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포항공과학기술대학교
포항공과학기술대학교(이하 POSTECH) 신소재공학과·IT융합공학과 정성준 교수 연구팀이 기존 기술 대비 훨씬 빠르고 정밀하게 신경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전자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뇌·신경 연구와 차세대 생체 의료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몸의 신경은 끊임없이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며 정보를 전달하지만, 말초 신경과 같이 미세한 신호는 기존 센서로 정확하게 잡아내기 어렵다. 특히 근육, 피부 등 신체 구석구석과 연결된 말초 신경 신호를 분석하면 신경 질환 연구와 치료 기술 개발에 핵심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유기전기화학 트랜지스터(Organic Electrochemical Transistor, 이하 OECT)를 기반으로 한 소자를 활용했다. OECT는 전해질 속 이온이 유기 반도체 채널 전체로 침투하며 트랜지스터를 작동시키는 구조로, 낮은 전력으로도 높은 증폭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생체친화적이라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기존 평면 구조 채널에서는 채널 두께가 증가할수록 신호 증폭 능력은 높아지지만, 이온 이동 경로가 길어져 동작 속도가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로 인해 ㎑ 수준의 빠른 신경 신호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웠다.
POSTECH 정성준 교수 연구팀은 부경대 스마트헬스케어학부 송강일 교수,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권지민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이러한 OECT의 성능-대역폭 트레이드오프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유기 반도체 채널 내부에 3차원 나노 구조를 설계해, 전해질 속 이온이 채널 전 방향으로 침투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통해 채널 표면적을 넓히고 이온 이동 경로를 단축시켜, 채널이 두꺼워져도 높은 증폭 성능과 빠른 동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소자는 상용 전도성 고분자 PEDOT:PSS와 기존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제작됐으며, 신뢰성이 높고 대량 생산에도 적합한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를 유연한 박막 기판 위에 집적해 생체 삽입용 신경 프로브를 제작하고, 쥐 좌골 신경에 부착해 외부 자극에 따른 고주파 신호 측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실험 결과, 기존 평면 구조 채널 소자와 달리 3D 채널 소자는 ㎑ 수준의 미세한 말초 신경 신호를 정확히 검출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정성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OECT의 한계를 뛰어넘어, 생체친화적이면서도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라며, “특정 재료나 공정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기술과 결합하면 성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사업과 교육부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향후 이번 3D 채널 OECT 기술을 기반으로 정밀 신경 신호 측정과 차세대 생체 의료 기기 개발에 적용해, 신경 질환 연구와 치료 기술 혁신에 기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