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화)부터 19일(토)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2023 국제 플라스틱·고무산업전(이하 KOPLAS 2023)’은 로봇이 대세화되고 있는 플라스틱 산업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미 이 시장은 직교형 취출로봇에 국한되지 않고 다관절로봇과 비전, 인공지능, AMR을 아우르는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 흐름은 이번 KOPLAS 2023 현장에 수많은 로봇 시스템이 등장한 배경이다. 또한 2025년에 열릴 다음 KOPLAS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진플라임 전시부스 / 사진. KOPLAS 2023
몇몇 산업 분야는 전통적인 로봇SI와 다른 방식으로 로봇 자동화 시장이 성장한다. 예컨대 용접이나 사출성형 분야가 그렇다. 로봇을 아무리 잘 다루는 SI업체라도 용접기, 또는 여러 유틸리티 설비와 연계된 사출성형 공정을 모르면 쉽게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렵다. 설령 로봇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성공한다손 치더라도 로봇SI업체와 엔드유저가 생각하는 시스템 구축 비용에 대한 갭이 크다. 그런 이유로 이 시장에서는 해당 애플리케이션에 특화된 로봇을 이용하거나, 또는 그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솔루션 업체들을 중심으로 로봇 자동화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용접기 제조사가 로봇을 OEM해 공급한다거나, 사출기 주변기기 업체들이 엔드유저의 요구에 특화된 로봇을 직접 제작해 공급하는 식이다. 요컨대 로봇을 잘 아는 전문 기업이 아닌, 현장을 잘 아는 업체가 엔드유저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며 하나의 도구로서 로봇을 활용하는 형태로 시장이 발전하는 형국이다.
KOPLAS 2023에서 중국 보런트의 다관절로봇과 취출로봇을 선보인 에스엠텍 / 사진. 로봇기술
사출성형 시장의 경우 건조기, 제습기, 드라이어, 취출로봇과 같은 주변기기 공급사들을 중심으로 로봇 자동화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는 직교형 취출로봇이 아닌, 다관절 형태의 산업용 로봇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사출성형 주변기기 제조사 유일로보틱스가 로봇 및 스마트팩토리 기술력을 앞세워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사출성형뿐만 아니라 로봇 업계의 이목도 부쩍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14일(화)부터 19일(토)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2023 국제 플라스틱·고무산업전(이하 KOPLAS 2023)’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였던 아비만엔지니어링과 한양로보틱스를 비롯해 다크호스로 부상한 나우로보틱스 등이 자체 브랜드의 로봇 라인업으로 데모 시스템을 꾸렸고, 사출성형 로봇 자동화 부문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휴먼텍도 높은 SI기술력을 보여줬다. 또한 중국의 종합 로봇 메이커 보런트(BORUNTE)의 국내 총판인 에스엠텍, 직교형 취출로봇 시장의 글로벌 메이커인 스타세이키코리아, 유신코리아 등 쟁쟁한 브랜드들도 경합에 참가했다.
취출로봇과 EOAT 기술을 공개한 스타세이키코리아 / 사진. 로봇기술
700개사 참가, 5만여 명 내방
KOPLAS 2023이 열렸던 지난 5일간 킨텍스 전시장을 방문한 참관객이 무려 5만 명을 넘었다. 전시주최측이 발표한 공식 집계에 따르면, 출품사를 제외하고 순수 전시 관람을 목적으로 방문한 내방객이 해외 바이어 588명을 포함해 50,394명이다.
참가업체 규모는 함께 개최했던 2023 국제금형및관련기기전(이하 인터몰드코리아 2023)과 한국소재및복합재료장비전(K-Mtech 2023)을 합쳐 총 700개사 2,400부스 규모로 열렸다. 이번에 역대급 흥행에 성공한 아시아 최대 자동화 전시회 SF+AW 2023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성과이다. 참관업체 수와 부스 규모는 오히려 SF+AW 2023을 앞섰다. 2025년에 열릴 다음 KOPLAS에 로봇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로봇-플라스틱 두 업계가 주목한 나우로보틱스
사출성형 로봇 자동화 시스템 전문기업으로 시작해 종합 로봇 메이커로 도약한 나우로보틱스는 이제 플라스틱과 로봇 양 산업 분야에서 주목하는 기업이 됐다. 지난해 로봇 전문 전시회인 2022 로보월드에 참가하면서 로봇업계에 존재감을 과시했던 이 회사는 이번 KOPLAS 2023에서도 직교형 취출로봇과 스카라로봇, 다관절로봇 및 AMR 등 풍부한 로봇 라인업으로 참관객들의 발길을 모았다. 특히 회사는 인서트, 게이트 커팅, 팔레타이징, 적재 등 플라스틱 사출성형 이후 공정에 대한 자동화에 특화된 다관절로봇 뉴로-X(NURO-X)로 사출성형 로봇 자동화 수요를 공략했다. 뉴로-X는 직교로봇에 익숙해져 있던 현장작업자들을 위해 스마트폰의 앱 아이콘과 같은 형태의 UI를 구현했다. 이밖에도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MR을 콘셉트로 출시한 AI 기반 AMR 뉴고(NUGO)도 주목할 만한다. 지난 2022 로보월드에서 첫선을 보였던 뉴고가 현재는 유의미한 레퍼런스를 만드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다양한 산업용 로봇과 AMR을 전시한 나우로보틱스 / 사진. 로봇기술
나우로보틱스는 취출로봇과 다관절로봇, 스카라로봇 외에 최근 AMR 분야에서도 공급 사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 사진. 로봇기술
강력한 저력 보여준 아비만엔지니어링
아비만그룹은 이번 전시회에서 최대 부스 규모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비만엔지니어링과 그 그룹사들이 함께 하며 사출공정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및 로봇, 자동화 분야의 기술력을 부스에 고스란히 녹여냈다는 평가다.
유도썬스와 유도로보틱스가 합병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한 아비만엔지니어링은 KOPLAS 2023에서 신규로 출시한 다관절로봇 ART 라인업과 더불어 직교로봇, 협동로봇, 3D비전 등 고도화된 로봇 시스템 기술력까지 동시에 과시했다.
아비만엔지니어링의 신규 다관절로봇 브랜드 ART는 선회방향과 툴 회전 자유도에 제약이 없고 직관적인 직교 취출로봇과 동일하게 위치, 방향의 조작 및 설정이 가능한 특징이 있다. 이와 함께 3축 직교와 4축 관절 일체형 시스템으로 기존 직교 로봇에서 불가능했던 동작 자유도를 구현한 고속 고정밀 취출로봇 GIGA-PLUS는 골프 시연으로 참관객들의 흥미를 높였다. 또한 산업용 3D비전시스템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현한 스마트팩토리 테마존에서는 팔레타이징 및 디팔레타이징을 고속으로 자동 수행하는 시연과 크기와 모양이 다른 물체가 혼재된 환경에서도 원하는 물체를 골라낼 수 있는 피킹 시스템인 피스피킹(Piece Picking) 시연을 구현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아비만엔지니어링의 ART / 사진. 로봇기술
아비만엔지니어링이 선보인 피스피킹 데모 / 사진. 로봇기술
비만엔지니어링이은 3D비전 기술과 직교로봇, 협동로봇, AMR 기술을 통합해 각기 다른 색상과 크기의 박스를 팔레타이징-디팔레타이징하는 데모를 시연했다. / 사진. 로봇기술
첨단 기능에 집중한 한양로보틱스
이번 전시회에서 한양로보틱스는 다관절 로봇의 새로운 모습으로 참관객을 맞이했다. 인체감지, 화재감지 로봇 H6가 게이트 니퍼 커팅, 초음파 사상, 플라즈마 사상 등 후가공의 모습을 시연하며 로봇의 무한한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다. 여기에 라이다 센서와 AI를 통한 인체감지 기능과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화재감지 기능을 통해 안전성을 높임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한양로보틱스는 AI 음성인식 로봇, 비전 트래킹 및 모션 싱크 로봇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며 사출성형 자동화의 신기술로 호평을 받았다.
라이다와 센서로 작업자나 화재 위험을 감지하는 한양로보틱스의 로봇 시스템 / 사진. 로봇기술
비전 트래킹과 모션 싱크 기능을 선보이는 한양로보틱스의 H6 & H7 / 사진. 로봇기술
로봇SI 기술력 강조한 휴먼텍
휴먼텍의 진정한 경쟁력은 국산 사출기를 대표하는 양대 사출기 메이커의 전시 부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는 우진플라임과 LS엠트론 사출기의 로봇 자동화 데모를 꾸리면서 사출성형 분야에 특화된 강력한 로봇SI 기술력을 뽐냈다. 휴먼텍의 PET 프리폼 취출시스템인 HUPAC : PET Series와 IML(In-Mold Labeling) 및 비전 솔루션의 HUPAC : IML Series가 사출기 부스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구현했다.
휴먼텍 관계자는 “해당 기술은 제품의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한 다중 복합 작업을 정밀하게 수행해 고객의 리드타임을 단축시킨다. 또한 높은 수준의 반복 정밀도 재현 및 다양한 2차 자동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균일한 제품 생산이 보장되며,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와 작업 환경 개선 및 안전성 향상으로 고객 만족을 높일 수 있다.”라며 장점을 설명했다.
휴먼텍의 자체 브랜드 취출로봇 HERO 시리즈 / 사진. 로봇기술
우진플라임과 LS엠트론 사출기에 통합된 휴먼텍의 HUPAC 솔루션 / 사진. 로봇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