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었다. ‘대한민국 로봇대상 및 로봇인의 밤’은 저물어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언제나 우리 로봇업계를 위로하고, 다독인다. 제조/비제조용 로봇 구분 없이 한 자리에 모여 ‘힐링’하고, 업계 발전에 이바지한 로봇인들을 논공행상하고, 다가오는 丙申年에도 힘차게 달릴 준비를 한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유독 의미가 깊다. 추운 겨울 드럼통 모닥불에 모여 언 몸을 녹이듯, 경기 한파 속에서도 함께 모여 체온을 나눈 이 자리를 본지가 취재했다.
취재 정대상 기자(press2@engnews.co.kr)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로봇산업협회와 파이낸셜뉴스가 주관하는 ‘제10회 대한민국 로봇대상 및 로봇인의 밤’ 행사가 지난 2015년 12월 10일(목) 양재동 엘타워 그랜드홀에서 개최됐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직접 참석해 로봇인들을 격려해 의미를 더했다.
황 총리는 “정부는 국내 제조용 로봇 기술력과 생산 증가에 대한 업계의 노력에 부응해, 로봇산업 기술발전과 시장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여러 로봇 선진국과의 핵심기술, 사업화 등에 대한 격차를 언급하며 “이제야말로 정부와 산업계, 연구기관이 힘을 합해 로봇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된다”며 “세계 유망 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로봇산업을 우리가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지닌 인프라를 활용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황 총리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연간 27억 달러 규모의 중국 로봇시장에 대한 진입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사다난함 속에서 세계 무대에 우뚝 선 한국 로봇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는 2015 대한민국 로봇대상 및 로봇인의 밤 행사는, 지난 10년의 국내 로봇산업의 성장세를 반영하듯 많은 로봇인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의 서막은 지난 한 해 우리 로봇업계인들을 뜨겁게 달구었던 10가지 이슈를 담은 영상으로 열었다.
매해 그러했지만, 돌이켜보면 유독 2015년은 국내 로봇업계의 위상이 한층 제고된 한 해였으며, 그 중심에는 단연 휴보가 있었다.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가 이끈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의 휴보가 DARPA Robotics Challenge에서 일본, 미국, 프랑스 등 휴머노이드로봇 강국을 상대로 이뤄낸 쾌거는 소위 ‘휴머노이드 리그’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선진국 반열에 한국을 완벽하게 올려놨다.
한편 2015년은 휴보의 대외적인 선방과 함께 로봇산업클러스터 출범이라는 대내적인 내실도 다져진 해였다. 로봇산업클러스터의 출범은 로봇기업들의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허브로서 우리 로봇기업들의 대내외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국과 중국의 로봇산업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 역시 2015년 핫이슈 중 하나였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지난 한 해 유독 중국 방문이 잦았다. 국내 로봇기관들의 끈질긴 노력은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 중국 로봇업계 역시 우리 로봇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로보월드 및 로봇인의 밤 행사 10주년, 지능형 로봇 표준 포럼 10주년, 국내 로봇수술 실시 10주년 및 글로벌 로봇메이커들의 국내 사업 강화 등 다양한 이슈가 영상을 통해 소개됐다.
이어 한국로봇산업협회 김철교 회장(한화테크윈)은 개회사를 통해 “현재 한국 로봇산업은 주위 강국들과 비교해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선진국들이 주도권을 잡고 시장을 넓혀가는 상황”이라고 현 로봇산업의 형국을 진단하며 “대내외적으로 긴장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과 협회, 그리고 기업들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주최측인 파이낸셜뉴스의 권성철 대표는 축사를 통해 10주년을 맞이한 이번 행사를 기념하며 “로봇이 미래 성장동력이 아닌, 현재 성장동력이기를 바란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또한 그는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로봇은 연 평균 10% 이상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라며 “다가오는 원숭이의 해를 맞이해, 손오공이 여의봉을 휘둘러 요괴를 물리치듯, 속 시원하게 어려움을 타파하기를 기원한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로봇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영웅들을 치하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을미년 한해 로봇업계 발전에 이바지해온 인사들에 대한 공을 치하하는 자리도 함께 마련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젊은 기업인인 (주)로보티즈의 김병수 대표이사가 산업포장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이다. 동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용 고성능 관절모듈 다이나믹셀과 휴머노이드 플랫폼 개발 및 사업화에 성공하며 입지를 다졌다. 특히 지난 DARPA Robotics Challenge를 통해 공개한 동사의 로봇 플랫폼은 결선 참가팀의 30%가 사용할 만큼 뛰어난 개방성으로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의 위상을 제고했다.
대통령 표창의 영광은 부산대학교 이장명 교수와 한화테크윈(주)의 홍성진 상무에게로 돌아갔다. 이장명 교수는 로봇산업 핵심 인재 양성과 국내외 로봇기구 활동을 통해 로봇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로봇기술 개발을 통해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했으며, 한화테크윈(주) 홍성진 상무 역시 산업용 로봇기술 개발 및 적용 이후 중국 진출과 시장 확대, 서비스로봇 분야 최고 수준인 무인 자율주행 로봇 자체 플랫폼 개발 등 혁혁한 공을 쌓았다.
이어 서울로봇고등학교 노태석 교장과 (주)피앤에스미캐닉스 이동찬 전무이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영숙 책임 및 (주)이산솔루션 전상원 연구소장 등이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노태석 교장은 로봇기업의 요구조건을 반영한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 개발과 학생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로봇 인재 양성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고, 이동찬 전무이사는 토종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국내 최초 보행재활훈련로봇을 개발, 상용화 및 해외 수출에 성공하며 이번 표창의 주인공이 됐다. 또한 정영숙 책임은 KS표준 2건, 국제표준기고 10건, KOROS 표준 22건, TTA 표준 2건 등 서비스로봇 시험평가 방법 및 표준 개발을 통한 로봇 국내외 표준 선도에 이바지했고, 전상원 연구소장은 선도적인 로봇 개발과 제품화, 그리고 이슈가 된 공연로봇 개발 및 기술총괄 수행을 통한 문화로봇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
제10회 대한민국 로봇대상 및 로봇인의 밤 행사를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
이 밖에도 (주)케이엠씨로보틱스 전대영 대표이사, 한경대학교 전병태 교수, (주)마로로봇테크 김덕근 대표이사,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조지승 팀장, 현대중공업(주) 이재영 부장, 청주교육대학교 한정혜 교수, SK텔레콤(주) 김돈정 팀장 등 산·학·연 관계자 7인이 장관 표창을 수상했고, (주)네스앤텍 이기성 대표이사가 파이낸셜뉴스주관기관장상을,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경준형 선임이 한국로봇산업협회주관기관장상을 받았다.
한편 올해의 로봇인에는 한국로봇산업 김재환 팀장이 선정되며 로봇인들의 축하를 받기도 했다.
로봇업계 재충전의 시간 마련
로봇업계의 한해를 위로하는 자리인 만큼 이번 행사에서는 포상과 더불어 다채로운 문화공연이 준비됐다. 특히 문화행사의 시작을 알린 서명희 명창은 참여하는 판소리 공연으로 많은 호응을 받았으며, 2016년에도 매사가 잘 풀리기를 기원했다.
또한 로봇과 재즈밴드의 콜라보레이션 공연과 국내 로봇수술 기술을 해외에 널리 알리고 있는 연세세브란스병원 이우정 교수의 수술로봇 강연, 마술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로봇인들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잠깐의 웅크림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지난 십 년간 꾸준히 로봇업계의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장이된 대한민국 로봇대상 및 로봇인의 밤 행사는 한해를 매조지고, 새해를 다짐하는 상징적인 행사이다. 금년 행사 역시 팔도 각지에서 모인 로봇인들은 반가운 얼굴과 마주하며 상호간의 안부를 묻고, “더 힘을 내자” 다짐함으로써 로봇업계의 사기와 기상을 북돋우는 자리가 됐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정경원 원장의 건배사처럼 최근 로봇의 위상이 이전과 달라졌다. 로봇인들 위주였던 로봇융합포럼이 이제는 수요처를 넘어 투자처까지 함께 참여하고 있고, 여러 지면과 언론, 공중파 예능에서까지 로봇이 다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로봇산업클러스터 출범 등 로봇기업들이 달려야 할 때 달릴 수 있도록 정부가 스타팅 블록을 마련한 만큼 로봇기업들 역시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여 추위에 잠시 웅크렸던 몸을 활짝 펴고, 달려 나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