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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Focus] 2015 ROBOT HOT ISSUE 캄캄함 속에서 빛났기에 더욱 밝다 정대상 기자입력2016-01-07 15: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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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였다. 제조용 로봇 분야를 살펴보면 여러 기업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음에도 일각에서는 수주 물량 쳐내기에 바빴고, 또한 국내에서 팔리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UR이 3자릿수 판매 대수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편 로봇산업 전체를 살펴보자면 로봇산업의 허브 구축에서부터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경연 우승에 이르기까지 밝은 소식들이 줄지었다. 공중파, 언론에서 로봇을 다루는 일이 잦아졌고, 로봇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다. 본지에서는 한 해를 매조지는 의미에서 2015년, 다양한 로봇 관련 산업계의 소식을 정리했다.

 

# 제조업에서 열린 인간과 로봇의 공존
2015년은 콜라보레이션 로봇의 실체가 정립되고, 국내 업계에 보급된 실질적인 원년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편의를 돕는 개인서비스로봇은 당연히 인간과의 공존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어야 한다. 극도의 안정성과, 로봇을 모르는 이들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사용편의성은 개인서비스로봇 제조메이커들의 주된 관심사였고,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의지를 바탕으로 상당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완구형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수준의 개인서비스 로봇 중에서는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역시 가장 큰 문제점은 ‘가격’이다. 로봇 제조에 있어 상당한 코스트 비중을 차지하는 고정밀 감속기 등 주요 원천기술력의 미흡함과 서비스 로봇 제조 메이커들의 양산 여력 부재에 따른 고가격화로 협업 로봇은 쉽사리 연구소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과 로봇이 한 공간에서 마주앉는 모습이 제조 공장에서 펼쳐졌다. 실체를 파고들고 보면 그리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될 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조용 로봇메이커들은 자체적으로 인간과 함께하는 로봇을 위한 R&D들을 진행해왔다는 점이다. 몇 해 전 모 글로벌 로봇메이커 담당자가 했던 “우리도 서비스 로봇 개발하고 있어요”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특히 현재 제조용 로봇메이커들이 선보이고 있는 제조용 인간 협업 로봇은 그들이 생각하는 서비스 로봇 개발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되기도 한다.
몇 해 전부터 제조 현장에서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는 콘셉트의 로봇은 꾸준히, 또한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어 왔고, 실제 적용도 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제조용 로봇 이슈로 꼽은 이유는 국내 제조 현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 선두에는 유니버설 로봇의 UR시리즈가 있다. 유니버설 로봇의 최초 국내 에이전트를 담당했던 다산뉴텍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뒤이어 새로운 에이전트로서 유명세를 알린 비전세미콘이 2014~2015년 무려 100여 대 수준의 판매고를 올렸다.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고, 유니버설 로봇은 여세를 몰아 국내에 2개 에이전트를 추가로 확충해 3에이전트 체제를 구축했고, 더불어 2016년 상반기에 국내 서비스센터를 개소할 뜻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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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세미콘은 지난 2015년 한 해에 80여 대의 UR 시리즈를 판매했다.


여기에 쿠카로보틱스도 가세했다. LBR iiwa를 국내에 공식적으로 런칭한 동사는 첫 공식 런칭 세미나에 이어 쿠카로보틱스 대구 기술연구소에서 또 한 번, 그리고 크고 작은 전시회에서 수차례 이 로봇을 소개했다.

이 두 로봇은 모두 외팔 타입에 관절마다 포스토크센서를 부착했고, 직접교시가 가능하다. 서두에 언급했던 안정성과 사용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실제로 유니버설 로봇의 경우 로봇에 대해 ‘문외한’ 유저들의 선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ABB 역시 2015년 양팔로봇 YuMi를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알리기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 펼쳐진 ‘2015 국제동경로봇전시회’에서 이 YuMi는 실제로 백의가운을 입은 작업자와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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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22일 쿠카로보틱스코리아는 한국에서 LBR iiwa의 공식적인 런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밖에도 화낙을 비롯한 다수의 로봇기업들이 현재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인간과 협업 가능한 로봇을 선보여 향후 시장의 판도가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제조현장은 아니지만 리씽크 로보틱스의 벡스터 역시 국내에서 최초로 판매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특별한 이슈였다. 로보케어가 국내 연구소에 벡스터를 판매했고, 이어 NT로봇 역시 리씽크 로보틱스 판매 소식을 알렸다.

 

# 대기업, 로봇산업에 발 디딘다
일본 로봇업계를 들여다보면, 유독 대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수직다관절로봇을 예로 들면, 나치후지코시를 시작으로 야스카와전기, 화낙,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전기, 덴소, 엡손, 도시바기계 등 일본의 대기업들이 고기술력을 요구하는 로봇 매니퓰레이터를 제작하고, 이어 중소·중견기업들이 시스템 인터그레이션을 진행하는 구조이다.
반면 한국의 로봇산업은 오래 전부터 중소기업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용할 만한 국내 수직다관절로봇 메이커가 한정되어 있어 일본·유럽의 매니퓰레이터를 구입해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그나마 현대중공업이 로봇사업을 시작하며 국내 시장에서5,000대에 달하는 판매량(2014년 기준, 자료 : 현대중공업)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대기업의 참여가 저조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에는 유독 로봇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뜻을 밝힌 대기업들이 많았다. 제조용 로봇 분야에 있어서는 삼성전자와 한화테크윈이 로봇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뜻을 밝혔고, 비제조용 로봇 분야에서는 네이버가 향후 5년 간 로봇, 무인자동차, 스마트 홈 분야에 1,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로봇을 개발할 뜻을 밝혔다.
우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부분은, 삼성전자와 삼익THK가 정부사업으로 함께 진행한 수직다관절로봇 매니퓰레이터 개발이다. 이는 국내 로봇 시스템인터그레이션 기업들에게 있어 희소식으로 생각된다. 3~10㎏ 수준의 페이로드를 공략하는 국내 수직다관절로봇 메이커 2개 업체(쎄네스테크놀로지, 오토로봇)가 등장해 어느 정도 판매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비슷한 영역의 로봇이 한 종 더 등장한 것이다. 특히 삼익THK가 로봇을 개발하고, 삼성전자가 이를 테스트하는 역할을 담당했기에 필드테스트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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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신사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삼성전자와 삼익THK가 수직다관절로봇을 개발했다.


또한 한화테크윈은 이번 ‘2015 로보월드’를 통해 육, 해, 공 무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였는데, 이와 별개로 자동화 공장에 적용될 수 있는 로봇 컨트롤러를 선보여 큰 이슈를 모았다. 특히 동사는 이 밖에도 제조용 로봇을 이용한 시스템 인터그레이션에 대한 계획도 가지고 있어 파급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네이버는 자사의 목표인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로 로봇을 선정했다. 처음 선택했던 도구가 포털이었다면, 로봇은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아이템이라는 것이 네이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 상황은 아니지만, 석상옥 박사 영입 등 그림을 그리기 위한 화구(畵具)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다시 불붙은 병렬링크로봇 시장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던 병렬링크로봇이 어느 정도 시장이 정리가 되었나 싶은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불이 붙었다. 웨이퍼 이송 로봇을 전문으로 제작하던 나온테크의 병렬링크로봇 공개와 더불어 NT로봇 역시 사용자편의성을 중시한 병렬링크로봇을 개발, 수출에 나섰다. 또한 본격적으로 공압을 넘어 전동 시장에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페스토 역시 패러럴로봇 어플리케이션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창원에서 개최된 ‘2015 공작기계 및 관련부품전’에서 소니도 병렬링크로봇을 선보이며, 향후 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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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테크가 선보인 병렬링크로봇


한편 병렬링크로봇 컨트롤러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추가적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모 로봇기업에 병렬링크로봇 제어기를 제공하던 아진엑스텍이 본격적으로 해당 제어기 판매에 나섰고, 한화테크윈 역시 ‘2015 로보월드’에서 제어기 하나로 두 대의 병렬링크로봇을 제어하는 시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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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엑스텍은 2015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병렬링크로봇 제어기 판매에 돌입했다.

 

# 엔드유저는 울고, 로봇SI기업들은 웃고
경기가 안 좋았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어디를 가도 똑같은 이야기들을 했다. 신문시장에서, 각종 칼럼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소문들이 하나같이 저성장 기조와 경기 한파, 다가올 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실제로 로봇 분야에서 압도적인 시장을 차지하는 오토모티브 분야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가 예년만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몸살을 앓았던 폭스바겐은 2016년 설비투자액을 10억 유로(약1조2346억 원)가량 감축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 시스템 인터그레이션(SI) 기업들은 오히려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 소재의 한 로봇SI업체는 2015년 11월 기준으로 100여 대 수준의 로봇 시스템을 납품해야 된다고 밝혔고, 또 다른 업체는 3/4 분기 이후 18여 개 업체의 로봇 시스템 수주가 밀려있다고 했다. 대구에서도 호황 소식은 들렸다. 로봇 디버링 시스템 라인을 구축하는 이 업체는 “수주가 많아져 수주량을 조절해야 될 정도”라고 전했다.
한 로봇SI기업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엔드유저가 투자를 줄이면,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협력업체들이 껴안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협력업체들은 로봇 시스템을 도입해 인건비라도 감축해야 되는 상황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인공지능 자동차 혹은 전기 자동차 등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며 기존의 양산차 공정과 다른,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도 고조되고 있다.
물론 전체적인 설비라인의 투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모든 로봇SI기업들이 모두 활황일 수는 없다. 하지만 평소 기업 인지도를 착실하게 쌓고, 특히 중견급 이상의 설비투자 여력이 있는 협력업체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업체들은 대체적으로 오히려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유수 글로벌 로봇메이커들이 자체적으로 SI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할 변수일 듯싶다.


#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리그의 정상에 선 한국
제조업을 넘어, 비제조용 로봇 분야에서도 2015년 이슈는 풍성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의 휴보를 빼놓을 수는 없다. 오준호 박사 연구팀은 몇 년 전부터 세계 로봇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달파 로봇 챌린지에서 당당하게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는,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한다. 이번 휴보의 달파 로봇 챌린지 우승은 이 리그에 한국이 완벽하게 안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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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재난대응 휴머노이드’의 영예를 안은 휴보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우리나라의 휴머노이드 로봇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겸손의 말을 전한 오준호 박사는 “그러나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한국이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게 된 계기가 됐다”고 이번 우승의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국내 로봇기업 로보티즈의 똘망은 이번 챌린지에 참여한 유수 휴머노이드 로봇 그룹들이 사용함으로써 우리 로봇기술력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켰다. 실제로 로보티즈의 김병수 대표이사는 그 공을 인정받아 2015년 로봇포상 및 로봇인의 밤 행사에서 산업포장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 한국에 마련된 로봇산업의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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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로봇산업클러스터가 출범식을 가졌다. 


나라 안팎에서, 제조/비제조용 모든 분야에서 우리 로봇기업들이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빠질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중앙부처에 로봇 관련 과가 개설되고, 로봇 산업을 위한 진흥원이 설립되는 등 타 국가들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로봇과 관련된 지원이 체계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출범한 로봇산업클러스터는 우리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 의지가 결코 녹록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관련기사 48~49p).
대구시에 설립된 로봇산업클러스터는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로봇만을 위한 산업의 허브로서, 2015년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이슈였다. 2015년 1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신청사 시대 개막이 한 해를 열었다면, 2015년 12월, 로봇산업클러스터 출범은 2016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완벽히 마무리 지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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