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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차세대 무음극 전고체 전지 수명 향상 이황화몰리브덴 박막으로 수명 7배 상승 임승환 기자입력2025-06-23 10:12:50

스테인리스강에 이황화몰리브덴 박막 코팅 위해 유기화학기상증착 장비에 넣은 모습 / 사진.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이하 KRICT)과 충남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저렴한 2차원 소재인 이황화몰리브덴(MoS₂)을 활용해 무음극 전고체 전지의 수명을 7배 이상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고가의 귀금속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저비용 박막 기술로,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장벽을 낮췄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음극 전고체 전지는 음극이 없어도 리튬 저장층을 형성하는 구조로, 기존 전고체 전지보다 더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충·방전 과정에서 형성된 리튬 층이 고체 전해질과의 계면에서 불균일하게 성장하면서 수명이 급격히 단축되는 것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기존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 인듐 등의 귀금속 박막을 도입하는 방식이 사용됐지만, 소재비와 공정 복잡성으로 인해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금속-유기 화학 기상 증착법(MOCVD)을 활용해 스테인리스강(SUS) 전극에 나노 두께의 이황화몰리브덴 박막을 증착했다.


이황화몰리브덴은 충·방전 중 리튬과 반응해 몰리브덴 금속과 황화리튬(Li₂S)을 형성한다. 이 변환층은 음극과 고체 전해질 사이의 계면 안정화를 유도하고, 리튬 덴드라이트(수지상 결정) 발생을 억제한다. 결과적으로, 박막이 희생막처럼 작용해 리튬의 균일한 도금을 유도하고 전지의 수명과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실험에서는 스테인리스강 전극에 이황화몰리브덴 희생막을 도입한 경우, 약 3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이는 이황화몰리브덴 박막이 없는 기존 전극(95시간) 대비 3.2배 이상 긴 작동 시간이다. 초기 방전 용량도 136.1㎃h/g에서 161.1㎃h/g으로 약 18% 증가했고, 20회 충·방전 후 용량 유지율도 8.3%에서 58.9%로 대폭 개선돼 수명이 7배 향상됐다.


KRICT 연구진은 “이황화몰리브덴은 귀금속 대비 저렴하면서도 계면 안정화에 효과적인 희생막으로 활용될 수 있다”라며 “이 기술은 차세대 고안전·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KRICT 이영국 원장은 “본 연구는 전고체 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실질적인 진전이며, 향후 전기차·항공·국방 등 다양한 고에너지 응용 분야에서 기술적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2025년 4월, 재료과학 분야의 국제 권위지 ‘Nano-Micro Letters’에 게재됐으며,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2032년 상용화를 목표로 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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