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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직접 공기 포집 기술 개발 작물 성장 최적 CO₂ 환경 구현 임승환 기자입력2025-10-14 15:49:00

주요 연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오찬영 석사과정·노성현 박사과정·박영환 박사과정·최민기 교수, 화학연 박용기 책임연구원·김기웅 책임연구원) / 사진.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을 필두로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팜 현장에 적용 가능한 직접 공기 포집(이하 DAC)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KAIST, 에코프로에이치엔과 협력해 건식 흡착 기반의 소형 DAC 설비를 완성했으며, 에코프로에이치엔은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식물의 광합성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이하 CO₂) 농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800~1000ppm 구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실제 대기 중 CO₂ 농도는 약 400ppm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농업 현장에서는 인위적으로 CO₂를 생산·주입해 작물의 생장을 촉진하는 방법이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비용이 높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한계가 있었다.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DAC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대기 중의 저농도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착·농축해 작물에 공급함으로써, 별도의 연료 연소 과정 없이 친환경적으로 고농도 CO₂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특히 기존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이 발전소나 공장 등 고정 배출원에 국한됐던 반면, DAC 기술은 설치 장소의 제약이 적어 농업·도시·생활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DAC 기술은 크게 액체 흡수 방식과 건식 흡착 방식으로 구분된다. 액체 흡수 방식은 알칼리 용액에 공기를 통과시켜 CO₂를 포집하는 구조로, 연속 운전에는 유리하지만 부식성 용액으로 인한 설비 내구성 저하와 폐수 발생 등의 단점이 있다. 이에 연구진은 고체 흡착 방식을 선택해 흡착제 필터에 공기를 통과시키는 구조를 채택했다. 이 방식은 소형화가 가능하고,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도 높은 포집 효율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공동 연구의 핵심은 KAIST 최민기 교수팀이 개발한 고성능 건식 이산화탄소 흡착제다. 해당 흡착제는 DAC 기술뿐 아니라 발전소 배기가스 포집에도 활용 가능하며, 기존 물질 대비 흡착 효율·경제성·장기 안정성이 개선됐다. 화학연 박용기 박사팀은 발전소 및 제철소 배출가스 포집 장치 연구를 통해 축적된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흡착·탈착 공정에서 최적의 온도와 압력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반복적인 고농도 CO₂ 포집이 가능한 소형 설비를 완성했다.


현재 1세대 DAC 장치는 경상북도 상주 스마트팜혁신밸리에 설치돼 토마토 재배 환경에서 실증 테스트를 완료했다. 실험 결과, 장치는 대기 중 400ppm 수준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600~700ppm까지 안정적으로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향후 성능 향상을 통해 800~1000ppm 구간의 최적 재배 환경을 구현할 예정이다. 또한 미세조류 및 다양한 작물 재배에도 응용이 가능해 향후 농업용 DAC 솔루션의 확장성이 기대된다.


화학연 이영국 원장은 “이번 기술은 공공 연구기관, 대학, 기업이 협력해 실제 농업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형태로 발전시킨 의미 있는 성과”라며 “스마트팜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국가적 탄소 저감 과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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