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칼럼] 로봇 자동화 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바라본 로봇 교육의 발전 방향 씨디알시스템 안기탁 대표이사 "로봇 오퍼레이팅, 운전처럼 기능화되는 시대 올 것" 정대상 기자입력2024-07-25 10:18:09


(주)씨디알시스템 안기탁 대표이사 / 사진. 로봇기술

 

세계의 석학들이 인구 구조의 변화를 입 모아 말한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로봇’과 같은 헤드카피의 뉴스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는데, 지금은 ‘제조업 인력난’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생률부터 노동 환경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이제 더는 제조업 분야의 인력 이탈과 고령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바꿔 말하자면, 로봇 자동화의 가속화가 필수불가결한 시대이다. 


로봇 자동화 시장의 관점에서, 지난 10년 동안 바뀐 것은 시스템 도입에 대한 인식 차이뿐만이 아니다. 로봇산업의 볼륨이 커졌고, 서비스로봇에 방점을 뒀던 정부의 지원사업이 제조로봇 분야까지 골고루 확대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국산 로봇 제조사가 다수 등장했다는 점이다. 유럽과 일본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수직다관절로봇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업들이 생겼고, 협동로봇과 같은 몇몇 분야는 국내 기업들 간에도 각축이 벌어질 정도로 여러 제조사들이 탄생했다. ‘로봇기업의 코스닥 상장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것도 옛말이다.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로봇과 AI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게 하나의 전략이 됐고, 대기업들도 여러 형태로 로봇 제조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노동 현장의 로봇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 사용자의 여러 선택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로봇 제조사의 등장, 로봇 자동화에 지원을 확대해나가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 마치 온 우주가 로봇 자동화를 강요하는 것만 같은 이 시점에,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로봇 오퍼레이팅 교육이 필요한 시대
“내가 만날 로봇파트너가 최선의 솔루션을 제공할 확률은 얼마일까?”
“나에게 로봇시스템을 구축해 준 담당자는 현장을 잘 이해하고 최고의 셋업을 해주었는가?”
“내가 도입한 로봇 시스템은 과연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최대 활용도를 보이고 있을까?”

 

(주)씨디알시스템(이하 씨디알시스템)을 창업하면서 항상 화두로 삼았던 질문들이다. 로봇 제조사나 시스템 공급사에 이 질문을 했을 때, 안타깝게도 명확하게 답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그 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온 사용자들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들은 로봇 자동화 시스템에 문외한이거나 심지어 관찰자의 입장인 경우가 많다.


로봇은 도구일 뿐,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로봇은 잘 사용했을 때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는 도구이다. 동일한 로봇으로 똑같은 작업을 자동화해도 오퍼레이터 역량에 따라 사이클 타임이 차이나는 일은 현장에서 흔하다. 그래서 현장을 잘 아는 로봇 오퍼레이터가 중요하다. 


씨디알시스템을 창업하기 전, 2023년에 상장한 뉴로메카에 재직하면서 임직원들이 합심해 국내 최초로 협동로봇 국산화 및 상품화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 COO 겸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협동로봇 개발 단계부터 양산까지 겪으면서 다양한 사이트의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당시의 경험은 로봇 자동화 산업에 대한 나의 관점을 정립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그중 하나가 바로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바로 그 현장에 로봇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RwRP로 ABB 다관절로봇과 뉴로메카, 유니버설로봇 협동로봇 등 이기종의 로봇 및 자동화 구성요소를

통합할 수 있다. / 사진. 로봇기술

 

결국 현장에서 계속 로봇과 함께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사용자이다. 또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것도 사용자이다. 그래서 현장에는 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로봇 제조사가 아무리 로봇을 잘 만들어도 결국 사용하는 고객들이 교육을 받지 않으면 시장 확산은 요원하다는 한계를 느꼈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씨디알시스템 창업을 결심했다. 우리 회사의 로봇 교육 비즈니스 모토가 ‘로봇을 누구나 쉽게,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게’인 것도, 이 슬로건 아래 RwRP(Robot with Real Program)와 같은 솔루션을 개발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고가의 키오스크나 커피머신 없이 QR코드로 커피를 주문하는 데모 시스템. 협동로봇과 일반 커피머신 등 여러 구성요소를 RwRP로 통합했다. / 사진. 로봇기술


RwRP는 로봇 오퍼레이팅 교육 시 디지털트윈 기반 물리시뮬레이터를 접목함으로써 실제와 100% 동일한 결과를 얻는 기술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교육생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로봇을 티칭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100% 실제 로봇 티칭 결과와 동일한 모션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는 교육생들에게 로봇의 조작법만 가르쳐주고 특정 미션을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형태의 교육이 가능하다. 일례로, 교육생들에게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꺼내 핸들링하는 미션을 줬을 때 각각의 학생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여러 방식으로 로봇을 티칭하고, 점점 사이클 타임을 줄여나간 사례도 있다.

 

같이 교육을 받는 동료 교육생들이 서로 동기 부여를 하면서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사이클 타임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는데, 만약 실제 로봇이었다면 미숙한 티칭으로 실습용 로봇이 파손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생들에게 창의력을 가지고 마음껏 티칭하라고 지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는 RwRP 기술이 여러 제조사의 이기종 로봇을 다수 운영하는 기술로 발전하면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단계이다. 또한 실물 로봇을 교구용으로 사용하기에 자금적 부담이 있는 교육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하드웨어 한계를 탈피함으로써 부담 없이 로봇 오퍼레이팅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 사진. 씨디알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운전면허와 로봇 오퍼레이팅
수능시험이 끝나면 전국의 운전면허학원들이 복작복작하다. 우리나라는 고3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치고 대학에 가기 전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게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하고 있다. 자가용을 가진 학생은 아주 극소수지만, 대부분 운전면허학원을 등록한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 6월말 기준 자동차 누적등록대수가 약 2,600만 대에 육박했다. 인구 두 명 당 차 한 대는 가지고 있는 셈이다. 2020년 이후로 그 추이는 급격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요컨대, 지금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운전을 하게 될 확률이 높은 셈이다. 


로봇 오퍼레이터 교육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운전면허는 ‘기본적으로 따야 하는’ 자격증이 됐다. 운전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 능력이 기본 소양이 되게끔 사회가 변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로봇 오퍼레이팅 교육이란 단지 지금 로봇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차일피일 미뤄 둘 사안이 아니다. 전술했던 바와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산업 분야에서 로봇 자동화의 도입은 강요될 것이고, 로봇 오퍼레이터의 보유 유무는 제조업체의 경쟁력과 직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단 제조업체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카페 알바생도, 치킨집 사장님도 로봇을 배워야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렇다고 높은 임금을 주고 우리 현장을 모르는 로봇 오퍼레이터를 고용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결국, 로봇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도 부담 없이, 쉽게 로봇 오퍼레이팅 역량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QR코드로 주문한 커피를 들고 있는 안기탁 대표이사 / 사진. 로봇기술

 

이론과 실습 아우르는 로봇 오퍼레이팅 교육 제안
얼마 전 인도네시아 스마트제조4.0 주관기관 및 대학, 기업과의 미팅 관계로 현지 출장을 다녀왔다. 씨디알시스템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싱가포르 소재의 글로벌 직무교육 기업 SG Expert Pte. Ltd.(이하 SG Expert)의 요청 때문이다.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직무 능력 함양 교육 커리큘럼을 보유하고 있던 SG Expert였으나 로봇 교육 커리큘럼이 없던 상황에서 우리 회사의 RwRP 솔루션과, 이를 이용한 로봇 오퍼레이팅 교육 커리큘럼에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협력을 시작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 직무함양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SG Expert에 우리의 로봇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형태인데, 인도네시아 교육부에서 우리 회사의 로봇 오퍼레이팅 커리큘럼에 관심을 보이면서 급작스럽게 발표 자료를 준비해 인도네시아 현지로 출발했다. 막상 현지에 도착하고 보니 약 3시간 30분에 달하는 발표 세션과 함께 사전에 없던 대학 방문 발표와 부스까지 준비된 미팅들이 마련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안기탁 대표이사가 인도네시아 치카랑에서 기술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씨디알시스템


SG Expert는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로봇은 실습이 꼭 필요한 학문이다. 그런 이유로 현재는 실습공간을 구축하는 부분까지 사업 볼륨을 키우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로봇 오퍼레이팅 교육을 수료한 교육생들이 현지 또는 가까운 싱가포르에 구축될 실습시설을 방문해 과정을 마무리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 교육생 중 희망자를 선발해 최종적으로는 한국에서 실습 교육까지 수료하는 3단계 레벨의 커리큘럼을 구상 중이다.

 

국내 실습의 경우 이미 한국과학기술대학교와 한국공대 등 실습 가능한 하드웨어 플랫폼이 있는 국내 교육기관과 MOU를 체결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SG Expert의 영향력이 미치는 다른 나라까지 로봇 오퍼레이터 교육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안기탁 대표이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학 방문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씨디알시스템


우리나라에서 로봇 자동화 시스템의 필요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로봇산업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고 있으며, 로봇 교육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그런데 정작 로봇을 사용해야 하는 사용자 교육, 즉 로봇 오퍼레이팅 교육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미지근한 듯싶다. 로봇 오퍼레이팅 교육을 받으려면 현업에 뛰어들어 도제식으로 기술을 배우거나, 전문학과에 진학을 하거나, 직업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구조이다.


이에 씨디알시스템은 로봇 오퍼레이팅 교육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국내 로봇업계에 알리는 동시에, 우리나라보다 로봇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먼저 우리의 교육 커리큘럼을 성공시킴으로써 국내 로봇 교육이 발전해나가야 할 방향을 제안할 계획이다.  

의견나누기 회원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