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Severance Live 2011
세브란스 병원,
국내 로봇수술의 아성(牙城)을 세우다
얼마 전 불거진 로봇수술의 유용성 논란과, 관련된 검증의 부재로 인해 국내 의료로봇산업은 때 아닌 혼란의 시기를 맞이했었다. 이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로봇수술 관련 데이터를 가진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서 ‘Yonsei Severance Live 2011’을 통해 세계에서 최초로 의사들의 로봇수술 적응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세계 10개국, 의사 6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기념비적인 한 발을 내딛었던 이번 행사를 본지에서 취재했다. 취재▶▶정대상 기자(press2@engnews.co.kr)
로봇수술계의 선구자 역할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
세브란스 병원이 매년 주관해온 ‘연세 세브란스 다빈치 라이브 심포지엄’이 올해로 5회째를 맞이했다. 지난 8월 25일(목)부터 27일(토)까지 3일간 진행됐던 이번 행사에는 세계 10여 개국에서 약 600여 명의 의사들이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세브란스 병원은 각 국의 의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약 6천회 이상의 로봇수술을 시행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로봇수술관련 가이드라인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병원측의 발표에 따르면 위암 수술의 경우, 의사의 숙련도가 안정단계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약 50건의 복강경 수술이 필요했지만, 로봇수술은 평균 8건의 시술로 의사들이 안정단계에 접어들어 로봇수술이 보다 효율적임을 증명했다. 또한 수술 시 출혈량 역시 로봇수술이 일반 개복수술보다 38~67%가량 적은 것으로 보고됐다.
박용원 세브란스 병원장은 “현재 로봇수술 관련 유용성 논란과 제대로 된 검증이 없어 의료진들과 환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로봇수술 관련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동 분야의 세계 톱클래스로 손꼽히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병원측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아직 당원 차원에서만 제시된 것이기에 앞으로 외부전문가 검증 등을 통해 더욱 수정, 보완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생생하게 전달된 한국 로봇수술의 테크닉
행사를 진행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3D 입체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영된 한국 의사들의 다빈치 집도였다. 3D 입체영상을 이용한 집도 생중계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로, 이번 행사에서는 영상과 함께 집도를 맡은 한국 의사와의 실시간 통신을 통해 수시로 질문과 응답이 이어졌다. 첫 수술을 맡은 최기홍 교수는 암세포가 전이된 40대 대장암 환자를 로봇으로 수술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인체 내부를 헤집으며 암이 전이된 간을 다빈치로 도려낸 최 교수는 간간이 관객들의 질문을 놓칠 정도로 집중해 있었고, 관객들 역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국내 의료진의 로봇수술 테크닉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3시간여에 걸쳐 수술을 진행하던 최 교수의 집도가 끝나자 이내 객석의 외국 의사들은 박수를 치며 “매우 인상적이고 환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수술을 가르쳤던 의사가 이제는 배우러 왔다
이날 로봇수술 생중계에는 로봇수술의 원조 국가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쿠웨이트에서도 찾아왔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에렌 베르베르 교수는 “한국이 미국에서 기술을 배워갔지만 이제는 새로운 분야를 먼저 시도해 로봇수술을 리드하고 있다”며 “한국 의사들은 혁신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10년 전 세브란스 병원의 형우진 교수에게 복강경 수술을 가르친 일본 나고야 후지타대학병원의 이치로 우야마 교수는 거꾸로 형 교수에게 로봇수술을 배우러 왔다. 이 밖에도 대만 국립병원장이 의사 10여명을 이끌고 참석하는 등 외국 의사들이 대거 이번 행사를 방문해 한국이 로봇수술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