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로봇과 필드를 연결하는 사람들, 에스에프로보틱스(SFR) 안기탁 대표를 만나다 수중건설로봇, 농업로봇, 배관로봇 등 필드로봇 서비스 사업 궤도 올라 정대상 기자입력2024-09-24 10:22:51

사업이 성공하려면 시장이 요구하는 시기를 가늠하고, 거기에 맞춰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주)에스에프로보틱스는 농업이나 수중 건설, 배관 등 험한 환경으로 평가받는 필드에서 가시적인 성과들을 달성하며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주)에스에프로보틱스 안기탁 대표이사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로봇 연구자들이 개발해 온 필드로봇과 실제 시장인 필드를 연결하면서 필드로봇 시장의 개화를 도모한다. 
 

(주)에스에프로보틱스 안기탁 대표이사 / 사진. 로봇기술
 

(주)에스에프로보틱스는 어떻게 설립됐나요.
(주)에스에프로보틱스(이하 SFR)는 서비스(S)와 필드(F)를 뜻하는 회사 사명처럼 필드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대학 또는 연구기관에서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보유한 기술과 시제품을 사업화하도록 지원하는 여러 지원 사업 중에 ‘산·학·연 협력 기술창업법인 육성 사업‘이 있었는데, 대상기술로 로봇 전문 연구원인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하 KIRO)의 여러 필드로봇에 주목해 2021년 한국로봇산업협회 주관으로 사업모델 검토와 기획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로 2022년 9월 1일(목) SFR이 설립됐습니다. 

 

주요 사업 분야는 무엇인가요.
KIRO의 여러 필드로봇 기술을 분석하면서 가장 먼저 주목했던 기술은 배관로봇입니다. 사업은 언제나 시장이 요구하는 시기에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배관이 많은 우리나라 대형 플랜트들은 이미 30년 이상 가동해 왔고 40년 넘는 곳도 많아, 관련된 사고 위험성이 늘고 있는데 부식으로 인한 유출, 내부 적층물 제거 작업 중 질식 등 인사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과 맞물려 크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10년 이상 다양한 크기와 환경에서 운용되는 배관용 검사 및 청소로봇 기술과 시제품이 사업화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죠.

 

바다가 보이는 (주)에스에프로보틱스 포항 연구소


그러면서 해저케이블 매설 작업용 수중건설로봇과 비닐하우스용 농업로봇도 검토하게 됐는데, 오히려 이 두 분야에서 사업화 성과가 먼저 나타나는 상황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시장의 요구와 시기에 맞게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SFR은 세상에 없는 로봇을 개발하지는 않아요. 시장, 특히 험하다고 말하는 필드 분야에 로봇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현재 우리가 집중하는 필드는 수중 건설, 농업 그리고 배관 검사 분야이고, 이 안에서 우리는 해저케이블 매설, 비닐하우스 내 운반, 그리고 배관 검사 기술을 응용해 국방 포신 검사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보유한 기술 역량에 대해 알려주세요.
SFR의 본사 사무실은 KIRO 본원이 위치한 포항 POSTECH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대표인 저를 포함해 4명이 동분서주했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테마가 정해져 필드서비스팀을 모집하기 시작했어요. 다행인 것은 원천기술을 KIRO가 든든히 받쳐 주기 때문에 사업화를 위한 후속 개발과 시제품 생산에 주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동해 바닷가에 위치한 KIRO 안전로봇실증센터 3층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개발과 생산을 시작할 수 있었죠. 

 

(주)에스에프로보틱스 화성공장에서 안기탁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로봇기술


사업은 ‘시장을 두드리면서 나오는 요구사항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완벽한 솔루션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좋겠지만, SFR은 역할 분담을 하면서 차례로 인력을 확보했어요.


저는 경험과 네트워크로 현장을 가서 실태를 파악하고 반응 계획을 세우며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입니다. 빨리 대응하고 싶지만 부품 하나, 지그 하나 제작하는 데 외주 가공으로 일주일 이상 소요되는 것은 잠재적 문제였어요. 그래서 MCT 등 장비를 보유했지만 인력이 없어 미운용 상태이던 KIRO의 가공실을 운영하겠다고 나서 전담 인력으로 대응했습니다. 이후 가능성 검증을 요청받았던 농업로봇과 배관로봇의 시제품은 각각 3개월 만에 내놓았습니다. DARPA 챌린지에도 참석하신 바 있는 기술이사님을 모셨거든요. 


또 하나, 가장 중요한 이슈가 있습니다. 개발자가 서비스를 운용하면 자신이 개발한 장비에 대한 애착으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실제 필드에서 사용자가 작업할 때는 그냥 공구처럼 씁니다. 그게 데모와 실전의 차이죠. 정말 사용하기 쉽고 싸게 로봇을 제공하든가 전문 서비스팀을 운용하든가 해야 하는데 SFR은 필드서비스팀 구성을 선택했습니다. 포항까지 와서 일할 인력을 채용하는 게 쉽지 않지만, 특수 분야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면서 찾고 있습니다. 

 

(주)에스에프로보틱스 포항 연구소 현장은 온라인에서 360°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해저 케이블 포설 로봇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우리나라는 대형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통상 ‘조’ 단위의 대형 사업인데, 해상풍력발전 시 전력 공급을 위한 케이블이 해저에 가설됩니다. 수심이 얕은 곳은 가설 작업에 잠수부를 동원하는데요. 문제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작업난이도, 위험도 그리고 비용이 급상승하게 되죠. 그런 작업을 위해 수중건설로봇이 개발됐고, 심해 2,500m까지 잠수해 작업할 수 있는 URI-T(우리티)가 KIRO 소유로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 창원 앞바다의 섬으로 케이블을 매설하는 공사에 URI-T가 투입됐는데, 이때 SFR이 서비스하면서 사업성을 봤어요. URI-T에 달려 있던 유압 로봇 팔을 개발하면서 프로젝트 초기부터 참여했던 게 10년 전인데 필드 데모를 거치면서 성능 검증을 했고, 개선할 부분도 파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대형 프로젝트라서 기존의 업무와는 비용적으로 비교할 바가 안 되기 때문에 꼼꼼히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요. 투자를 알아봐야 하나 고심하던 차에 전남 영광 낙월 풍력단지 조성 사업에 URI-T를 투입하는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서해안이다 보니 수심이 그렇게 깊진 않지만, 그래도 평균 20m 해저에 케이블 매설하는 데 투입할 예정입니다. 

 

수중건설로봇 URI-T /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URI-T는 어떤 로봇인가요.  
URI-T는 해저케이블이 바닥에 내려앉으면 워터젯을 이용해 바닥을 파서 묻는 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수중로봇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기 쉬운 스크류 기반 무인잠수정이 아니라, 바닥에서 실제 작업을 하는 수중건설로봇이죠. 크기도 크고 무게만 23톤입니다. 해저에서는 중성부력을 감안해 0.5톤이 되도록 개발됐죠.


작업물을 조작하고 조류에 대항해 고정물을 잡는 용도로 7자유도와 5자유도의 유압 로봇 팔을 탑재했는데, 데모 때 고장 난 것을 현재 신규 부품으로 전면 교체 중입니다. 국산 유압 로봇 팔의 실전 투입 기록이 기대됩니다.

 


URI-T가 해저 케이블을 매설하는 모습 /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번 프로젝트가 지니는 의의는 무엇인가요. 
심해 해저케이블 매설 작업에 외산 장비와 서비스팀을 부르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예정이고요. 이후 지속적으로 예정된 대형 프로젝트에 SFR이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기대가 큽니다. 


SFR은 필드로봇을 개발하는 게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겁니다. 기술을 이해하고 있기에 자체 개조와 개선을 병행하겠지만, 전문적인 필드서비스를 로봇으로 제공하고 싶어요.


여담이지만, 대학 졸업 후 재직했던 POSCO 기술부 시절 경험인데 일본 엔지니어가 몇 주씩 파견 와서 같이 일하곤 했습니다. 그중엔 제 또래도 있었어요. 전공도 지식도 비슷하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친구가 앞서나가며 간격이 벌어지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필드전문가인 선배와 조직이 뒤에서 받쳐 주고 그 경험이 받는 급여로 증명되는가 싶었죠. 도면을 보고, 스펙을 보고 판단하는 기술적 능력보다 실제 필드를 겪으면서 쌓인 노하우가 훨씬 인정받는 게 현장이었습니다. “넌 해봤어? 난 해 봤어!”의 힘을 경험한 거죠. 


전 URI-T를 잘 운영하도록 교육하고 검증된 팀들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 팀이 나중에 해외 현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인정받으면서 필드서비스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우리는 이를 위한 더 많은 현장 경험과 기회를 접할 겁니다. 

 

이 외에 추진하고 있는 비즈니스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고난도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가 또 농업입니다. 대표적인 필드이기 때문에 관심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스마트팜에 적용하는 로봇기술을 노지까지 확대 적용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생각해 보면 농업로봇도 우연찮게 시작한 셈인데요, 결국, 필드에 대한 관심이 방향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운반 작업을 하는 농업운반로봇


경북 성주군은 전국 참외의 70%를 재배할 만큼 비닐하우스가 많습니다. 하우스 여러 동을 가진 소위 부농으로 보이는 곳은 한국 농장주 한 분 외에 외국인 작업자들만 있는 데가 많고요. 그런데, 가장 힘든 것이 50m 이상의 긴 고랑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며 뭔가를 나르는 작업이었습니다. 보편적으로 쓰이는 장비가 외발수레였는데. 로봇기술로 해결할 방법이 보였어요. 시제품으로 현장에서 데모도 성공적으로 했고, 지금 한창 사업화하고 있는데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SFR의 중·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서 해외 진출하는 것이죠. 유전 개발, 수중 공사, 산악 케이블 연결 등 대형 플랜트나 필드사업은 저에게도 영화에서나 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POSCO에서의 경험 그리고 SFR을 설립하기 전 사업 탐색 과정에서 이런 필드사업 분야에 명성을 쌓은 글로벌 기업과도 인연이 닿았고 여러 번 만남을 거쳐 해상풍력 분야 국내 시장 협력이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아직 SFR의 필드서비스팀이 경험을 쌓아갈 시간이 필요하므로, 필드로봇을 제공하고 서비스는 의뢰해서 같이 배우는 전략으로 육성하고자 해요.

 

모 글로벌 기업과 기술미팅을 나누는 (주)에스에프로보틱스 임직원들


그리고, 투자사로서 성장하는 목표도 있습니다. 포항강소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한 연구소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SFR은 또한 KIRO가 지분을 가진 신기술창업전문회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SFR은 직접 사업화하지만 자회사를 설립하는 간접사업화도 할 수 있고 창업보육센터의 설치 운영도 사업 범위로 합니다. 이는 적극적 투자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필드로봇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면 각 부문별로 독립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므로 주의 깊게 살피면서 그 목표를 이루고자 노력할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우수한 기술 개발에 기여한 연구자가 시장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고, 소위 엑시트 하는 경험도 맛보았으면 합니다. 저의 이런 바람이 곧 그 연구자들이 결실을 얻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추진하는 일도, 앞으로 하고자 하는 계획도 많다 보니 우려를 표하거나 미심쩍어하는 눈길도 있겠습니다만, 앞으로의 SFR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의견나누기 회원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