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우수한 전자섬유를 더욱 간단하고 쉽게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인천대학교 김병훈 교수(교신저자), 전준우 박사과정생(제1저자)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실크를 이용해 전기 전도도와 열 내구성이 높은 전자섬유를 개발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은 밝혔다.
휴대하기 쉽고 유연한 전자소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래핀, 탄소나노튜브처럼 전도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는 다기능 전자섬유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제조과정이 복잡해 대량생산이 어렵고, 나일론·면 등 일반 섬유 기반의 전자섬유는 열을 가하면 전자섬유의 기능을 잃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실크 내의 단백질이 가열되면 파이로프로테인(Pyroprotein)으로 변형되면서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전기 전도도가 높아지는 특성에 주목했다. 또한, 실크의 축 방향으로 장력을 주면 축을 따라 탄소 구조가 잘 발달해 기계적·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파이로프로테인을 제작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질을 통해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실크에 축 방향으로 장력을 가하고 고온의 열처리를 통해 파이로프로테인 기반의 전자섬유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전자섬유는 매우 높은 전기 전도도(1000S/㎝)를 가지며 열 내구성이 좋아서 가열해도 그 특성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렇게 제조한 전자섬유가 열에 강하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팀은 금속화합물 산화아연(ZnO), 몰리브덴다이셀레나이드(MoSe2), 질화니오븀(NbN) 등을 증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크 기반의 전자섬유 반도체 및 초전도체에 해당하는 전기적 특성을 보였다.
김병훈 교수는 “이 연구는 기존의 상업용 실크를 이용해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전기 전도도가 높은 다기능 전자섬유 제작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며 “앞으로 휴대용 디스플레이, 입을 수 있는 전자기기, 에너지 저장 장치 등에 필요한 전자섬유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교육부 소관), 일반연구자지원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재료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머티리얼스 투데이(Materials Today)에 4월 7일자로 게재됐다.
열적 내성이 강한 전자섬유
그림(a)는 상업용 실크 섬유에 본 연구에서 개발된 전자섬유를 바느질하고 발광 다이오드에 연결해 전기 전도성이 있는지 확인한 모습이다.
그림(b)는 전자섬유의 열적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방염용 섬유에 전자섬유를 바느질하고 알코올램프로 직접적으로 열을 주면서 전자섬유의 전기 전도성이 유지되는지 확인한 모습이다.
그림(c)는 각 각의 열처리 온도에 따른 전자섬유의 외부에서 온도를 가하면서 변화하는 전기 전도도를 확인한 모습이다. 전자섬유에 열을 가하더라도 전기 전도성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연구 이야기 ★
Q.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A. 세계적으로 전자공학과 섬유와의 융합을 통한 전자 섬유 구현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기존의 방법들은 복잡한 공정과정 혹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 등이 존재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해 비용 및 시간절감 등의 경제성을 확보하며 동시에 기존의 섬유산업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간단하면서도 획기적인 전자섬유 제작 방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Q.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A. 기존에 알려진 일반 섬유 기반의 전자섬유에 있어서 열적 내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열적으로 안정적인 전자섬유 개발에 초점을 두었고, 실크의 기본 단백질이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는 Pyroprotein이라는 물질에 초점을 두었다. 실험 결과 직접적으로 열을 가해도 안정적인 것을 확인하고, 상업용 실크를 같은 방법으로 열처리했을 때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더 나아가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Pyroprotein 기반의 전자섬유 특성을 이용해 고온 박막 공정의 적합성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Q.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했나.
A. 실크에 장력을 주며 열처리를 하는 과정에 있어서 실험 여건에 맞추어 실크에 장력을 주기 위한 재료 및 방법 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실험을 최적화하기 위한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적용하며 반복 진행을 하면서 최적화된 실험 조건을 찾을 수 있었다.
Q. 이번 성과는 무엇이 다른가.
A. 상용화되고 있는 실크만을 이용해 아주 간단한 방법인 장력을 주며 열처리를 하여 매우 높은 전도도를 가지며 열적 내구성을 갖는 전자섬유를 개발해 납땝이 가능한 섬유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고온이 필요한 증착과정을 통해 반도체성 및 초전도성을 갖는 전자섬유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경제성 확보는 물론 간단하면서도 획기적인 전자섬유 제작방법을 제시했다.
Q.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A. 본 연구에서 다른 전기적 특성을 가지는 물질을 고온 박막 공정을 통해 증착하여 섬유 형태의 압전 소자, 열전 소자, 태양전지 등과 같은 섬유 기반의 다양한 전기적 특성을 가지는 다기능적 전자섬유 뿐만 아니라 섬유기반의 에너지 생산 및 저장체 제작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Q.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향후 연구계획은.
A. 본 연구를 통해 소개되어진 전자섬유에 직접적으로 응용 가능한 고온 공정을 이용해 다양한 물질을 증착시키고 섬유 형태의 압전 소자, 열전 소자 및 태양전지 등의 특성을 가지는 다기능적 전자섬유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Q.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A. 상업용 실크를 장력을 주면서 열처리하는 공정에서 실크에 장력을 주기 위해 필요한 재료 선정에 있어서 고온에서도 적합하며 적당한 무게, 크기를 가지는 재료를 찾기 위해 종로 일대를 샅샅이 찾아다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