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은 “심우영 교수, 연세대 문주호 교수 연구팀이 종이를 기반으로 폭발 위험성이 없고 신축성이 뛰어난 알루미늄-공기 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이 유연성이 필요한 IT전자기기들이 늘어남에 따라 플렉서블 배터리에 대한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휘어짐, 늘어남, 접힘 등 여러 가지 변형을 동시에 견딜 수 있는 배터리는 거의 없으며, 기존 플렉서블 배터리 또한 심한 변형 시 성능 저하 및 폭발 위험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종이에 탄소 복합체 용액을 코팅해 접을 수 있는 양극을 제작했다. 음극에는 리튬 대비 40배가량 저렴하고 폭발 위험이 없는 알루미늄을 적용해 안전성을 극대화한 알루미늄-공기 전지를 개발했다.
완성된 배터리는 0.6V의 전압과 g당 128㎃h의 용량을 보여주었다. 특히 전극, 전해질, 분리막, 기판 등 전지의 모든 구성요소가 뛰어난 유연성을 지니고 있어 휘어짐, 늘어남, 접힘, 구겨짐 등 각종 변형을 동시에 가해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다.
연구팀은 전기전도성이 높은 힌지로 배터리 여러 개를 직렬·병렬로 연결함으로써 전지의 출력을 추가로 향상시켰다. 이때, 원래 길이에서 40%나 늘어나는 변형 상태에서도 전지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심우영 교수는 “이 연구는 접을 수 있는 전극을 개발해 기존보다 훨씬 큰 변형을 견딜 수 있는 형상 재구성 가능(Shape-reconfigurable) 배터리를 개발한 것”이라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유연성이 필요한 각종 전자기기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지원사업과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의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형상 재구성 가능한(Shape-reconfigurable) 알루미늄공기전지
이번 연구의 배터리는 양극에 카본블랙-폴리머 복합체, 음극에 알루미늄을 사용한 알루미늄공기전지의 일종이다. 양극 복합체와 종이 기판 사이의 강한 결합력으로 셀 자체가 뛰어난 변형성을 가지고 있으며, 각 셀을 늘일 수 있는(Expandable) 구조로 직·병렬 연결해 출력 향상과 동시에 신축성까지 지닌 배터리를 구현했다.
★ 연구 이야기 ★
Q.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A. 이번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시장에서 한창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에 따라 디바이스에 포함되는 센서, 배터리 등이 유연성을 띠게 하는 연구들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지금까지는 시계나 안경과 같은 액세서리 형태의 디바이스가 주로 상품화되었지만, 앞으로는 의류나 신발 등 몸에 닿는 부분이 더 많고, 더욱 다양한 변형을 요구하는 디바이스가 상품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것에 맞게 변형의 자유도가 크고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Q.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A. 변형성이 좋은 배터리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배터리 타입을 선택해야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 리튬 전지가 널리 연구되고 실제로 쓰이고 있지만, 리튬 자체가 대기 중에서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글로브박스 안에서 모든 제작을 마치고 완벽하게 밀봉 후 꺼내야 한다. 문주호 교수님 연구실에 코인셀 형태로 그러한 공정을 할 수 있는 세트업이 마련되어 있긴 했지만, 변형성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코인셀 형태가 아닌 파우치셀 형태로 배터리를 제작해야만 했다. 파우치셀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은 두 연구실 모두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에, 리튬 전지 대신 대기 중 공정이 가능하고 비교적 셀 밀봉에 대한 제약이 적은 알루미늄 전지를 선택하게 되었다.
신축성이 거의 없는 종이나 알루미늄으로 신축성 있는 배터리를 제작하는 것 또한 큰 고민거리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은 각각의 셀이 신축성을 띠게 하는 대신 그것들을 잘 연결해 배터리 전체를 신축성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 결과 40%의 스트레인을 가해도 성능을 유지하는 배터리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다.
Q. 연구하면서 어떤 장애요소가 있었는지.
A. 알루미늄 전지는 리튬 전지와 달리 기존 연구가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굉장히 부족했다. 그래서 연구 초반 기본적인 실험 조건이나 제작 과정 등을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Q.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A. 기존의 유연성 배터리들은 대부분 휘거나 신축성이 있거나 접히는 등 여러 변형 중 한두 가지의 변형만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의 배터리는 구성성분들을 접힐 수 있게 만들고, 각각의 셀을 힌지(Hinge)를 이용해 연결함으로써 한 축 방향으로 늘어날 수 있는 구조를 구성했다. 따라서 기존의 배터리들에 비해 변형의 자유도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Q.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향후 연구계획은.
A. 이번 연구의 배터리는 뛰어난 변형성과 안전성을 지니고 있지만 성능 면에서는 아직 개선해 나가야할 부분이 많다. 알루미늄 전지는 아직 리튬 전지에 비해 연구가 많이 미흡한 상황이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알루미늄 전지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성능과 변형성을 동시에 갖춘 배터리를 구현하고, 이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Q.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A. 이번 연구에 쓰인 배터리 타입인 알루미늄 공기 전지를 처음 접한 것은 유튜브(Youtube)였다. 숯 전지 실험에 관한 동영상이었는데, 숯과 알루미늄 호일, 소금물 등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만으로도 복잡한 공정 없이 전구가 켜지는 것을 보고 우리 연구 컨셉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전지 시스템에 대한 공부와 실험 조건 최적화 끝에 이번 연구결과를 낼 수 있었다.
- wjdtn 2017-10-23 세상 참 많이 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