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번 구부려도 견뎌내는 고전도성 젤 전해질 개발 차세대 플렉서블 전기화학 소자의 핵심 소재 기대 문정희 기자입력2018-05-10 16:47:10

기계적 내구성과 전기전도성을 동시에 구현해낸 젤 전해질이 개발되어 차세대 유연 전기화학 소자의 핵심 소재로 기대된다. 문홍철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연구팀이 랜덤공중합체를 기반으로 고성능 고체 젤 전해질을 개발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은 밝혔다.


일반적으로 상용되는 액체전해질은 플렉서블 및 웨어러블 전자기기에 적용하기에 기계적 물성이 낮고 누액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최근 고분자와 염(Salt)으로 구성된 고체 전해질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고체 전해질은 기계적 물성이 뛰어난 반면 이온전도도가 낮아서 상온에서 사용되는 소자 적용에 한계가 있다. 하나를 향상시킬 때 다른 하나는 저하되는 트레이드-오프 관계에서 벗어나, 기계적 물성과 이온전도도가 모두 개선된 새로운 전해질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두 가지의 단량체가 무작위로 연결된 랜덤공중합체를 이용해 상온에서도 이온전도도와 기계적 강도 모두 우수한 젤 전해질을 개발해냈다.
이 방법에서는 복잡한 고분자 합성 공정이 필요하지 않고, 젤의 물리적 결합만으로 고성능 전해질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개발된 젤 전해질을 활용해 전기를 가하면 색이 변하는 전기변색소자를 제작했다. 수천 번 소자를 구부려도 성능 저하가 없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구현에 성공한 것이다.
문홍철 교수는 “이 연구는 트레이드-오프 관계로 알려진 이온전도도와 기계적 강도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고성능 고체 전해질을 개발한 것”이라며 “배터리, 슈퍼커패시터, 전자피부, 전기화학 디스플레이 등 전기화학반응을 활용하는 모든 전자소자에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신진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재료분야 저명한 국제학술지 어드밴드스 펑셔널 머트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최신호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개발된 랜덤 공중합체 기반 이온젤 전해질 모식도(左)  
구부림 내구성이 강한 고성능 전기변색소자 활용 예(右) 

 

 

★ 연구 이야기 ★

 

Q.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A. 전해질은 배터리, 슈퍼커패시터와 같은 에너지 저장 소자부터,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핵심 기술 분야로 자리 잡은 인공 피부를 포함하는 센서나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이 손쉬우며 구동 전압이 낮은 전기화학 디스플레이까지 광범위하게 적용이 가능한 기초 핵심 소재이다. 아울러 차세대 전자소자로 플렉서블화, 웨어러블화 기기가 각광받고 있으므로, 이에 활용될 수 있는 전해질 개발이 필수적이다. 전해질을 대표할 수 있는 핵심 물성인 이온전도도와 기계적 강도는 하나를 향상시키면 다른 하나가 저하되는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기에, 복잡한 합성 과정을 포함하지 않고는 제작이 어렵다. 그러므로 손쉽게 제작 가능하지만 두 물성 모두 우수한 고성능 젤 전해질 개발에 대한 요구 및 관심이 급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고자 본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Q.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A. 기존 대부분의 이온젤에 활용되던 블록공중합체 형태가 아닌 랜덤공중합체 형태로 고분자를 합성하되 그 구성 단량체의 화학적 구조도 조절해 최종 제작한 이온젤의 물성을 조절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최적의 구성 단량체의 비율, 고분자 분자량, 이온젤 조성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고, 그 결과 우수한 기계적 강도와 이온전도도를 동시에 보이는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다. 아울러 개발한 이온젤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성능이 우수하고, 구부림에도 내구성이 뛰어난 전기변색 소자 제작에 활용했다.

 

Q. 연구하면서 어떤 장애요소가 있었고, 어떻게 해결(극복)했는지.
A. 처음 합성하는 소재(본 연구에서는 랜덤 공중합체)는 반응 온도 및 시간, 합성 용매 등 다양한 외부 조건의 영향을 받기에 최적 조건을 확립하는데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고, 합성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하는 만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실험을 거듭함에 따라 조금씩이나마 제작하는 이온젤의 물성이 좋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고, 끈기있게 연구에 몰두함에 따라 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Q. 이번 성과는 기존과 무엇이 다른가.
A. 고체 젤 전해질의 기계적 강도, 이온전도도를 모두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화학적 가교를 하는 방법이 보고된바 있는데 이에 사용되는 고분자 합성이 상당히 복잡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반면 본 연구에서 제작한 이온젤은 물리적 가교만으로도 고성능의 젤 전해질 제작이 가능한,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에 이온젤 전해질의 실용화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연구 결과라 생각한다. 또한 전기변색 소자 응용에 대한 성과는 구체적 활용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추가 응용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Q.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A. 현재 본 연구실은 이온젤 기반의 전기화학발광 소자나 전기변색 소자와 같은 디스플레이 응용에 대한 연구 위주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해질을 사용하는 응용 분야라면 이온젤이 모두 적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기에 리튬이온 배터리, 슈퍼커패시터, 인공피부, 각종 센서 등으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훨씬 더 저렴한 단가로 이온젤을 제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모색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응용 분야 별 요구하는 전해질 물성이 다르므로, 자유롭게 특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 확보도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Q.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A. 산업적 측면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극대화 시키고자 본 연구 결과를 확장해 단 한 번의 합성만으로도 고성능 이온젤 제작이 가능한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본 연구실에서 주력으로 수행하는 이온젤 기반 전기화학 디스플레이 개발에서 더 나아가 앞서 언급한 에너지 저장 소자, 고감도 센서 등의 개발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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