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웰빙
웰빙(Well-being), 순우리말로 ‘참살이’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다. 고도화된 현대 산업사회의 병폐를 극복하고자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새로운 삶의 문화 또는 그러한 양식을 말한다.
미국의 중산층이 첨단 문명에 대항해 자연주의, 뉴에이지 문화 등을 받아들이면서 대안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인 ‘웰빙’. 몸과 마음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1980년대 중반 유럽에서 시작된 슬로푸드(slow food) 운동, 1990년대 초 느리게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등장한 슬로비족(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추구하는 보보스(bobos) 등도 이에 속한다.
인생 백세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웰빙 즉, 스트레스 없는 삶이 가장 큰 웰빙이 아닐까? 스트레스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의학계에서 인정되어 온 사실이다. 암, 당뇨, 고혈압 등으로 대표되는 성인병뿐만이 아니라, 이제 모든 병은(신체적 질병이든 정신적 질병이든 간에) 스트레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식이생활 등과 같은 건강생활 습관과 더불어 스트레스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90세의 웰빙과 미니멀 라이프
오랜 세월 한집에서 살고 있는 올해 90세인 필자의 시어머님 웰빙법은 소량의 식사와 고른 영양 섭취, 충분한 휴식과 숙면, 규칙적 생활, 그리고 일정한 운동이다. 마음을 숨기지않고 그때그때 90세의 시니어크러시(seniorcrush)를 보여주시는 직선적이고 단순한 표현, 필요 없는 옷과 물건은 과감하게 비우는 것이 시어머님만의 웰빙법이자 미니멀라이프가아닐까 생각된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27.6%로 1인 가구 성장률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물질의 풍요보다 삶의 질을 높이고자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자연스레 ‘미니멀 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지향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정신적·철학적 비움으로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추구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일컫는다.
채우며 살아가기는 쉬워도 비우며 살기란 오히려 힘들다. 수년간 입지 않는 옷들이 옷장에 쌓이고, 쓰지 않는 살림살이들이 집안 곳곳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신적·육체적 기능이 약화하는 노년에는 삶에 생각이나 생활을 단순화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삶을 단순화하는 젊은 세대의 증가로 인해 점점 더 소유의 개념은 재정립되어 가고 있다.
비우다
‘킨포크 라이프(Kinfolk life)’는 미국 북서부 중소도시 포틀랜드에서 2011년 창간한 라이프스타일 잡지인 ‘킨포크’ 에서 영향을 받아 자연 친화적이고 건강한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킨포크 족은 가까운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고 함께 즐김으로써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고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즐기는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
삶의 중점을 심플(simple), 스몰(small), 디테일(detail)에 두고 자연 친화적이면서 아날로그적인 삶에 단순하고 소박하게, 세심하게 사는 점은 앞서 살펴본 웰빙과 비슷하다.
자신만을 챙기기도 벅차고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킨포크 라이프는 가족, 이웃과의 소통과 느림의 미학에 대해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욕망을 해결해 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소유에 대한 일본인들의 개념이 재정립되기 시작했는데, 심플함을 추구하는 운동 ‘단샤리(だんしゃり)’가 바로 그것이다. 요가의 행법(行法)인 단행(斷行), 사행(捨行), 이행(離行)의 첫 글자를 딴 단샤리는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을 말한다. 즉, 정신적인 것을 강조하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끊는 단촐한 삶을 지향한다.
과잉의 삶 속에서 공허하게 채워진 무게를 내려놓을 때이다. 값진 삶을 위해 마음을 비우고, 심플한 공간을 위해 비우고 또 비워보자. 아름다운 채움을 위해 지금 바로 비움을 실행한다면 진정한 행복으로 채워지는 경험이 시작될 것이다.

기용순
대전시 효지도사협회 사무국장
효학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