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전기적 상전이를 보이는 물질 구현 모트트랜지스터 등 신규 소자로 응용 가능 최윤지 기자입력2019-01-08 09:29:57

성균관대학교 이재찬 교수, 위스콘신-매디슨 주립대 엄창범 교수 연구팀이 결정구조 변화를 동반하지 않고 순수 전기적 상전이(Phase Transition)를 보이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밝혔다.

 

서로 다른 상전이 온도를 가지는 이산화바나듐 이종 구조의 모식도

푸른색 원자(좌측 중앙)가 낮은 상전이 온도를 가지는 바나듐, 주황색 원자(좌측 상하)가 높은 상전이 온도를 가지는 바나듐이다.


상전이는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Phase)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강상관계 물질은 전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커서, 일반적인 도체나 반도체와 다른 독특한 특성이 있다. 특히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 상태에서 잘 통하지 않는 절연체 상태로 변화(금속-절연체 전이)할 수 있어 주목된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 반도체 소자처럼 여러 물질을 접합하지 않고 단일 물질만으로도 전원을 켜고 끄는 디지털 특성을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금속-절연체 전이 도중 전기적 특성뿐만 아니라 결정구조 변화도 동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조가 변화하면 전이 속도가 제한되기 때문에 고속으로 작동되는 소자로의 응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실험연구와 계산과학 연구를 통해 대표적인 강상관계 물질인 이산화바나듐(VO2)의 금속-절연체 상전에서 결정구조적인 변화와 전기적 변화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오직 전기적 변화만 일어나는 금속-절연체 상전이 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재찬 교수는 “이 연구의 접근법은 강상관계 물질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전기적 변화만을 이용하게 돼 반도체 트랜지스터보다 많은 전류를 빠르게 흐르게 하는 모트트랜지스터나 펨토초(10-15초) 단위의 전자 스위치 등 신규 소자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터지원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11월 30일(현지시각)자에 게재됐다.

 

계면 효과가 없는 이종 이산화바나듐 구조를 통한 금속-절연체 전이의 확인

 

★ 연구 이야기 ★

Q. 연구를 시작한 계기 및 배경은.
A. 강상관계 물질의 금속-절연성 상전이는 과학적, 응용적으로 매우 중요한 현상이다. 그중 이산화바나듐(VO2) 물질은 금속-절연성 상전이가 상온 근처에 일어나기 때문에, 그 전자소자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다만, 그 물리적 메커니즘이 아직 불분명했고, 더욱이 동반되는 결정구조변화가 그 관련 전자소자의 응용성도 약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Q. 연구 전개 과정은.
A. 서로 다른 상전이 온도를 갖는 이산화바나듐의 접합 구조를 설계하면 새로운 양자 상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새로운 접합 구조를 실험적으로 제작했다. 또한, 이 새로운 접합 구조에 대한 전기적, 결정구조적 상전이를 이론 계산으로 예측하고 실험적으로 관찰했다. 금속-절연체 상전이 과정에서 구조변화를 분리해 어떤 결정구조변화도 동반하지 않는 금속-절연체 상전이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Q. 연구하면서 어떤 장애 요소가 있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결)했는지.
A. 그동안의 통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이었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따라서 매우 다양한 실험적, 이론적 방법들을 동원했고 국제적인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마침내 결정구조변화를 가지지 않는 금속-절연체 상전이를 검증하는 한편 그 물리적 메커니즘도 이해할 수 있었다.

 

Q. 이번 성과는 기존과 무엇이 다른가.
A. 통상적으로 강상관계 물질의 상전이를 예측하고 능동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 연구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분명한 예측 및 설계를 통해서 진행됐으며, 그 결과 매우 희귀하고 응용적 잠재력이 큰 물리 현상을 구현해 냈다. 따라서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우연한 발견을 넘어서서 능동적으로 설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과이다.

 

Q.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향후 연구계획은.
A. 계면이 포함되는 이종 구조 공학을 통해서 금속-절연체 전이 현상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상전이 현상을 능동적으로 구현해낼 것이다.

 

Q.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이 연구의 결과를 외부 연구자들과 논의했을 때, 우리가 수행했던 많은 실험과 이론 결과에 매우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의견나누기 회원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