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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Focus] 'RO며든다' F&B시장에 스며드는 로봇기술 푸드테크와 로봇기술이 만들어가는 4차 산업 시대의 외식문화 정대상 기자입력2022-07-26 15:32:48

우리나라 로봇업계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F&B 시장을 겨냥한 로봇기술을 개발해왔다. 사실 이 분야는 정부의 지원과 로봇업계의 적극적인 연구·개발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실용화에 성공하지 못했던 ‘아픈 손가락’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푸드테크 바람을 타고 이 시장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로봇업계가 주구장창 문을 두드렸던 이 시장에,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참가하면서 이제는 “진짜 돈 되는 시장”이 돼 가는 모양새다. 

 

올해 CES 2022에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비전세미콘과 스토랑의 바이러스 프리 존(사진. 비전세미콘)


계 최대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를 개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22에서 2022년도에 주목해야 할 다섯 가지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푸드테크를 선정했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 분야에서 스마트공장을 확산시킨 것처럼 식품산업에서 푸드테크라는 새로운 메가트렌드를 부상시켰다. 식품가공산업, 외식산업, 식품유통산업을 포함하는 식품산업과 농림축수산업 등의 연관 산업에 AI, IoT, 빅데이터와 같은 ICT 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푸드테크는 사람들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주문한 음식을 로봇이 가지고 내 테이블 앞까지 온다거나, 대형 쇼핑센터 또는 전시장 등에서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는 일이 이제는 아주 낯선 경험만은 아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시흥시에 소재한 유명 중식당 ‘북경’에서는 로봇이 요리를 서빙한다. (사진. 로봇기술)


미국소비자기술협회는 오는 2027년까지 푸드테크 시장이 3,420억 달러(약 447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CES 2022에 처음으로 푸드테크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올해 박람회에서는 바리스타로봇에서부터 요리하는 로봇, 서빙로봇 등 F&B 시장을 겨냥한 수많은 로봇 시스템이 공개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각각의 개별 로봇 시스템이 아닌, 매장 전체를 로봇화한 ‘로봇 레스토랑’을 선보인 국내 기업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비전세미콘과 스토랑이 그 주인공이다. 비전세미콘은 F&B 분야에서 하드웨어부터 통합 관리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솔루션을 연구·개발하고, 공급하는 기업으로, 스토랑은 이 솔루션들을 통해 첨단화되고 안전한 먹거리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CES 2022에서 공개된 비전세미콘의 서빙로봇 및 바리스타 로봇(사진. 비전세미콘)

 

한편 비전세미콘과 스토랑의 로봇 레스토랑 시스템 ‘스토랑트’는 CES 2022에 이어 올해 5월 30일(월)부터 6월 2일(목)까지 개최했던 2022 독일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Mini Interview 바로가기 - 스토랑(STORANG)

 

F&B 로봇,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나
푸드테크가 부상하면서 프랜차이즈업계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서비스에 로봇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관심들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0년도 후반부터로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로봇업계의 입장에서는 F&B 시장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 로봇 개발이 아주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예를 들어 산업자원부(現산업통상자원부) 시절 기획됐던 로봇랜드 조성 사업에서 인천로봇랜드사업단은 무려 14년 전인 2008년에 로봇테마파크 내에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 레스토랑 콘셉트를 제안했다. 또한 2008년 7월 16일(수)에는 지식경제부(現산업통상자원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 SKT가 JW메리어트호텔에서 ‘Tomorrow City 로봇서비스 시스템 개발 사업 발표회’를 개최하고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과 시티 내에서 사람의 짐이나 커피를 옮겨주는 형태의 서비스 로봇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2014년에는 유진로봇이 조금 더 구체적인 서빙로봇 제품 콘셉트를 제안했다. CES 2014에서 유진로봇이 공개했던 ‘스마트 웨이터봇’이라는 이름의 로봇은 주문과 서빙을 동시에 수행하는 로봇으로, 로봇과 스마트기기 간의 호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KIST프론티어지능로봇사업단이 개발한 주방보조로봇 씨로스(CIROS)도 2010년도 초반에 국내 로봇업계의 눈길을 모았다. 2012 로보월드에서 공개됐던 씨로스는 오이를 썰어 샐러드를 만드는 주방보조용 양팔로봇이다.


한편 당시 일본과 유럽계 로봇들이 선점했던 제조용 로봇 분야 대신 서비스 로봇에 집중됐던 정부의 로봇산업 정책 기조가 맞물리면서 국내 로봇업계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F&B 시장을 겨냥했지만 기술적인 성과는 있었을지언정 실질적인 시장 개척에는 실패했다. 

 

F&B 로봇 시장이 부상하는 이유

긴 시간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로봇 플레이어들의 노력에도 실패했던 F&B 분야의 서비스 로봇 시장이 최근 로봇업계의 핵심 담론으로 부상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홍대 소재의 로봇 카페 & 바 ‘느티RO’에서는 로봇이 만든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사진. 로봇기술)

 

첫째로는 요소기술의 진보이다. 2010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기용 인터페이스 장비로 공개했던 키넥트(Kinect)가 로봇 연구자들에게는 비용 효율적으로 서비스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는 사실은 요소기술이 서비스 로봇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최근에는 센서, 통신, IoT,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과 같은 핵심기술들이 발전함에 따라 기술 수준은 고도화되고 가격은 저렴해지면서 과거 아이디어나 프로토 타입 수준에 그쳤던 서비스 로봇들의 상용화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이 기술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해 빠르게 표준화, 양산화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서비스 로봇 애플리케이션의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높여준다. 

 

로봇카페 비트(사진. 달콤커피)

 

두 번째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니즈가 부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로봇 분야는 인력이나 인프라, 대내외적인 이미지 등 여러 측면에서 협소한 산업 구조였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자동차나 조선, 반도체 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로봇이라는 키워드에 있어서는 산업보다 공상 과학물의 범주에서 접근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2008년 로봇산업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2011년 1월 1일부터 지식경제부 내 로봇팀이 ‘로봇산업과(現기계로봇과)’로 승격하고,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출범하면서 대중들에게 로봇을 알리기 위한 여러 활동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실제 서비스 로봇기업들이 제품을 팔아야 하는 수요처에서는 로봇기술이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시기였다. 당시 로봇 공급사와 각 산업별 수요기업을 묶어 분과별로 운영했던 로봇융합포럼도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후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이 같은 구조를 상당 부분 바꿔놓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로 로봇이 급부상하면서 여러 수요 시장에서 역으로 로봇기술에 대한 접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협동로봇의 포지션 확장
푸드테크가 국내에서 ‘핫키워드’가 되기 이전부터, 정확하게는 국내 시장에 협동로봇의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일부 로봇 공급사들은 F&B 시장에서 협동로봇이 지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용산 야미당의 식당에는 TM로봇이 튀김과 면 삶기를 담당한다. (사진. 로봇기술)

 

성수동 루덴스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레스토랑에는 뉴로메카의 협동로봇이 요리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사진. 로봇기술)

 

협동로봇은 직관적인 티칭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전통적으로 로봇 시스템 사업을 하지 않았던 많은 기업들이 로봇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이제는 엄연한 로봇의 한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했다. 생산성보다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초기에 이 시장에 뛰어들었던 플레이어들이 기대했던 만큼 빠른 확산세를 보이지는 못했으나, 사람과 작업 공간 공유가 가능한 조작이 쉬운 다관절 형태의 로봇이라는 강점이 커피를 내리거나 튀김을 튀기는 등의 작업에 적합하기 때문에 현재 국내의 여러 협동로봇 제조사 또는 공급사들이 F&B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한화, 두산,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와 같은 국산 협동로봇 제조사는 물론 올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유일로보틱스 또한 치킨을 튀기는 협동로봇 시스템을 연내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외에 협동로봇 공급 파트너사들이 자체적으로 F&B 시장을 겨냥한 시스템을 상품화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색 사례 - 대구치맥페스티벌에서는 로봇이 맥주를 따라준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동원테크의 비어박스에서

로봇이 따라주는 맥주를 마시고 있다. (사진. 동원테크)

 

여름과 페스티벌, 여기에 치킨과 맥주가 더해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올해 7월 6일(수)부터 10일(일)까지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이 열렸던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로봇이 맥주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스템 파트너사인 동원테크의 작품이다. 동원테크가 선보인 맥주로봇 ‘비어박스(Beer Box)’는 세계 최초로 NSF 미국 식품위생안전 인증을 받은 협동로봇이 위생적인 맥주를 따라준다.

 

로봇-프랜차이즈업계의 스킨십
2018년 1월 30일(화) 새빛둥둥섬에서 열렸던 로봇카페 비트(b;eat) 쇼케이스는 사실상 국내에서 로봇업계와 프랜차이즈업계가 함께 F&B 서비스 로봇 시장을 개척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인천공항의 주관으로 프랜차이즈 달콤커피와 로봇기업 덴소로보틱스가 함께 개발한 부스형 바리스타로봇 시스템 비트는 대중들에게 바리스타로봇을 친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같은 해 6월 5일(화)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탐앤탐스가 바리스타로봇 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이 외에도 제우스와 커피에반하다, 뉴로메카와 교촌치킨 등 소위 ‘메이저’라고 부를 수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과 로봇기업 간의 협력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로봇업계와 프랜차이즈업계의 협력은 긍정적인 시너지로 이어졌다. 직접 체험하지 못했던 서비스 영역에 대해 상상만으로 제품을 만들어냈던 로봇 공급자들은 실질적인 시장의 니즈를 파악할 기회를 얻었고, 막연히 “로봇이라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만 생각했던 수요자들은 객관적으로 로봇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그렇지 않은 역할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2018년 열린 로봇카페 비트(b;eat) 쇼케이스(사진. 로봇기술)

 

니즈에 맞춰 진화하는 바리스타 로봇

로봇기업과 프랜차이즈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하기 시작하면서 F&B 로봇 시스템은 보다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고려하며 발전하고 있다. 바리스타로봇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이다.
바리스타로봇 시스템의 형태는 크게 부스형과 라운지형으로 구분된다. 부스형 바리스타로봇은 상대적으로 양산이 편리하고 점주가 시스템을 운용하는 게 편리하며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정해진 표준 내에서 시스템이 구축되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영역이 적고 기존에 카페를 운용하던 점주의 경우 에스프레소머신을 포함해 사용하고 있던 기자재를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 반면 라운지 타입의 경우에는 기존에 매장을 운용하던 소상공인들의 인테리어나 기자재를 유지하면서 바리스타로봇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설치 시마다 로봇을 일일이 티칭해야 하고, 현 시점에서 완전한 무인 자동화가 쉽지 않으며, 직원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청소하거나 이동 중에 로봇을 건드릴 경우 발생하는 틀어짐을 예방할 방안이 있어야 한다. 

 

민트로봇은 바리스타로봇이 설치되는 환경, 즉 공간에 집중했다. 트렌디한 비스포크 무늬와 원목 소재로 마치 고급 가구와 같은 느낌을 구현했다. (사진. 로봇기술)


시장 초기에는 커피를 내리기 위한 모든 기자재를 구매해야 했던 부스형 바리스타로봇의 가격적 부담으로 인해 라운지형 바리스타로봇 시스템이 각광을 받기도 했으나, 소자본 창업이 주를 이루는 카페업계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5,000만 원선’의 부스형 바리스타로봇 시스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라운지형 바리스타로봇의 경우 명확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카페 업종의 특성 상 소규모 로봇이 다수의 매장에 도입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지기 되기 때문에 관리 운용 측면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커피를 내리는 속도가 피크타임의 수요에 따라가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라운지형 바리스타로봇의 경우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내리는데, 사실상 점심시간 등 특정한 시간대에 손님이 집중되는 카페 업종의 특성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플레토로보틱스의 부스형 바리스타로봇 해피본즈(사진. 플레토로보틱스)


반면 부스형 바리스타로봇 시스템 공급사들은 부스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로봇의 동선을 표준화함으로써 커피 제조 시간을 단축시킨다. 여기에 유동인구가 많은 밀집 지역에 자판기처럼 설치하거나 직원이 필요 없는 무인 매장 형태로 판매 영업 시간을 늘릴 수 있어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비용 회수 기간이 빠르다.


각기 장·단점이 있다 보니 두 형태의 장점을 융합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민트로봇과 솔텍로보틱스의 바리스타로봇 시스템이 도입된 부천의 로봇카페 ‘로보프레소’의 경우, 매장 오픈 시간에는 라운지 타입의 바리스타로봇을 운용하다가 매장을 마감하고 나면 마치 은행의 ATM기처럼 부스형 바리스타로봇이 가동된다. 

 

부천 로보프레소에서는 솔텍로보틱스의 라운지형 바리스타로봇과 민트로봇의 부스형 바리스타로봇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사진. 로봇기술)


한편 로봇 시스템이 아닌 커피의 향이나 맛과 같은 본질적인 요소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부스형 바리스타로봇 시스템 분야에서 풍부한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는 플레토로보틱스 관계자는 “커피를 추출하는 것은 단순한 반복 행동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는 고품질 원두, 올바른 블렌딩과 로스팅, 계절에 따른 온·습도, 분쇄된 원두의 입자 크기, 추출 시간, 물의 온도와 펌프 커버리지, 수압, 정수 필드와 같은 수많은 요소에 대한 경험이 농축돼 있어야 한다.”라며 “시중에 출시된 바리스타로봇들 중에서는 커피의 품질이나 맛 보다는 로봇이 컵을 핸들링하는 기능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제품들이 많이 있다. 이는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는 있으나 단발적인 구매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로,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커피의 맛과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Mini Interview 바로가기 - 플레토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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