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포린, 에너지 저장 장치 응용 가능성 열려 슈퍼커패시터 메커니즘 규명 및 기존 포스포린 문제 해결 최윤지 기자입력2019-01-03 09:23:38

국내 연구진이 2차원 반도체이자 그래핀과 함께 또 다른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포스포린(Phosphorene)의 새로운 에너지 저장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성균관대학교 박호석 교수 연구팀이 2차원 포스포린의 나노 구조화 및 화학적 표면 제어를 통해 에너지 저장 장치로의 구현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은 밝혔다.

 

2차원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 구조 및 안정성


(a)표면 산화 제어 및 하이브리드화를 통해 2차원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가 조립되고, 3가지 산화된 인 관능기(O-P=O, C-O-P=O, C-P=O)가 존재한다.

(b)2차원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는 최대 478F/g 방전용량을 보여주고, 고속 전류밀도 50A/g에서도 충전 대비 방전용량이 96% 유지됐다. 그리고 50,000회의 장기 충·방전 후에도 약 91%의 높은 장기 안정성을 보여줬다.


흑린(Black Phosphorus)을 원자 한 층 두께로 떼어내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인 포스포린이 된다. 포스포린은 그래핀과 원자 배열은 비슷하지만, 그래핀과 달리 밴드 갭(에너지 준위 차)이 있어 전류를 제어하기 쉽다.


흑린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흑연에 비해 7배 정도의 전기용량을 가지고 있는 데다 2차원 포스포린 나노구조로 제조하면 특이한 물리적 성질을 보여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고용량 배터리 소재와 마찬가지로 큰 부피 팽창과 낮은 전기전도도로 인해 고용량 발현이 어렵고 충전·방전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2차원 나노 물질 합성 기술 및 이온 거동 실시간 관측 기술로 2차원 포스포린의 슈퍼커패시터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이를 통해 기존 포스포린의 부피 팽창과 낮은 전도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고효율·고출력·고안정성의 포스포린 기반 에너지 저장 소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2차원 포스포린의 산화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해 기존의 배터리 거동이 아닌 슈퍼커패시터와 같은 거동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분광학과 이론 계산을 통해 규명했다.


박호석 교수는 “앞으로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밀도 한계를 극복하거나 배터리 소재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해 차세대 전자기기,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저장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방사선기술개발사업,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기술개발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융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 12월 10일(현지시각)자로 온라인에 게재됐다.

 

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의 에너지 저장 모식도 및 분광학 결과

(a)포스포린/그래핀 복합체 표면의 산화된 인 관능기에서 수소이온과의 표면 산화․환원 반응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모식도이다.

(b)in-situ 고체 NMR에 의해서 산화된 인 관능기 피크가 충·방전 시에 가역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산화된 인 관능기인 P=O가 분자레벨의 레독스 기능기로 작동하는 것을 보여준다. (c)in-situ Raman에 의해서 충·방전 시에 포스포린의 전자구조가 가역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준다.

 

★ 연구 이야기 ★

Q. 연구를 시작한 계기 및 배경은.
A. 우리 연구실은 에너지 저장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2차원 나노소재를 활용한 표면 전하 저장을 연구해왔다. 2차원 나노소재를 슈퍼커패시터에 응용하게 된 계기는 동일한 sp2 탄소동소체로 된 흑연은 리튬이온전지의 상용 음극 소재로 활용되지만, 이를 2차원 나노구조로 만든 그래핀은 슈퍼커패시터에 적용되는 점에서 착안했다.


만약 물리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그래핀과 달리 레독스 반응을 할 수 있는 층상소재를 똑같이 2차원 나노구조화를 할 경우, 새로운 슈퍼커패시터 소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Q. 연구 전개 과정은.
A. 이 연구는 2015년 ‘Nano Energy’지에 그래핀의 인 도핑에 의한 표면 산화·환원 반응에 의해서 용량이 향상되는 것을 보고한 뒤, 인 도핑은 그래핀 결함의 수에 의존하기 때문에 2차원 포스포린을 산화시켜서 인위적으로 산화된 인 관능기를 도입하면 분자레벨에서 제어된 새로운 에너지 저장 소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한 유슈 박사가 학위를 마치고 중국 대학교수직으로 옮기면서 후임으로 푸리투트 학생과 박슬기 학생이 연구를 이어받아서 소재 분석 및 메커니즘 규명에 대한 실험을 완성하게 됐다.

 

Q. 연구하면서 어떤 장애 요소가 있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해결)했는지.
A. 우리 연구진은 슈퍼커패시터나 전기화학적 해석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2차원 포스포린 소재는 처음으로 다뤘고 배터리 소재로만 연구됐기 때문에 참고문헌이 거의 없었다.


특히, 새로운 에너지 저장 메커니즘 규명을 위해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김해진 박사가 in-situ 고체 NMR로 결과 도출에 도움을 줬다. 또한, 노스웨스턴대학교의 크리스 교수와 김수 박사가 이론적 계산을 통해서 실험 결과에 대해서 검증을 했다.


2차원 포스포린에 대한 구조 분석 및 해석은 KIST 황준연 박사,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마니쉬 교수와 양지은 박사, MIT의 진콩 교수와 홍진용 박사가 도움을 줬다. 이러한 훌륭한 공동연구자와 푸리투트, 유슈, 박슬기 학생의 노력 덕분에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Q. 이번 성과는 기존과 무엇이 다른가.
A. 지금까지 흑린과 2차원 포스포린은 배터리 소재로만 알려져 있었고 슈퍼커패시터 응용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우리 연구진은 2차원 나노 물질 합성 기술 및 이온 거동 실시간 관측 기술로 2차원 포스포린의 슈퍼커패시터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포스포린의 부피팽창과 낮은 전도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고효율·고출력·고안정성 포스포린 기반 에너지 저장 소재를 개발했다.

 

Q. 어떻게 활용될 수 있으며,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A. 차세대 전자기기,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저장 분야에 에너지 저장 소재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소재 합성공정 최적화 및 대량생산, 신소재에 맞는 전극화 공정, 포스포린 전극에 맞는 전해질 개발, 셀 설계 기술 등 향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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