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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형산업의 위기를 통해 본 ‘일본 금형시장 분석’ (下) 금형산업의 위기를 통해 본 ‘일본 금형시장 분석’ (下) 임단비 기자입력2015-10-01 14:33:51

금형산업의 위기를 통해 본 ‘일본 금형시장 분석’ (下)
 


2. 시장 규모


1) 일본 금형산업 특징과 생산액 추이
일본 금형산업의 첫 번째 특징은 자동차 및 가전제품으로 상징되는 프레스형, 플라스틱형이 주력제품이라는 점이다. 이는 2014년 금형 종류별 생산액 비중을 보면 프레스용과 플라스틱용이 전체의 각각 39.1%, 36.3%을 차지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데 300~500개의 금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프레스형 혹은 플라스틱형 등으로 통합해서 통계를 처리하고 있지만 플라스틱형에는 자동차에 쓰이는 범퍼와 같은 대형 제품에서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기어에 들어가는 제품까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각 제품과 기술이 다양할 뿐 아니라 생산하는 회사의 규모와 특징도 셀 수 없을 정도다.


두 번째 특징은 종업원 수가 20명 미만의 소규모 기업이 전체기업의 약 90%에 달한다는 점이다. 현재 9,221개 사업소 중에서 89.6%에 해당하는 8,261개가 종업원 20명 미만 기업이며, 20명 미만 기업에 종사하는 종업원 수는 전체 종업원의 43.4%에 해당하는 37,832명이다.


세 번째 특징은 각 금형업체가 모두 특정 제품과 기술에 특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금형은 주문형 단품 생산이 많기 때문에 대량생산의 장점을 살리기 어려운 대표적인 업종으로 분류된다. 이에 금형의 수요는 완성품 업체가 신제품을 만드는 경우 또는 부품 성형업자가 새로운 부품을 만드는 경우에 발생하지만, 경기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수주 물량의 증감 폭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설비와 인건비 등의 고정비를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으며 많은 금형업체가 생산규모를 확대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특정 고객의 기술과 제품분야에 특화하여 소규모 기업으로 존속하는 성장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데, 일본 금형산업은 종류와 크기에 따라 설계기술, 제조설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체가 특정 전문분야에 특화되어 있다. 따라서 기계설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강하며 완전 수주생산에 의한 수주변동이 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미세한 마무리 공정은 숙련공의 경험과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기술노동집약적인 가공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일본 금형산업은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특화하여 기술과 기능을 축적함으로써 세계적 수준의 높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2000년경부터 일본의 금형 생산액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그 주요 원인으로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등 일본 제조업체가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고 동아시아 금형산업의 부상한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일본의 완성품 제조업체가 국제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형조달 비용을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강해지면서 금형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이후 자동차산업이 호조를 보이고 일본 금형산업의 기술력, 납기단축, 품질 등이 재평가되면서 한 때 회복세로 돌아섰으나, 유럽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최근 다시 생산액이 급감하는 추세이다.




2) 수출입 동향
일본 국내 완성차업체는 자체 생산하는 제품 이외 모든 제품은 원칙적으로 여전히 일본 금형업체가 만드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외국으로부터의 금형 수입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일본 금형의 수입침투도(수입량/(생산량-수입량+수입량)으로 환산) 추이를 살펴보면 2003년에는 20%정도였으나 그 이후 서서히 상승하여 최근에는 35%까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외국산 금형이 일본으로 유입되면서 일본 국내시장에서의 일본제품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일본이 수입하고 금형은 수지성형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금형 중에서도 특히 수지성형용 금형은 기술적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바이다. 반면 수출은 외국 업체의 기술력 향상, 가격 경쟁력, 엔고 등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형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제조업체가 중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여, 현지 업체로부터 금형을 조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 완성품 제조업체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 한국과 대만의 금형업체로부터 제품을 조달했던 경우와는 달리 중국의 금형업체를 이용함으로써 현지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 첫 번째 제품을 만든 이후 두 번째 이후부터는 중국에서 제품을 제작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성품 제조업체가 자체적으로 금형을 생산하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한·일FTA 체결을 기대하면서 한국의 금형업체를 물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일본의 완성품 업체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금형업체는 해외사업에 대한 노하우도 없는 상태에서 동반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일본 금형업체가 수출에만 의존하기에는 환율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해외 현지의 금형업체로 대체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가령 해외로 진출했다 하더라도 금형 생산만으로는 수주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진출하지 않으면 수주확보가 어려워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일본 금형업체는 일본 금형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성장하는 신흥시장에서 어떻게 성과를 올릴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사진. 금형수출금액 및 출·하액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율 추이>



3) 한·일 금형 수출입 동향
한국이 2011년에 일본으로 수출한 금형 총액은 3억 8,500만 달러로 전년대비 41.2% 증가했으며,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흑자국인 일본 수출은 플라스틱 금형 등 모든 부문에서 40%를 넘는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대일 수출 증가는 실적이 저조했던 2010년의 기저효과 및 반도체, 자동차, 기계류 등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관 수요산업이 높은 수출 증가세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금형 수출은 과거 일본, 중국, 미국 등에 편중되어 있던 대상국이 아세안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다변화된 상태이다. 이는 전통적인 최대 교역국인 일본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금형 업체들이 다양한 판로를 개척한 결과이며, 따라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일본수출의 비중은 지난 2007년 27.3%에서 2011년에는 17.5%로 낮아졌다.


반면 한국의 금형 수입국을 살펴보면, 지난 2007년에 전체 수입의 43.1%를 차지하던 일본이 2011년에는 중국에 이어 2위로 내려간 상태이며, 2011년 당시 최대 수입국은 중국으로 전체 수입액의 37.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형별 금형 수입 실적을 살펴보면, 프레스금형이 전체 수입 중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52.4%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중은 플라스틱금형은 28.3%, 다이캐스팅금형은 28.7%, 기타금형은 18.2%이다.


3. 주요 업체 동향


힘든 상황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일본 금형산업의 현황을 반영하듯, 일본금형공업회는‘금형산업비전’이라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일본 금형업체가 중요하게 생각하게 하는 핵심 키워드로 ‘성형’과 ‘해외’를 꼽고 있다. 일본 금형업체 중에는 이러한 전략 외에도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자사만의 경쟁력을 갈고 닦으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그 첫 번째 사례로, 가파른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일찍 진출하여 자동차와 OA(Office Automation)와 같은 성장분야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A기업이 있다. 도카이 지역에 위치한 이 기업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광학제품과 안보관련 부품,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OA부품 등을 집중 생산하며 과당경쟁을 피해가고 있다. 또한 고객사 근처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여 금형설계에서 일본에서는 하지 않았던 성형까지 일괄 수주하는 등 이용자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제품의 선택과 집중을 추진함으로써 대규모 수주체제를 확립하여 생산비용을 줄여 나가고 있는 이 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으로 분야를 확대하여 리스크 분산과 수익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으며, 나아가 거래 대상을 외국계로 제한함으로써 자금회수 위험성을 낮추는 판매 전략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두 번째로는 금형제작 이외의 주변사업으로 분야를 확대하여 성공한 아크(ARRK)를 들 수 있다. 아크는 개발지원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과당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금형제작 사업에 비해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그룹사가 급증하여 수익관리가 어려운 국면을 맞이했었던 동사는 과잉채무 상태까지 빠져 지난 2011년에는 기업재생지원기구로부터 정책자금 지원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핵심 분야로 육성 발전시키고 있는 개발지원 사업 이외의 대부분의 사업을 정리하고, 여러 그룹사가 공동으로 일괄 수주할 수 있는 체제를 활용함으로서 2012년 3월 결산에서는 수익증가를 실현시켰다.


세 번째로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성장분야 중 하나인 환경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금형기술 사례로 방전정밀가공연구소의 ‘세라믹허니컴압출용 금형’을 들 수 있다. 디젤엔진을 비롯한 엔진 자동차의 배기가스 정화용 세라믹허니컴은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수요증가가 기대되는 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회사는 방전가공의 전기조건과 가공액 처리법 등 기존에 축적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잘 알려진 미세한 고도의 금형가공을 실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세라믹허니컴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나타내어 최근에는 사업규모 확대까지 이뤘다.


마지막으로 고품질의 금형을 단기간에 제조하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진 야마가타카시오이다. 야마가타 카시오는 주로 휴대전화와 손목시계 케이스 등의 수지사출성형금형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금형·성형 업체이다. 최근 이 회사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2012년 4월에 본격적으로 가동시킨 차세대 금형설계 생산시스템 ‘하이넷몰드(HINET MOLD)’ 때문이다. 하이넷몰드란 성형제품의 모델링에서부터 금형부품 가공까지의 작업을 커버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일반적인 금형의 설계 및 제작에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조적 업무와 그렇지 않은 작업으로 구분되는데, 하이넷몰드는 이 중에서 작업적 업무를 철저하게 자동화함으로써 리드타임을 단축시킨다. 또한 금형설계에서 NC데이터 작성에 이르는 CAD·CAM작업의 약 80%를 자동화하여, 약 3년 전과 기술적 난이도가 동일한 금형이라면 설계에서 제작에 필요한 리드타임을 30%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은 더불어 금형제품으로서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치도 포함하고 있다.


야마가타 카시오가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는 일본 제조업체가 해외생산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점차 강해지고 있고, 한국 등 외국 금형업체의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 제조업체는 최근 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 확대에 따라 해외생산 비중을 점차 늘리는 추세일 뿐만 아니라 해외생산 대상 품목이 종래와는 달리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최첨단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인 야마가타 카시오도 금형을 설계·제작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며, 이러한 첨단 제품은 시장 투입 시기를 놓치면 채산성 확보가 어려워 지속적인 생산이 어려워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편 일본의 금형업체는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성장분야에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금형공업회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회원사 정보를 바탕으로 유망분야에 속하는 기업 비중을 살펴보면, 총 573개 회원사 중에서 의료(23개사), 항공(8개사), 우주(1개사)로 나타난다.


4. 일본 금형산업의 강·약점을 통한 향후 전망


일본 금형업체는 대내외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기업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랜 기간 동안 축적해 온 기술적 우위성을 모두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경영난 해소를 위해서는 축소되어가는 일본 국내시장을 보완하기 위해 신흥국 등의 성장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과 더불어 의료, 항공, 환경, 에너지 등 성장분야에 대한 투자가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하여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기술적 우위성을 활용하여 대형, 미세, 복잡, 대량 등의 영역과 안전한 틈새시장에 특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거래업종을 다양하게 확대하여 수익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도 생존을 위해 전략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형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분야와 연계한 새로운 영역 개척이 장기적으로 보면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금형제작과 관련된 연계분야 기업과의 다양한 형태의 제휴는 판매기회를 확대하고 투자부담을 줄이며 리스크를 경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금형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주요했던 것은 현장의 기술자들이며, 이들 기술자들이 확보하고 있는 노하우가 다음 세대로 계승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아무리 자동화 기술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금형제작은 여전히 기술자의 노하우에 의존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에서의 기술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기술자에게 체화된 노하우가 더욱 절실한 상황임에 분명하지만,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반면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일본 금형업체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사업계승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일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일본을 떠나 외국으로 떠나간 기술자 규모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국내 기술 기반을 상실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일본 금형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오키나와에 새로운 금형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과 더불어 후계자 육성을 포함한 기술적 우위성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되는 바이다.



<일본 금형산업의 SWOT 분석>





* 출처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www.kj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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