 구축 효율을 극대화한다.
한 발 앞서 살펴보는 신기술·신기능
엔케이알이 주최한 NACHI 로보틱스 세미나에서는 나치후지코시의 다양한 신기술과 신기능이 소개됐다. 특히 이미 출시된 제품 외에, 개발 중이거나 곧 출시를 앞둔 신규 로봇과 기능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나치후지코시가 출시를 앞둔 스네이크 로봇(가칭)은 7축 구조의 공간절약형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으로, 특히 일반적인 다관절로봇과 달리 각각의 암 축이 45°가량 기울진 독자적인 구조가 인상적이다. 이 같은 디자인은 복잡한 자세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고, 좁고 장애물이 있는 공간에서 회피 동작하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기존에 자동화가 어려웠던 협소 공간 자동화를 실현할 수 있다.

협소 공간에서 작업이 가능한 7축 스네이크 로봇(가칭) / 사진. 엔케이알
제어기 측면에서도 새로운 혁신을 예고했다. 발표를 담당한 나치후지코시 개발부 이시다 유이치 상은 “로봇 애플리케이션이 더욱 다양해지고, 보다 고도화된 작업의 자동화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차세대 제어기를 개발 중이다. 준비 중인 신형 제어기는 하드웨어 처리 능력을 기존 대비 10배 수준으로 향상하고, 비전이나 센서 등을 쉽게 통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 파이썬 및 파이터치(PyTorch), ROS2, 텐서플로(TensorFlow), OpenCV 등 로봇·AI·비전 등의 분야에 사용되는 글로벌 핵심 오픈소스의 소프트웨어 구조와 개발 생태계를 자사 플랫폼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준비는 로봇 애플리케이션 고도화를 위한 센서, 비전 등의 통합은 물론, 사용자가 보다 고도의 커스터마이징 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한편 나치후지코시의 이 신형 제어기는 오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하드웨어와 함께 새롭게 개발 중인 애플리케이션 기능도 세미나 참가자들의 흥미를 모았다. 일례로, 현재 개발 중인 ‘기어 펌프식 실링 로봇 시스템’은 기어 펌프에 모터를 연결하고, 이를 로봇 제어기가 제어하는 구동 형태를 취한다. 로봇 제어기에서 기어의 회전수로 토출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속도가 달라지는 코너 부분 등에서도 동일한 비드 폭을 구현할 수 있고, 별도의 디스펜싱 제어기가 필요 없어 설비 공간을 줄이는 데에도 유리하다.
이 밖에 비주얼 피드백을 활용한 커넥터 체결 기능과 실시간 비주얼 피드백 기반 나사 체결 기능, 매우 협소한 공간에서 최대 4대의 로봇이 인터락 없이 물 흐르듯 실시간으로 작업하는 인터락리스(Interlock Less) 기능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고객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100년을 바라보는 나치후지코시의 역사에서 로봇을 제조한 기간이 올해로 56년째다. 유압식 로봇으로 시작해 시장 변화에 따라 전동식 로봇으로 발전해 왔으며, 과거 3D 업종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로봇은 이제 최첨단 클린 환경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나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개발 키워드를 설정하며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나치후지코시 로봇사업부 가와고에 가쓰미 기획부장은 “지금의 나치후지코시 로봇 개발의 3가지 착안점은 본체와 애플리케이션 기능, 로봇 시스템이다. 본체의 경우 로봇 하드웨어의 강성과 속도를 높이고 경량화를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과 관련해서는 비전을 포함한 시각화 기술에 큰 힘을 쏟고 있으며, 시스템 측면에서는 좁고 협소한 공간에서 더욱 원활하게 로봇 자동화가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라며 “56년간 달려온 나치후지코시의 로봇 개발 역사에서 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얻었다. 내부적으로 축적해 온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정진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엔케이알은 국내 나치후지코시 로봇 비즈니스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국내 고객사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엔케이알 영업팀 이진성 팀장은 “엔케이알은 교육, 시뮬레이션, 커스터마이징, A/S의 4단계 핵심적인 고객 지원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사내에 이론과 실습을 위한 교육장을 보유한 것은 물론, 천안 한국기술대학교와 협력해 실습 중심의 외부 교육도 진행 중이다. 또한 로봇 자동화 도입 전 단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로봇 선정과 설비 사이즈 및 간섭 영역 최소화, 택타임 분석 등을 실시해 고객사에 최적의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으며, 엔케이알 자체적인 커스터마이징도 지원한다. 아울러 방대한 재고 보유량을 바탕으로 고객사 다운타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A/S를 전개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