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로젤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졌지만 고무와 비슷한 기계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소프트로봇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차세대 물질이다. 하지만 로봇에 흔히 쓰이는 재료들과 접합이 쉽지 않아 하이드로젤 기반의 로봇이나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연구가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소개되어 큰 화제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 연구에 참여한 MIT Soft Active Materials Lab.의 육현우 연구자를 소개한다.
Q. 귀하의 연구에 대한 소개.
A. 하이드로젤을 고체 재료에 강하게 접착시키는 것은 물론, 고무 같은 탄성체 재료에도 적용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하이드로젤 기반 소프트로봇을 만들었다.
Q.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
A. 대학원 입학 후 최근 2년 동안 하이드로젤을 강하게 접착시키는 연구를 했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과정이 되돌아보면 굉장히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Soft Material(연질 재료)이나 기계학에 대한 배경이 전혀 없다보니 처음 몇 달 동안은 계속 지도교수님의 예전 논문을 읽으면서 Soft Material Mechanics(연질 재료 역학)를 공부하거나 기존에 있던 박사과정 학생에게 터프 하이드로젤 합성을 배우면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생전 처음 보는 터프 하이드로젤은 전체 무게의 90% 이상이 물이면서도 고무와 비슷한 수준의 기계적인 특성을 보이는 부분에 많은 흥미를 가졌고, 예전에 연구하던 분야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이 재료를 가지고 소프트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재료를 가지고 소프트 로봇이나 다른 로봇공학 구조를 만들려다 보니 대부분이 물로 이뤄지고 굉장히 소프트한 하이드로젤을 로봇에 흔히 쓰이는 재료들과 접합해 복합적인 구조를 만들기 쉽지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다른 물질과의 접합에서 오는 어려움이 하이드로젤 기반 로봇이나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약 1년 정도에 걸쳐서 표면 화학, 고분자 화학, 연질 재료 역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이용해서 하이드로젤을 고체에 강하게 접착시키는 일반적인 방법론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을 찾을 수 있었고, 이후 후속 연구를 통해서 같은 방법론을 고무 같은 탄성체 재료에도 적용시키는 방법을 찾게 되어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대부분의 고체 물질에 하이드로젤를 강하게 접착시킬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하이드로젤 기반 소프트로봇을 제작했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생물체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었다.
▲Hydrogel Electronics 관련 연구로 MIT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했다.
Q. 연구활동 하면서 느끼신 점은.
A. 이 연구를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나름의 연구 방식을 찾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연질 재료을 비롯해서 최근 각광받는 여러 새로운 연구 분야들은 공통적으로 굉장히 여러 학문이 종합적인 측면이 있다. 이 종합적인 특성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연구 분야와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는 장점도 있지만 동시에 단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연질 재료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면, 고체 역학, 고분자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섞여 새로운 형태의 어플리케이션과 연구토픽을 만들어내는데, 연질 재료 분야를 이루고 있는 세부 분야의 기존 지식과 이미 개발된 재료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 위주의 어플리케이션 사이의 간극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최근 연구한 하이드로젤 접착도 이런 간극에서 파생된 문제의 한 가지 예라고 볼 수 있는데, 여러 다른 고체 재료와 하이드로젤 사이의 접착이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있어 꼭 필요한 기술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미 개발된 재료를 응용하는 어플리케이션에서 벗어나 연질 재료 분야를 이루고 있는 세부 분야들의 근본적인 지식을 이해하고, 이용해서 그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형태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최근 연구한 하이드로젤 접착뿐만 아니라 유사한 연구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 연구 관심사를 확장해 갈 계획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어플리케이션 개발로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Soft Active Materials Lab.
Q. 연구 중 어떤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었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나.
A. 아무래도 연질 재료와 역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고, 분야 자체가 굉장히 여러 분야의 지식이 섞여있는 분야라서 처음 몇 개월 동안 수많은 논문을 읽고 공부하면서 익숙해지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특히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필요한 세부적인 지식들이 특정 분야나 저널에 잘 정리되어 있지 않고 각 분야의 수많은 저널들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런 정보들을 한데 모으고 체계화해서 정리된 형태로 가공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이 문제는 연구했던 연구 주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분야에서 일하는 연구자들에게 극복해야 되는 필연적인 난관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분야의 논문을 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최근 연구를 수행하면서 드는 생각이 여러 분야의 지식이 섞여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한 우물을 깊이 파는 것 보다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이 다양하고 넓은 분야의 지식을 포괄적으로 흡수하고 잘 조율하는 것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분야의 연구들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칫 방향을 잃기가 쉬운데, 연구를 진행하기 이전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해결 방식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신생 분 야나 새로운 연구 주제의 경우에는 지도교수님이나 기존 논문들이 디테일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논문을 출판했을 때 주가 되는 독자가 어떤 분야의 사람들이고 어떤 배경지식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는 일을 이해할 수 있을지를 고려하는 것도 연구의
방향성을 잡고 필요한 실험들을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덧붙여 연구 그룹의 구성원들이 굉장히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토론을 그룹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Q. 연구활동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은.
A. 지난 2년여 동안 하던 하이드로젤 접착 관련 연구를 마무리 짓고, 최근에는 이 연구를 기반으로 바이오메디칼 어플리케이션 개발과 소프트 재료의 3D프린팅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연구로부터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주제들에 유사한 연구 방법론을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덧붙여 여러 협업 연구들을 통해 개발한 하이드로젤 접착이 좀 더 실용적으로 사용 될 수 있는 분야들을 찾아 적용하는 연구도 계속 진행하고 싶다.
기계·건설공학연구 정보센터 www.materic.or.kr
기계·건설공학연구정보센터는 ‘신진연구지인터뷰’ 코너를 통해 로봇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젊은 과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석사 졸업 이상, 40세 미만의 연구자로서, 최근 5년 이내에 관련 분야의 대표 학술지 또는 학술대회에 1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라면 누구나 신진연구자인터뷰에 신청할 수 있으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열정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인재들이라면 누구나 인터뷰를 통해 연구 성과를 알릴 수 있다. 신청은 전화 또는 메일(TEL : 051-510-1384, E-mail : ariass@naver.com)로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