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내 반도체 산업이 다시 한 번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기간산업인 반도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여러 전후방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엔드유저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정의 완전 무인화를 천명하면서 로봇기업들 또한 단단히 대비하는 모양새이다. 본지에서는 2024년도 반도체 시장에 대비하는 로봇기업들의 주요 제품을 취재했다.
사진. 스토브리코리아
반도체 공정 자동화 요구 증가
올해 2월, 반도체 분야 최대 엔드유저인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반도체 전·후 공정을 완전 무인화로 전환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앞서 삼성전자 김희열 TSP(테스트앤시스템패키지) 총괄 팀장은 ‘2023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장비 재료 혁신 전략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 패키징 팹이 소재한 천안과 온양에 세계 최초로 무인화 라인을 구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공정은 웨이퍼를 제조하고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과 칩을 패키징하는 후공정으로 구분된다. 알려진 바로는 삼성전자의 경우 전공정이 90% 이상 무인 자동화를 달성한 반면 후공정은 20~30% 수준으로 예상된다.
하이윈코퍼레이션 웨이퍼 이송 로봇 / 사진. 로봇기술
반도체 공정, AMR 수요 증가 기대
반도체 공정의 자동화 요구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패키징 장비 제조사와 로봇기업 간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관련해 로봇기업들 또한 다양한 신제품과 기술을 장비 제조사에 어필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31일(수)부터 2월 2일(금)까지 열렸던 2024 세미콘코리아에서는 이 같은 모습이 특히 두드러졌다.
라온테크, 로봇앤드디자인 등 반도체 분야 로봇을 대표하는 웨이퍼 이송 로봇 부문의 전통적인 강자들 외에 특히 주목할 부분은 AMR 관련 기업들이다. 엔드유저가 반도체 공정 무인화를 천명한 만큼, 공정 간 이송을 위해 AMR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오랫동안 최첨단 공정을 구현하는데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던 반도체 분야에서 아직까지 자동화가 구현되지 않은 작업들은 상대적으로 난이도나 중요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OHT / 사진. SK하이닉스
현재 팹 공정 내에서는 OHT(Overhead Hoist Transport)가 천장의 레일을 타고 풉을 이송하지만, 공정을 마무리한 뒤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공정 간 이송은 사람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반도체 시장을 겨냥하는 국내 주요 AMR 업체들이 오래 전부터 매니퓰레이터를 탑재한 AMR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생산직의 주요 업무는 크게 장비 운용과 웨이퍼 운반으로, 특히 풉을 든 채로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다 만약 풉을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큰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 24시간 교대 근무로 이뤄지며, 기본적으로 서서 근무하기 때문에 작업자가 느끼는 피로도가 높다. 매니퓰레이터 타입 AMR은 공정 간 이송을 자동화함으로써 이 같은 작업자의 피로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AMR 겨냥한 제우스의 전용 매니퓰레이터
일반적으로 매니퓰레이터 타입 AMR을 구성할 때 대부분 협동로봇을 AMR 상부에 탑재한다. 그러나 기성 협동로봇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축의 수나 가반하중, 암 리치를 자유롭게 설정하기 어렵고, 어떤 경우에는 로봇의 작업 반경이 AMR의 면적을 벗어나 주변 설비에 간섭하기도 한다.
제우스의 AMR 전용 매니퓰레이터를 탑재한 이송 로봇 / 사진. 로봇기술
제우스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MR에 특화된 산업용 로봇을 새롭게 출시했다. 제우스의 로봇 브랜드 제로(ZERO) 시리즈는 모듈화된 관절과 48V로 구동하는 산업용 로봇이라는 특징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배터리 구동하는 AMR과의 통합에 매우 유리하다.
제우스가 이번에 출시한 로봇은 매니퓰레이터 타입 AMR을 구성할 때 몇 가지 특징적인 강점을 지닌다. 먼저 사용자가 원하는 구조와 설계로 빠르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풉을 옮기기만 할 때는 4축으로, 틸팅까지 필요한 경우에는 6축으로 구성하는 등 AMR에 최적화된 맞춤형 매니퓰레이터를 설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콤팩트한 시스템 구성이다. 제우스는 손바닥만 한 MCS(Motion Control System) 모듈과 I/O 모듈만 탑재하면 별도의 로봇 제어기 없이 AMR이 매니퓰레이터까지 제어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안전성이다. AMR은 이미 주변에 작업자가 주변에 다가오면 멈추고, 멀어지면 다시 가동하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때 매니퓰레이터도 함께 작업 중지 명령을 수행한다. 충격을 감지해 멈추는 방식이 아니므로 완전 무인화 공정에서는 더 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제우스는 이와 관련한 사용자 인증도 받았다. 이 외에도 가반하중 측면에서의 강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20㎏ 이상의 가반하중을 지닌 협동로봇은 대부분 팔레타이징 작업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겨냥해 출시되는데, 그 부피가 상당해 AMR 상부에 탑재하기가 어렵다. 반면 제우스의 AMR 전용 매니퓰레이터는 스탠다드한 협동로봇(가반하중 5㎏)과 비슷한 사이즈로 30㎏의 무게까지 들 수 있다. 또한 가반하중에 따라 가격대가 크게 높아지는 협동로봇과 달리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콤팩트한 MCS 모듈(가운데)과 I/O 모듈(오른쪽)만 탑재하면 별도의 로봇 제어기 없이 AMR에 통합할 수 있다.
/ 사진. 로봇기술
이 로봇의 주요 고객사는 AMR 제조사나 AMR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 업체로, 해당 업체들이 기성 로봇에 맞춰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엔드유저의 입맛에 맞는 AMR 시스템을 제안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로봇 시스템 기업들, 반도체 시장 주목
종합 자동화 기업 삼익THK는 이 같은 업황의 변화에 대응해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준비해왔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담당하는 삼익THK 디바이스 부문 솔루션사업부는 미르(MiR) AMR과 유니버설로봇을 이용한 매니퓰레이터 타입 AMR 시스템으로 풉이나 카세트 등을 반송하는 데모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회사는 올해 세미콘코리아에서 AMR을 이용한 풉 반송 시스템과 웨이퍼 이송 로봇, 그리고 LMS(Linear Magnetic Moving System)를 복합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LMS는 일본 THK와 삼익THK가 올해 2분기에 정식 출시할 제품으로, LM가이드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꼽히는 THK가 출시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LM가이드는 마그네틱 기술, 리니어 제어 기술과 함께 LMS의 핵심 기술로, THK는 이 기술을 활용해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고 정밀한 순환 모션을 구현했으며, 제품 라인업 또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024 세미콘코리아에 참가한 삼익THK / 사진. 로봇기술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이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상황이며, 나아가 엔드유저의 무인화 의지가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 무인화 구축 과정에서 비단 로봇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시스템과 장비가 요구되므로 삼익THK의 다양한 솔루션을 업계에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인아텍의 매니퓰레이터 타입 AMR 시스템 / 사진. 로봇기술
한편 인아텍&코포 또한 올해 반도체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미르 엑설런트파트너에 선정되면서 AMR 시스템 분야의 경험을 인정받은 인아텍&코포는 풍부한 자동화 성공 사례로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인아텍&코포 관계자는 “글로벌 AMR 제조사 미르는 전 세계의 파트너사 중 매출 기준으로 최상위권에 포진한 일부 업체를 선정해 엑셀런트파트너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당사는 2022년 전 세계 미르 파트너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매출액을 달성하면서 지난해 미르 엑셀런트파트너에 선정됐는데, 아시아에서는 인아텍&코포가 유일하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로봇기업들도 韓반도체 시장에 집중
대한민국은 자타공인 반도체 강국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해외 로봇기업들도 국내 반도체 시장의 업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슬림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하이윈코퍼레이션의 EFFM / 사진. 로봇기술
대만에 본사를 둔 하이윈코퍼레이션은 2024 세미콘코리아 현장에서 웨이퍼 이송 로봇과 EFFM, 초박형 DD모터와 같이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EFFM은 2024 세미콘코리아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이다. 웨이퍼 이송 로봇, EFFM과 관련해 하이윈코퍼레이션이 국내 시장에서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셀링 포인트는 적극적인 커스터마이징 지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표준 웨이퍼 이송 로봇 외에도 고객사가 요구하는 바에 대한 빠른 커스터마이징 지원을 위해 본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또한 충분한 수요가 예상되고, 기능적으로 우수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발전시켜 양산하는 부분도 연구 중이다.”라고 전했다.
하이윈코퍼레이션의 DD모터를 활용한 데모시스템 / 사진. 로봇기술
한편 최근 하이윈코퍼레이션이 중점 홍보하고 있는 DD모터는 이미 반도체 검사 장비 등의 분야에서 납품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세미콘코리아에서 중공 220㎜, 높이 22㎜의 초박형 DD모터를 출품했는데, 하이윈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초박형 DD모터는 하이윈코퍼레이션이 자부심을 가지는 제품으로, 중공 사이즈 기준 240㎜까지 지원하며 현재 320㎜의 중공을 지닌 DD모터도 개발 중이다”라며 “얇으면서도 중공이 큰 DD모터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례로 DD모터 둘레에 레이저 스캐너를 탑재하고 웨이퍼를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검사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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