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이지가 개발한 롤 스태커 장치가 최근 국내 대기업 가전 공장에도 적용되면서 그 실효성을 입증했다.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자신의 아이디어가 현실에 구현되고, 또 그렇게 탄생한 장비가 현업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게임 체인저가 된다면 그것만큼 짜릿한 일이 어디 있을까. 본지에서는 (주)아이지의 롤 스태커 개발을 주도했던 김현수 상무를 만나 롤 스태커의 개발 배경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아이지 김현수 상무 / 사진. 로봇기술
스마트팩토리 전문 기업 (주)아이지(이하 아이지)가 롤 투 롤 생산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롤 스태커(Roll Stacker)’ 기술의 국제특허를 출원하고, 본격적으로 적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의 폴란드 가전 공장에 롤 스태커 장치를 성공적으로 투입하면서 그 실효성을 입증했다.
이번 롤 스태커 기술 개발을 주도한 인사는 아이지 로봇사업부의 김현수 상무다. 김 상무는 유명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사인 M社에 근무했을 적, 최초로 엣지 그라인더를 개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아이지에서 그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김현수 상무는 “라벨지부터 이차전지 극판에 이르기까지, 원자재가 롤 형태인 많은 제조 현장에서 롤 투 롤 방식의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종래의 롤 투 롤 생산 시스템은 하나의 품목을 대량으로 생산할 때 유리한 구조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롤 투 롤 생산 방식은 다품종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야 하는 현대 제조업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라며 “과거 CoF(Chip on Film) 장비를 설계하면서 전통적인 롤 투 롤 생산 방식이 현대 제조업의 수요와 상충한다는 점을 느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롤 스태커를 개발했다”라고 개발 배경을 전했다.
정보화 기술 탑재한 롤 스태커
모든 전통적인 롤 투 롤 생산 방식에서는 시작점에서 롤(소재)을 풀어내며 라인에 투입하고, 산출부에서는 반대로 롤을 말면서 회수한다. 김현수 상무는 이와 같은 방식이 다양한 품종의 생산 관리 스케줄링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고민 끝에 롤을 반대로 감아 회수하지 않고 투입한 방향 그대로 다시 산출하는 와인딩 방식을 고안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롤을 감으면서 동시에 풀어내는 자동화 장치가 바로 아이지의 롤 스태커이다.
아이지 롤 스태커 기술의 첫 번째는 롤을 감는 방식의 고안이었다. 롤에서 풀어낸 원자재를 투입했을 때, 내측 롤러와 외측 롤러에 롤이 감기는 방식을 이용해 롤에서 풀어낸 원자재가 같은 면을 바라보는 상태로 투입과 산출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이지 롤 스태커 라벨 자동화 장비 / 사진. 아이지
그 다음 과제는 이 감는 방식을 활용해 다품종의 롤 투 롤 작업 스케줄링이 가능하도록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개발된 것이 바로 롤 스태커 장치다. 아이지는 오키(OKI) 프린터를 활용해 대표적인 롤 투 롤 작업 중 하나인 라벨링 작업을 대상으로 이 개념을 실제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김현수 상무는 “롤을 감는 방식의 고안이 1단계였다면, 프린터가 인쇄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라벨링 작업을 수행하는 현재의 롤 스태커 장치를 2단계 기술로 평가할 수 있다. 지금 롤 스태커 장치가 적용된 롤 투 롤 생산 현장에서는 라벨 인쇄를 진행하면서 A, B, C 등 각각의 품목에 적합한 라벨을 바코드나 QR코드로 확인해 해당하는 부분에 자동으로 부착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롤을 감는 방식, 이를 이용해 인쇄와 라벨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장치의 개발을 각각 1, 2단계 롤 스태커 기술로 본다면, 최근 국내 대기업의 폴란드 가전 공장에 적용된 시스템은 3단계 롤 스태커 기술로 볼 수 있다. 김현수 상무는 “3단계 롤 스태커 기술의 핵심은 정보화 기술이다. 생산 라인에서 프린트에 인쇄를 명령하고, 인쇄 명령에 대한 정보를 아이지가 구축한 SCADA로 전달하면, SCADA에서 이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투입 정보와 라인 끝단의 정보를 대조하면서 수량을 컨트롤한다. 또한 이 과정의 데이터를 MES와 연동함으로써 현재 라인의 정보와 매칭하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 도입된 아이지 롤 스태커 라벨링 시스템 / 사진. 아이지
이 같은 시스템의 강점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유럽 국가에 수출되는 TV를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제조사에서 생산하는 TV의 종류 자체도 원체 다양하지만, EU의 경우 품종에 따라 전용 에너지 라벨을 각각 구분해 부착해야 하므로 세분화한다면 수백여 개의 각기 다른 라벨을 생산된 TV에 분류해 부착해야 한다. 언제, 얼마만큼 제품을 생산할지 모르니 재고 라벨을 종류별로 항상 구비해야 하고, 부족하면 매번 인쇄 룸에서 새로 프린팅해 롤에 걸어야 되는 번거로움도 있다. 라인이 멈추는 상황도 비일비재할 뿐더러, 인력 의존도가 높은 만큼 휴먼 에러도 자주 발생한다. 인쇄 롤과 라벨을 상시 보관해야 하니 공간과 작업 인력 낭비도 적지 않다. 그런데 만약, MES에서 당일 생산해야 하는 수량에 맞춰 필요한 만큼 라벨을 인쇄하고, 지정된 품목에 정확하게 라벨 부착까지 자동으로 할 수 있다면 전술한 불편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즉, 아이지의 롤 스태커 장치가 MES상에서만 정리됐던 작업 계획을 실제 생산까지 연동해 그대로 구현하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아이지 롤 스태커
한편 김현수 상무는 “다음 단계로는 민감한 소재의 롤 투 롤 생산 라인에 롤 스태커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관련해 내, 외측 롤러에 에어 슬라이드를 적용하는 방식 등을 고민 중이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에 롤 스태커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공정 패러다임 변화의 시작점될 것”
김현수 상무는 “롤 스태커는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그 활용성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2차 전지 라인과 같은 대규모 롤 투 롤 생산 라인은 라인 길이만 20m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롤 형태로 말린 극판을 풀어 이 긴 라인의 끝단까지 전개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생산 중간에 라인을 멈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롤 스태커가 더 고도화되고, 민감한 소재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해지면 이러한 라인 상의 장치 또한 형태가 바뀔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기구개발자로서, 아무리 작은 걸음이라도 남들보다 먼저 한 발 내딛는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고, 보람이다. 현재 롤 스태커는 인쇄 및 라벨링 공정에서는 완전히 안착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롤 스태커를 더 많은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롤 스태커가 롤 투 롤 생산 공정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