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차 한·중 국가측정표준기관장회의 / 사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이 중국 계량과학연구원(National Institute of Metrology of China, 이하 NIM)과 베이징에서 ‘제13차 한·중 국가측정표준기관장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2019년 이후 6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된 자리로, 양국은 지난 20년간 이어온 협력 성과를 돌아보고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생명·보건 등 글로벌 측정표준 분야의 당면과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회의에서 양 기관은 다섯 번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05년 첫 협정 체결 이후 5년마다 갱신돼 온 MoU는 연구자 교류, 인증표준물질 분야 공동연구, 국가표준 상호비교, 디지털교정성적서(DCC) 개발, 국제 학술 교류 등 다방면의 협력을 담고 있으며, 이번 갱신에서는 향후 5년간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측정표준 인프라 구축, 생명·보건 분야 연구협력 확대가 새롭게 포함됐다.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양 기관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의 불확도 평가와 국가 모니터링 네트워크 구축 현황을 공유하고, 국제 온실가스 감시 프로그램과 연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탄소 감축 및 기후 대응 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확한 측정 데이터를 공동으로 확보하고, 양국의 기술적 전문성을 결합할 계획이다.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는 각 기관이 개발한 디지털교정성적서(DCC) 시스템과 메타모델 기술을 소개하고, 이를 상호 연동해 디지털 기반의 국제 표준 교정 시스템을 구현하기로 했다. 디지털교정성적서의 상호 호환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이 다양한 측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전망이다.
생명과 보건 분야에서는 팬데믹을 거치며 중요성이 높아진 의료기기 교정과 감염병 대응 연구를 중심으로 협력이 진행된다. 양 기관은 의료용 계측 장비의 정밀 교정과 표준화 연구를 공유하며, 국제비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정확한 의료기기 측정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한·중·일 3국이 참여하는 아시아 인증표준물질 협력회의(Asian Collaboration on Reference Materials, ACRM)에서의 공동 활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표준화기구(ISO) 및 국제계량기구(BIPM)와의 연계를 강화해 글로벌 측정표준 체계에 기여하고, 국제 사회에서 양국의 기술적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을 마련했다.
KRISS 이호성 원장은 “KRISS와 NIM은 지난 20년간 화학, 생명과학,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함께 거두었다”라며 “이번 양해각서 갱신을 계기로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생명·보건 분야 등 새로운 글로벌 도전에 공동 대응하며 세계 측정표준 발전을 선도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NIM 취지펑 부원장은 “양 기관의 협력은 동아시아를 넘어 국제 측정표준 커뮤니티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차세대 측정표준 확립과 첨단 측정기술 분야 협력을 통해 더 큰 성과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 기관은 이번 회의를 통해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공동 학술 세미나와 워크숍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인증표준물질 개발에서는 국내외 산업계와 연구기관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표준물질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며, 국가표준 상호비교를 통해 계측 정확성을 국제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또한 양국은 향후 5년간 공동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각 분야의 첨단 측정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수질, 대기오염 측정 장비의 표준화 연구를 공동 수행하며, 디지털 분야에서는 AI 기반 측정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인증 시스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