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정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 로봇이 한팔을 거들고 있다. 이미 수술 분야에서의 로봇 활용은 신기술을 넘어 시장의 확장 단계에 들어선 상황이며, 방사선 치료에도 로봇이 적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암 치료에 있어 기본적으로 활용되는 항암제 조제 분야에서도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시스템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으로, 본지에서는 이와 관련된 이슈와 동향을 소개한다.
Surgery & Radiation
제2의 다빈치 만들기에 돌입한 세계의 로봇기업들
한 의학 전문 매체는 인튜이티브서지컬社의 독주체제가 앞으로는 다른 수술로봇과 경쟁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4년 기준 다빈치 로봇수술은 전 세계에서 57만 건이 진행됐다. 그중 국내 수술은 8,840건으로, 국내외에서 다빈치 로봇수술 시행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2013년 17억 달러에 불과했던 의료로봇시장이 오는 2018년 37억 달러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여러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트랜스엔터릭스의 수술로봇 시스템
다빈치의 고향인 미국의 경우, 이미 2006년 설립된 ‘트랜스엔터릭스(TransEnterix)’가 꾸준히 수술 시스템 및 수술로봇을 개발해왔다. 2015년 이 회사가 공개한 ‘알프-엑스 시스템’은 의사의 시선대로 카메라가 움직이는 다빈치와 차별화된 기능을 구현했으며, 햅틱 기술을 적용해 슬레이브에서 전달되는 민감한 촉감을 의사에게 전달한다. 이 로봇은 2017년 시장진입을 목표로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구글과 존슨앤존슨이 손을 잡고 설립한 ‘버브서지컬(Verb Surgical)’도 주목해야 될 기업이다. 아주 소형화된 이 수술로봇에는 구글의 머신러닝 기술이 탑재되어 의사가 집도한 수술용 영상 및 이미지를 기반으로 올바른 로봇수술법을 제안한다. 수술의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되고, 머신러닝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적용되면서 다빈치와는 확연히 다른 색깔의 수술로봇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빈치보다 저렴한 가격도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전문기업 ‘메드트로닉(Medtronic)’의 로봇수술플랫폼 개발도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하다. 2013년 개발에 돌입한 이 회사는 글로벌 거점에서 로봇 암과 소프트웨어, 기타 플랫폼에 필요한 도구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8년 제품 상용화를 위해 150여 명의 전문가들을 투입한 상황이다.
동양에서도 수술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이 눈에 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수술로봇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자국 의료기기개발강화정책으로 수술로봇을 비롯한 5개 중점 분야를 선정하는 등 그 기세가 매섭다. 특히 가와사키중공업이 출자한 ‘메디카로이드(Medicaroid)’는 오는 2019년까지 성능·비용 모두 다빈치보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수술로봇을 개발하는 세계 각국 및 기업들의 노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국내기업인 ‘미래컴퍼니’의 레보아이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승인을 받으며 한국형 수술로봇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방사선치료에도 ‘로봇’이 함께 한다
Accuray의 CyberKnife M6(사진. Wikimedia)
우리는 과거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암 환자들이 방사선 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진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로봇 세기조절방사선치료기법으로 인해 환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로봇 세기조절방사선치료란 기존의 싸이버나이프(CyberKnife)가 지니고 있던 장점인 치료장비의 높은 자유도 및 치료 중의 영상 유도(Image Guidance) 기능을 유지하면서 다엽조준기(Multileaf Collimator)를 이용해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까지 시행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방사선을 조사하는 치료로봇의 헤드 움직임이 자유로워 다른 치료 장비들에 비해 다양한 각도에서 종양에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고, 치료 중에도 영상 유도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으로 종양 또는 환자의 작은 움직임도 포착해 반영할 수 있는 싸이버나이프의 장점과, 방사선 조사 범위 내에서 개별 방사선 조사면을 수 개에서 수십 개까지 세분화하고, 각 영역마다 방사선의 세기를 필요에 의해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세기조절방사선치료가 융합된 이 기술은 방사선 치료로 인한 부작용 비율을 대폭 줄였다. 실제로 한 의료 전문가는 “미국의 암 환자 중 60%가 방사선 치료를 한다”며 “특히 방사선이 효과적인 두경부암, 폐암, 전립선암 환자들은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연세암병원이 2015년에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로보틱 IMRT를 도입했다. 연세암병원이 도입한 Accuray의 CyberKnife M6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임상의 우수성과 환자에게 초점을 맞춘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Chemotherapy
환자와 약제사를 위해 ‘로봇’이 나선다
아포테카 케모(APOTECA Chemo)
올해 초, 삼성서울병원이 항암제 조제로봇시스템 아포테카 케모(APOTECA Chemo)를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하며 의료업계뿐만 아니라 로봇업계에까지 큰 이슈가 됐다.
이탈리아 ‘루치오니(loccioni)’ 그룹이 선보인 아포테카 케모는 항암제 조제를 위한 로봇 자동화시스템으로, 병원 정보 시스템(HIS)에 통합되어 복잡하고, 중요한 항암제 조제 작업의 완전 자동화를 실현한다.
앞서 수술과 방사선 치료법에서 로봇이 암 치료 분야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면 항암화학요법, 즉 항암제를 이용한 약물치료 분야에서의 로봇활용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의료분과가 협진을 진행할 수 있는 수술로봇 등과는 달리 오로지 약제부에서만 사용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시장 확산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상시험 기간이 짧고, 세계적으로 항암제 조제와 관련해 환자와 약제사의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꼭 필요한 분야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몇 해 전 미국에서는 항암주사 조제 과정에서 곰팡이균 노출 사고로 인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항암제 조제과정에서의 신뢰성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항암제에 포함된 성분은 불임, 기형아 출산, 탈모, 피부질환 등을 유발시킬 수 있어 약제사들의 기피현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아울러 국내의 경우, 암 환자 증가와 더불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거점들이 집중화되면서 약제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소병원들이 항암제 조제를 중단하면서 반대급부로 대형병원에서는 종전대비 항암제를 조제하는 건수가 대폭 증가한 실정이다.
즉 환자에게 정확하고 안전한 항암제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약제사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항암제 조제로봇시스템이 필요하다.
제약 업계에 부는 로봇바람
최초로 항암제 조제로봇시스템을 임상 적용한 국가는 영국이었지만, 세계적으로 이 시스템을 ‘잘 만드는’ 국가는 이탈리아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조제로봇시스템 전문기업 Health Robotics의 가스빠르 데 비에드마 수석부사장은 조제로봇 역사의 시작을 1989년으로 정의했다. Health Robotics는 현재 조제로봇 분야에 있어 세계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으로, 자체적인 조제로봇시스템과 조제업무흐름관리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의 조제로봇시스템에는 덴소의 로봇 암이 적용됐다.
Health Robotics와 루치오니 외에 캐나다의 Intelligent Hospital Systems, 그리고 일본의 Yuyama, Yasukawa 등 3~4개의 회사들이 있고, 스페인의 Kiro, 독일의 Fresenius Kabi 등이 약을 조제하는 로봇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의 (주)NT로봇이 항암제 조제로봇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격 장벽 허무는 국산 항암제 조제로봇시스템 나온다
항암제 조제로봇시스템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로봇을 이용한 조제는 인간이 조제했을 때보다 천 배가량 정확한 조제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약제사들이 ‘눈금’을 이용한 목시검사(目視?査)를 통해 항암제를 조제했다면, 로봇은 시스템 내부에 설치된 정밀한 전자저울로 약을 조제한다. 즉, 의사가 설정한 처방전대로 정확하게, 정량을 계량하여 항암제를 조제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안전성에 대한 기대이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항암제 조제 전문약제사들은 여러 부작용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로봇조제시스템을 사용하게 된다면 약제사는 약물과 공간적으로 완벽하게 격리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속성이다. 과거에는 암 환자의 경우 필수적으로 입원치료를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입원의 비율이 줄어들고, 반대로 외래환자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관련해 한 로봇제조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암은 만성화되는 병으로서 통원치료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즉, 암치료거점의 집중화로 인해 제조량은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기시간이라는 시간적 한계를 지닌 외래환자의 비중까지 증가하게 된다면 보다 신속한 항암제 조제가 필요하게 된다.
한편 항암제 조제로봇시스템의 도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가격으로, 대략 14억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산 로봇제조사인 (주)NT로봇이 개발한 항암제 조제로봇시스템 ‘DUPAL-Chemo’가 대폭 하향된 가격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