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매조지는 시점에서 내년도 경기에 대한 예측은 국내 산업계가 집중하는 관심사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다가오는 2018년 산업경기의 키워드로 ‘회복(RECOVERY)’을 제시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2018년 산업경기의 8대 특징을 나타내는 각 핵심용어의 첫 영문자를 조합한 것이다. 본지에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8개 키워드를 전한다.

• 회복(Recovery), 그러나 체감하지 못하는 회복
2018년 전반적인 산업경기는 회복 분위기가 감지되나 수출 산업이 아닌 내수 산업은 체감하지 못하는 경기 회복 속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수출 부문 생산 증가율이 내수 부문 생산증가율을 다시 상회할 것으로 보이나(국민계정 기준으로 2014~17년까지의 기간에는 수출증가율이 내수증가율을 하회), 2018년에 들어서는 세계 경제의 회복으로 국제교역이 확대되면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출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수출산업 회복의 내수산업으로의 낙수효과는 미약할 것으로 보여 수출증가율이 내수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출시장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수출/생산 비중 63.1%)이 서비스업(24.5%)과 건설업(0.7%)보다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 수출산업(Exporting Industry) 내 디커플링

전반적인 수출 경기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수출산업 내에서 업종별 수출지역 의존도에 따라 경기 격차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의 수요 증가 속도가 확연이 구분되는데, 선진국의 수입수요 증가율은 하락하는 반면 개도국의 수입수요 증가율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수출산업중 개도국 수출 비중이 높은 IT(개도국 수출비중 87%), 유화(80%), 기계(68%), 가전(67%) 등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반면 대 개도국 수출비중인 낮은 철강과 자동차에는 부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 중국(China)향(向) 산업의 소식(蘇息)
2018년 중국의존도가 높은 수출산업과 기업은 소식(蘇息), 즉 잠깐 숨통이 트이는 수준의 회복세가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세계경제의 회복에 따른 중국 경제의 중간재 수요 확대, 사드 문제의 해결 등에 힘입어 2016년과 2017년 전체 수출증가율보다 대중국수출증가율이 낮았던 현상이 역전되면서 대중국 수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IMF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 6.7%에서 2020년에 6.2%로 하락하고 이후에는 5%대로 하락할 것을 전망). 이에 따라 중국의 수출을 위한 중간재 수입 둔화와 최종재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대 중국 수출이 한계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 경제 공동화(Hollowing-Out of Economy)
국내 설비투자의 약 30% 규모가 매년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시장의 협소성, 생산비용 급증, 반기업 정서 등의 요인이 중첩되면서 해외투자/국내투자 비율이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초반 국내(설비)투자의 10% 수준에 불과했던 해외투자는 최근 30%를 상회하면서 국내투자 여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향후 최저임금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통상 임금 등의 고용시장에서의 임금 상승 요인이 발생하고, 사회 내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면서 해외투자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국내 주력산업의 성장단계 성숙화와 국내외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할 경우, 과거 90년대의 IT 산업처럼 대규모의 투자를 요하는 신성장 산업이 출현하지 않는다면 향후 10년 내 해외투자 규모는 국내 투자의 40~5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최근 해외투자가 제조업을 넘어서 서비스업으로 확대되고 있어 ‘제조업 공동화’에서 ‘경제 공동화’로 확산될 우려가 존재한다. 서비스업은 내수와 고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가지기 때문에 서비스업마저 한국시장을 탈출할 경우 생산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기반 자체가 사라짐을 의미하기에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으로 판단된다.
• 제2의 벤처(Venture) 붐

제2의 벤처 붐 조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벤처 창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벤처 기업 수는 2017년 10월 현재 3만 4,954개로 10년 전의 1만 3,000여개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벤처투자/GDP 비중은 2015년을 기준으로 0.13%로 미국의 0.33% 및 중국의 0.24% 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벤처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높다. 이에 최근 정부는 창업과 벤처기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육성을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제2의 벤처 붐이 조성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 공급과잉산업(Excess Supply Industry)과 치킨게임
2018년에도 조선업과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심화되는 치킨 게임의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선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18년에도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글로벌 철강설비 가동률도 이전 호황기의 80% 수준에 한참 미달되는 68%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수요가 증가해도 과잉생산능력이 경기 회복을 상당 기간 지연시킬 우려가 높다. 특히 만약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수요회복의 기회를 이용해 경쟁국가와 경쟁기업들의 시장퇴출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추구할 경우, 치킨게임이 확산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건설업과 연관산업의 위기(Risk)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 냉각에 따른 건축 부문 부진과 SOC 예산 급감에 따른 토목 부문 침체의 이중고(二重苦)에 직면할 것으로 보여, 2018년 국내 산업 중 가장 리스크가 높은 산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건축 부문은 가계 부채 구조조정과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약화되면서 건축 부문 경기가 하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토목 부문은 SOC 예산의 대폭 삭감과 향후 5년 동안 삭감 기조가 예고되어 있어 장기 불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2018년은 건축과 토목 부문의 동반 침체가 예상되는 바 건설기업들의 상당한 리스크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설업에 중간재나 자본재를 공급하는 건자재, 건설기계, 운송기계 등의 산업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4차 산업혁명과 젊은산업(Young Industry)
기존의 주력산업 대부분이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최근 대두되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젊은산업’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수출 주력 제조업 대부분이 산업 발전 단계상 성숙기에 접어들어 경제의 역동성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위치기반서비스, 빅데이터 등 신기술들이 빠르게 되면서 기존 산업 및 사업 모델을 파괴하는 젊은산업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기존의 산업 및 사업 영역을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기반을 가진 산업과 기업들이 다수 출현할 것으로 보여, 국내 산업계에 활력과 혁신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시사점
2018년은 전반적인 산업경기 회복세가 예상되나 충분한 시장수요를 확신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산업별로 경기 격차가 크게 벌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경기 회복의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경로 구축과, 산업계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혁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거시 지표보다 산업 지표를 예의주시하면서 민간의 체감경기 수준에 부응할 수 있는 눈높이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대외여건 개선의 효과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어 수출경기 회복세를 강화할 수 있는 시장접근 차별화 전략이 요구된다. 셋째, 중국을 신흥국이 아닌 중성장·중진국 경제로 인식하고 ‘새로운 대중국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제조업 공동화’에서 ‘경제 공동화’로 확대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상인지, 아니면 사회적 반기업 정서의 확산이나 정부의 기업정책 때문인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제2의 벤처 붐 조성과 창업 활성화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공급과 수요 요인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여섯째, 글로벌 공급과잉 산업의 향후 진로에 대한 결정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된다. 일곱째, 건축 수주 급감을 방지하고 SOC 예산 재조정을 통해 경제가 ‘건설투자 절벽’ 충격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덟째, 주력 산업의 성숙화에 따른 역동성 저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산업의 발굴과 관련 시장의 적극적 육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