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팀의 기술 성능 테스트 / 사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KIER) 에너지저장연구단 양정훈·이찬우 박사 연구팀이 수계아연전지의 주요 문제인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하는 ‘전자 스펀지(Electron Sponge)’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음극에서 전자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리 산화물 기반 나노입자 소재를 활용해 전지 내구성을 기존보다 3배 이상 향상시킨 것이 핵심이다.
수계아연전지는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이차전지로,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휘발성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화재 위험이 적고 친환경적이다. 또한 원재료와 제조 비용이 저렴해 대형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분야에서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금속 아연이 나뭇가지 모양으로 자라는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이 발생한다. 이 구조물이 분리막을 뚫고 양극과 접촉하면 쇼트(short)를 유발해 전지 수명을 급격히 단축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연구팀은 여러 후보 물질을 실험한 결과, 나노 크기의 구리 산화물이 아연에 대한 친화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규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 해당 나노입자는 충전 시 전자를 빠르게 흡수해 스펀지처럼 작용하며, 아연 금속이 고르게 평평하게 전착되도록 유도한다. 이로 인해 아연의 불규칙한 성장과 덴드라이트 형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방전 시에는 전자를 짜내듯 빠르게 방출해 아연 금속이 잘 녹아들도록 돕고, 음극 표면에 잔류하는 아연을 최소화해 덴드라이트의 성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연구팀은 이 기능을 전자 스펀지라 명명했으며, 계산과학을 통해 이 기술이 충전 시 에너지 손실도 줄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전자 스펀지 기술을 아연-폴리요오드 흐름전지에 적용한 결과, 2,500회 이상의 충·방전 과정에서도 덴드라이트가 형성되지 않았다. 기존 아연전지가 800회 충·방전 후 성능 저하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내구성이 3배 이상 향상된 것이다.
또한 충전 용량 대비 방전 용량 비율은 98.7%로 측정됐으며, 기존 기술보다 30% 이상 향상된 180Wh/L의 에너지 밀도 구현에도 성공해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KIER 양정훈·이찬우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고성능·고안정성 아연전지 개발에 중요한 기술적 단서를 제공했다”라며 “개발한 소재를 3.5㎾급 실증 전지 기술에 접목해 상용 규모에서 성능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IER 기본사업과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IF 14.7)’ 2024년 1월호에 게재돼 기술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