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연구진이 태양광으로 수소에너지를 생산하는 전극 소재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조인선 교수(아주대학교), 샤올린 쳉 교수(Xiolin-Zheng, 스탠포드대학교), 한현수 연구원(스탠포드대학교) 연구팀이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수소 전환 효율을 갖는 전극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은 밝혔다.
태양광-수소 기술은 반도체와 촉매를 이용해 태양광과 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꿈의 기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목받고 있지만, 기존의 광 전극 소자 기술로는 태양광-수소 전환 효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태양광-수소 생산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10% 이상의 전환 효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표적인 광 전극 소재인 티타늄 산화물(TiO2), 산화철(Fe2O3) 등은 소재의 높은 전자·정공 재결합률, 낮은 전기 전도도 등이 효율 저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모든 소재가 결정구조의 방향에 따라 물리적 성질이 달라지는 비등방성을 나타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원리를 기반으로, 증착 온도 등 다양한 변수를 조절해 기존에 무작위로 배치되던 촉매 결정들을 표면에너지가 가장 낮은 면이 전극 기판과 평행하도록 우선 배향시켜 물질 고유의 특성을 조정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태양광-수소 생산 소자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산화물 반도체 비스무스 바나데이트(BiVO4)를 레이저 증착법으로 투명전극 위에 증착해 결정 구조가 특정 방향으로 우선 배향된 광 전극 소재를 성공적으로 제조했다.
이렇게 제조한 광 전극은 무작위로 배향된 기존 광 전극 소재 대비 12배 이상 높은 전하 수송 효율과 3배 이상 높은 표면 촉매 반응 효율을 보였다. 그 결과 태양광-수소 전환 효율이 16배 이상 향상됐으며, 이는 이론상 효율의 82%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조인선 교수는 “이 연구는 기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해 태양광-수소 생산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며 “앞으로 우선 배향된 비스무스 바나데이트 광 전극을 이용한 태양광-수소 생산 소자 상용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후속 연구계획을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신진연구)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저명 학술지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4월 18일자 논문으로 게재됐다.
우선 배향된 비스무스 바나데이트 광전극
c축 방향으로 우선 배향된 비스무스 바나데이트 광전극은 ①표면의 산소 발생 반응을 향상시키고 ②전자수송도를 증가시키며 ③투명전극 기판으로의 전자 수집을 용이하게 해 기존 무작위 배향 광전극 대비 16배 이상 향상된 광전류 밀도, 즉 태양광-수소 생산 효율을 나타낸다.
★ 연구 이야기 ★
Q.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A. 최근 환경오염의 악화로 인해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한 중요성과 사회적/과학적 관심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 그 중 태양광-수소 기술은 광전기화학 소자를 이용해 무한하고 깨끗한 태양광 에너지와 물(H2O)로부터 직접적으로 수소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꿈의 기술이다. 그러나 태양광-수소 생산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10% 이상의 태양광-수소 전환효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은 광전극의 낮은 효율인데, 이는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던 대표적인 광전극 소재인 산화물 반도체(티타늄 산화물(TiO2), 텅스텐 산화물(WO3), 산화철(Fe2O3), 비스무스 바나데이트(BiVO4) 등), 소재의 높은 전자/정공 재결합율과 낮은 전하수송도(전기전도도) 때문이다.
이러한 전자/정공 재결합율을 낮추고 전하수송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광전극 소재의 나노구조체 제조, 도핑, 이종접합 및 전기촉매 코팅 등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기술들의 경우, 태양광-수소 전환효율의 향상이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를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인 광전극의 낮은 효율을 극복해 보고자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Q.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A. 이 연구의 책임자인 아주대학교 조인선 교수는 2010년부터 태양광-수소 생산을 위한 반도체 광전극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유/무기 소재에 대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광전극 및 광촉매에 대한 소재합성 기술 및 분석 지식을 확보하고 이를 하나로 통합해 최적화하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개발된 반도체 광전극 기술을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는 성공적으로 우선 배향된 산화물 광전극을 개발했으며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했다.
Q. 이번 성과는 기존과 무엇이 다른가.
A. 기존에 보고된 산화물 반도체 광전극들의 경우 낮은 태양광-수소 전환 효율로 상용화에 제약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 최초로 개발한 우선 배향된 비스무스 바나데이트 광전극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달성함으로써 태양광-수소 생산 소자 상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할 수 있다.
Q. 연구성과 및 기대효과는.
A. 이 연구에서 개발된 우선 배향된 비스무스 바나데이트 광전극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줌으로써 태양광-수소 생산 소자의 상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제시한 소재의 결정 구조 제어 기술은 기존 소재가 가지는 제한된 고유 성질을 변화·향상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비단 광전극 소재뿐만 아니라 태양전지, 배터리, 반도체 소자와 같은 다양한 에너지 생산·저장 기술 소자의 소재 합성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응용 범위가 상당히 넓다고 할 수 있다.
Q.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A. 후속 연구를 통해 우선 배향된 비스무스 바나데이트 광전극을 이용한 태양광-수소 생산 소자 상용화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