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나름의 목표를 정하고 훈련을 했겠지만 골문 안으로 들어간 유효슈팅이 제로였던 첫 경기는 많은 실망을 안겼습니다. 한 경기를 치르는 90분의 시간 동안 제대로 된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음과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술이 없었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은 경기였습니다.
모든 경기에서 쉽게 이기고, 역전시키며, 승리만이 우리가 얻을 결과처럼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스포츠도 삶도 잘 준비한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으며, 실력만으로 다 평가될 수 없는 묘한 변수가 늘 존재합니다.
이진신
한의학박사, 경희푸른한의원 원장
hanisa.co.kr
손쉬운 치료를 동경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약을 처방해 주고, 저런 침만 놓기만 해도 다 낫게 할 수 있는 마법의 치료법 말입니다. 눈감고 치료만 해도 다 좋아지는 동화 같은 스토리를 꿈꾸었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좋은 치료 약을 선수 고르듯 정성스럽게 선발하고, 다양한 약재를 잘 활용할 전술을 세우며, 치료할 대상 환자에게 맞게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진료하였지만, 유효한 효과가 잘 나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축구에서 유효슈팅 0에 빗대어 이야기하면, 유효치료 0인 셈입니다.
‘유효치료 0’의 황망 치료법을 잘못 선발한 문제로도 올 수 있고, 주어진 약재의 가치를 극대화 시킬 전술의 부재로 올 수 있으며, 각 환자에 최적화된 전술을 수행하지 못하고, 습관적인 치료법만을 고집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질병이나 증상의 기세에 눌려’ ‘지레 겁을 먹고’ 결정적인 치료 지점의 주위만 빙빙 돌 때가 있습니다. ‘내가 약하고 부족한데 괜히 공격적으로 나가다가 역습을 당하면 어쩌나’하며 자신감의 결여로, 수비수가 거인 같이 여겨져서 자신의 빠름이란 장점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증상이 너무 커 보여 안전하게만 치료하는 경우에 자신감의 결여로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못하게 됩니다. 또한, 너무 쉽게 보이는 증상이어서 쉽게 접근했다가 빨리 낫지 않는 경우에 자세히 살펴보면, 쉬워 보이는 그 증상이 다른 증상과의 세밀한 연계 플레이를 하고 있음으로써 보통의 치료 전략으로는 복잡한 증상 군을 뚫지 못합니다. 여러 증상이 협력하여 환자를 괴롭히고 있는데, 너무도 안일하게 이 선수 막다가 저 선수막듯 돌려가며 치료하다 보면 결국 환자의 증세가 악화되는 경우 말입니다.
모든 환자를 완벽하게 컨트롤 하면 좋겠고, 환자에 대한 전술을 매번 새롭게 하여 완벽한치료를 하면 좋겠습니다. 질병이 가진 파괴력과 투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싸우는 것이 만치는 않으며, 여러 검사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고도 오랜시간 증상 해결이 되지않은 환자들의 피로한 마음과 무기력 해진 체력, 증상의 공격적인 성격은 쉽게 해결하기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하기에 적절한 처방과 치료, 환자의 생활에 대한 가이드, 불편함이 오래되어 나태해진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워주는 정신적인 지지까지 주치의는 팀의 코치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수많은 노력에도 유효한 치료가 0였다면, 다시 한 번 지혜를 모아 질병의 공격 루트를 차단하고, 남은 체력을 끌어올려서 동화 같은 손쉬운 승리를 얻을 수 없을지라도, 비록 땀내 나는 패배로 끝날지라도, 남은 삶에 생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그러한 노력이 유효치료 0을 1로 변화시킬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얻은 교훈은 스포츠에서의 적용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유효한 사랑을 이루어 가며,
유효한 진료에 환자의 희망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