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Special Interview] 엔케이알(NKR) 이명학 팀장 "로봇 응용 기술 국산화로 새로운 로봇 자동화 장르 열어" 집요한 무형 기술 국산화 의지, 다관절로봇 한계 넘어선 직선 궤적 반복도 구현 성공 정대상 기자입력2023-12-22 13:30:47

손자병법에서 병법36계 중 제15계인 조호리산은 적이 유리한 지형에서 싸우는 것은 곧 패배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승리를 위해서는 아군이 유리한 지형에서 싸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국 로봇산업을 대입해보면, 세계 로봇강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내 로봇업계가 잘하는 분야에서 경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엔케이알(주)은 그 단초를 로봇 응용 기술에서 찾았다. 최근 회사는 로봇 응용 기술과 관련해 그간 끈질기게 연구하고, 파고들었던 최신 성과를 공개하면서 다시 한 번 국내 로봇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엔케이알(주) 이명학 팀장 / 사진. 로봇기술


륭한 요리란 좋은 재료와 쉐프의 노하우가 담긴 레시피로 이뤄진다. 이때 같은 재료라도 누가, 어떤 레시피로 조리하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누군가의 메뉴는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되기도 한다. 로봇 자동화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혁신적인 로봇 시스템은 잘 만들어진 로봇과, 그 로봇으로 남들보다 우수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는 응용 기술이 융합될 때 탄생한다. 


한국은 일본, 유럽과 비교해 산업용 로봇 제조 역사가 짧고, 모터나 드라이브, 감속기, 엔코더와 같은 하드웨어 핵심 기술에서 외산 의존도가 높다는 아킬레스건을 지니고 있다. 반면 잘 만들어진 로봇 하드웨어를 활용해 온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로봇 응용 기술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를 논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는 인공지능과 비전, 소프트웨어와 같은 로봇 관련 무형 기술 국산화를 위한 국내 로봇업계의 피땀과, 고객사가 원하는 응용 기술을 더 빠르게 개발·적용하기 위한 로봇SI업체들의 밤낮 없는 노력이 어우러졌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로봇 솔루션 전문 기업 NKR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Normal Korean Robotics’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이 회사는 한국의 로봇산업 구조에서 우리 로봇기업들이 세계와 경쟁하려면 같은 로봇으로 남들이 하지 못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창사 이래 이 회사가 업계에 선보인 여러 독자적인 로봇 응용 기술에서 잘 알 수 있다.

 

엔케이알(주) 회사 전경 / 사진. 로봇기술

 

‘직선 궤적’ 정복하는 다관절로봇 
엔케이알(주)(이하 엔케이알)은 점차 첨단화되는 공장자동화 현장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 사용 기술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회사는 이와 관련된 몇 가지 혁신적인 로봇 응용 기술을 새롭게 공개했는데, 그중에는 업계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영역의 기술도 있다. 대표적으로 ILC(Iterative Learning Control, 반복학습제어) 기술을 예로 들 수 있다. 


복잡다단한 시스템이 완벽하게 맞물려 구동해야 하는 첨단 공정 중에는 도포, 검사와 같은 직선 운동에서 높은 수준의 궤적 정밀도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엄격한 포지션 정확도를 요구하는 이 같은 공정에서는 일반적으로 다관절로봇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억 원을 호가하는 유닛을 사용한다. 엔케이알의 ILC는 이 유닛을 다관절로봇으로 대체할 수만 있다면, 공정 기술 영역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가 탄생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엔케이알 이명학 팀장은 “지금까지 모든 다관절로봇의 직진 정밀도 스펙은 기구, 환경, 제어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0.100㎜ 이하를 달성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엔케이알은 다관절로봇의 직진 정밀도 스펙을 극단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로봇 응용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현재 ±0.027㎜까지 직정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라고 밝혔다. 

 

엔케이알(주)은 ILC 기술과 레이저 트래커를 이용해 다관절로봇의 직진 정밀도를 ±0.027㎜까지 끌어올렸다.

/ 사진. NKR


이 기술의 핵심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이다. 이명학 팀장은 “먼저 작업 공간에 티칭 기록을 하고 기록된 티칭 값으로 첫 사이클을 가동한다. 이때 보상 값이 적용되지 않은 첫 사이클에서 발생한 결과 값을 별도의 레이저 트래커로 수집하고,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실시간으로 로봇에 피드백함으로써 개선된 결과 값을 도출하는 것이 이 기술의 요체”라며 “최대 10사이클 반복 동작으로 다관절로봇의 직진 정밀도 스펙은 ±0.027㎜까지 향상된다. 주목할 부분은 이 같은 반복 학습 제어 애플리케이션은 별도의 PC 없이 로봇 컨트롤러에서 직접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10분 이내로 셋업을 완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저비용으로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 실현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ILC를 적용해 다관절로봇의 직진 정밀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궤적 데이터 결과 값을 파악하기 위한 레이저 트래커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문제는 기존에 상용화된 레이저 트래커의 비용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에 엔케이알은 고가의 상용 레이저 트래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저가형 레이저 트래커를 자체적으로 개발, 특허를 출원함으로써 전반적인 코스트 다운을 실현했다. 


한편 이명학 팀장은 “엔케이알은 ILC을 기반으로 그간 로봇 메이커들이 실현할 수 없었던 고정도의 다관절로봇을 확보하게 됐다. 현재의 스펙에 만족하지 않고 직진 정밀도를 더욱 올리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향후 첨단 수준의 직진 정밀도를 꾸준히 요구하는 수요 애플리케이션에서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OBOT VISION & MOBILITY
산업용 로봇 응용 기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가 바로 비전기술과 이동성이다. 엔케이알은 ILC와 함께 비전과 이동성, 두 가지에 대한 로봇 응용 기술을 함께 공개했다. 

 

엔케이알(주)은 소프트웨어 기술로 구현한 고 정밀도 비전 기능을 로봇 컨트롤러에 탑재했다. / 사진. NKR


이명학 팀장은 “자체적으로 구성한 카메라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해 전 세계 1위 머신비전 메이커와의 성능 비교 테스트에서 명확한 우위를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엔케이알 비전 기술의 핵심은 로봇에 비전을 탑재했을 때, 로봇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보정하는 것으로, 특히 로봇의 위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영역을 각각 개별적으로 편차를 조정함으로써 정밀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이명학 팀장은 “상용 머신비전 브랜드의 경우 각 캘리브레이션 편차에 대한 평균치를 활용하는 반면, 우리는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캘리브레이션 포인트를 개별로 쪼개고, 포인트별로 편차를 일일이 보정해 결괏값을 도출하기 때문에 정밀도가 더 높다”라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전 로직을 로봇 컨트롤러에 통합함으로써 하나의 CPU로 로봇과 비전을 모두 제어한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엔케이알의 비전 기술이 로봇 컨트롤러를 기반으로 한다면, 이동성 확보를 위한 AGV/AMR은 범용 컨트롤러를 활용한다. 주목할 부분은 6축의 다관절로봇과 AGV/AMR의 바퀴, 그리고 PLC를 하나의 CPU로 통합한 통합형 제어기라는 점이다. 현재 고객사 현장에서 AGV 타입에 대한 구동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올해 중 AMR 타입까지 구현할 계획이다. 

 

CPU 하나로 AGV와 다관절로봇, PLC를 모두 제어하는 엔케이알(주)의 통합 제어 기술 / 사진. NKR


한편 이명학 팀장은 “엔케이알은 하나의 화두에 깊게 몰입하고, 끈질기게 매달리면서 고객사가 요구하는 로봇 응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무형 기술의 국산화로 대한민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진정한 로봇강국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의견나누기 회원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