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 15.1)’ vol.12, issue 33 표지 / 사진. 한국재료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KIMS) 나노재료연구본부 차현애 박사 연구팀이 친환경성과 저비용 공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고성능 방열 복합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계란 흰자 기반 단백질 발포법을 적용해 3D 구조의 산화마그네슘(이하 MgO) 방열 소재를 제작했다.
계란 흰자의 단백질 성분이 고온에서 부풀어 오르는 성질을 활용해 MgO 입자들이 촘촘하게 연결된 3D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열 전달 경로가 끊기지 않고 효율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이 구조 덕분에 기존 방열 복합체 대비 최대 2.6배 높은 열전도도를 나타냈으며, 열전도도는 17.19 W/mK에 달했다.
전자기기의 고성능화·소형화가 가속화되면서 발생하는 열은 장치 성능과 안전성에 직결된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열 관리 실패는 성능 저하뿐 아니라 화재, 폭발 등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정교한 열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핵심 요소는 열 인터페이스 재료(Thermal Interface Material, 이하 TIM)다. TIM은 열을 전달하는 필러를 고분자 재료에 혼합해 제작되지만, 기존 방식은 필러가 불규칙하게 분포해 열 전달 경로가 끊기거나 성능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필러 함량을 늘리면 가공 난이도와 비용도 증가했다.
연구팀은 단백질 발포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계란 흰자 단백질이 열을 가하면 부풀어 오르면서 MgO 입자를 규칙적이고 촘촘하게 연결시켜 3D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열 전달 경로가 끊기지 않는 고성능 방열 복합체를 제작할 수 있었다. 또한 에폭시 수지와 결합시켜 실제 응용이 가능한 복합체 형태로 제작함으로써 전자기기, 반도체 패키지, 고성능 서버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강점은 소재의 경량성과 저비용 공정이다. 산화마그네슘은 가볍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기존에는 알루미늄 산화물이나 질화물 기반 소재 대비 열전도 성능이 낮았다. 그러나 연구팀의 3D 구조 설계 덕분에 MgO 기반 소재임에도 기존 소재를 능가하는 열전도 성능을 구현했다.
본 기술은 국내 방열 인터페이스 소재 시장 자립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국내 TIM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000억 원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의 친환경·고성능 방열 소재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국내 산업계 경쟁력과 기술 독립성 확보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책임자인 차현애 선임연구원은 “단백질 발포 기반 공정을 활용하면 고열전도 소재를 친환경적·저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라며, “이번 연구는 경량 고성능 방열 소재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 15.1)’ 5월 28일(수) 게재 및 vol.12, issue 33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향후 기술 상용화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5G 통신장비, 서버, 반도체 패키지 등 다양한 고열 산업 장치에 본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친환경·저비용·고성능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향후 국내 방열 인터페이스 소재 산업뿐 아니라 글로벌 TIM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차세대 전자·전기·통신 산업의 열 관리 문제 해결과 고성능 장치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