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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지는 로봇과 인간의 장벽 세계 제조업계가 인간-로봇 협업에 집중한다 임단비 기자입력2015-05-28 10:40:22

포화상태에 접어든 제조용 로봇의 어플리케이션은 제조용 로봇산업의 성장둔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조용 로봇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엔드유저에게는 더욱 높은 로봇자동화율을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이 로봇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바로 인간과 협업할 수 있는 로봇이다. 로봇과 인간을 가로막던 펜스를 거둬냄으로써 발생될 수 있는 시너지에 세계의 로봇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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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리씽크 로보틱스의 양팔로봇 벡스터>


로봇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인간이 하기에 힘든 일, 인간이 하기에 위험한 일, 인간이 하기에 어려운 일, 인간이 하기에 더러운 일을 인간보다 강한 힘으로, 인간보다 빠르게, 인간보다 정확하게 수행함으로써 인간을 대체해온 것이다.
특히 제조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성은 더욱 폭발적이다. 앞서 언급했던 로봇의 역할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오늘 날 제조용 로봇은 자동차, 반도체, 전기·전자, 포장·물류, 식품, 의약 등 대부분의 산업 프로세스에 적용됨으로써 인간 중심의 작업 현장을 로봇 중심의 작업 현장으로 바꿔 놨다. 이 전환은 시장의 규모와 현장의 작업 난이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노동자의 임금 증가와 다양한 로봇 형태의 개발, 다수의 적용 레퍼런스 등이 혼재됨으로써 그 영역이 넓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수차례의 혁신과 진보를 거듭한 끝에 로봇은 이제 그 자체만으로는 혁신을 위한 모멘텀이 약화된 상황이다.
물론 제조용 로봇기술의 발달을 단순히 로봇 매니퓰레이터 자체만의 발달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제조용 로봇의 발전사란 로봇 매니퓰레이터와, 로봇 시스템인터그레이션, 소프트웨어와 통신기술의 진보를 아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용 로봇의 혁신 모멘텀이 약화된 상황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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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니버설로봇의 UR 시리즈>


제조용 로봇, 다음 성장 모멘텀은 ‘인간-로봇 협업’
최근 세계 굴지의 메이저 로봇메이커들이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지향하며 로봇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다수의 로봇이 상용화된 상태이다.
세계적으로 인간과 협업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이 진행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어플리케이션의 다양화를 꼽을 수 있다.
이미 세계의 로봇 제조 현장에는 일본, 유럽, 미국, 아시아 등지에서 제작된 제조용 로봇이 대부분 적용된 상태로, 제조용 로봇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접어든 현재 로봇메이커들은 새로운 성장 모멘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제조용 로봇 어플리케이션의 포화와, 혁신 모멘텀의 부재에서 새롭게 대두된 개념이 바로 인간과 로봇의 협업인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이란 인간 중심에서 로봇 중심으로 전환된 제조현장에 다시 인간이 끼어드는 개념이 아니다. 보다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로봇으로의 전환이 진행된 제조 현장의 프로세스 중 기존의 로봇으로는 도저히 자동화할 수 없었던 분야까지도 로봇이 적용되도록 하는, 오히려 기존보다 제조현장에서의 인력 비중을 더욱 축소시키는 개념이다.


로봇자동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자적인 작업지능을 지니고 독립적으로 운용되거나,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로봇이나 지금까지의 기술력으로는 이를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은 기존의 위치 기반제어를 통한 단순반복재생 위주의 제조용 로봇에서 독립적인 로봇으로 발전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볼 수 있다. 즉, 인간의 지능과 로봇의 성능을 결합해 고도의 작업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로봇의 사용법을 모르는 현장 작업자들까지 로봇을 쉽게 티칭하고, 이를 통해 로봇의 응용 범위를 다양화시킴으로써 로봇 전문 인력 없이도 다품종 변량 생산이 가능하게끔 도와주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주요국 인간-로봇 협업기술 연구 동향


EU
메이저 로봇 메이커들의 어플리케이션 다양화를 위한 인간 협업 로봇 개발과 더불어 각 주요국들이 인간-로봇 협업 기술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EU의 6th Framework Programme의 펀드를 지원받아 수행된 제1차 SME(Small and Medium sized Enterprises) 프로젝트(2005~2009년)에서는 IPA(프라운호퍼 생산기술연구소), DLR(독일 우주항공연구소)을 필두로 유럽의 주요 제조용 로봇 메이커인 ABB, KUKA, COMAU 등이 참여해 인간 공조형 로봇에 대한 개념을 정립, 실적용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수준의 자동화에 적용 가능한 SME 로봇 시스템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이 연구는 로봇에 사전 입력되지 않은 경로 계획 및 작업계획을 사용자가 말단 장치를 파지해 직접교시 방식으로 입력시키는 기술을 비롯해 사람과 협력해 정밀 조립을 구현하는 기술,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 필수적인 로봇 안전 기술 등이 포함되었으며, 당시 IPA의 파워메이트, Rob@Work, DLR의 Light-wight Arm을 활용한 연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255억 원의 예산이 투자된 이 연구의 후속 프로젝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됐으며, 180억 원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2차 SME 프로젝트는 로봇의 작업 인지능력 향상에 초점을 두어 인간 협업형 로봇을 개발하고자 했으며, 조립작업에서 부품의 정확한 정력 등 작업자의 보조를 하거나, 드릴링, 스프레잉 등 다양한 목공 작업을 보조하는 작업 보조 로봇 등이 개발됐다.


미국
지난 2011년 6월 미국은 국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AMP, 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을 발표했다.
AMP의 일환인 차세대 로봇 개발은 하이테크 제조업계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며, 인간과 상호작용해 작업자의 능력을 증대 및 강화시키는 로봇, 제조현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로봇, 위험한 환경에서의 우주비행사 임무 수행 보조 로봇, 신약개발을 도와주는 로봇 등을 개발 중에 있다.
미국은 국가 로봇공학 계획(NRI, National Robotics Initiative)의 설립을 통해 공장 노동자 보조자,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자, 군인, 외과의사, 우주 작업자 등 인간과 긴밀하게 일하는 차세대 로봇의 연구 개발에 집중 투자를 하는 상황이다.
NRI의 목표는 미국에서 사람과 함께, 또는 사람과 협조하는 로봇(Co-robot)의 연구개발을 촉진, 인간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차세대 로봇을 개발하여 미국 내에서 로봇활용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Co-Robot은 사람과 거리를 둔 기존 제조용 로봇과 달리 근접한 거리에서 협업해 사람의 역량을 증대시키는 것이 핵심으로, 추진사업에는 Co-Robot 시제품에 대한 대규모 테스트베드 실증을 통한 시스템 통합, 기능 향상 등의 지원이 포함된다.
인간-로봇 협업기술은 이 프로젝트에서 지향하는 일부로, Partner Robot, Cooperation Robot 등의 형태로 나타나며, 미국이 보유한 국방로봇 기술을 첨단 제조로봇, 다양한 서비스 로봇분야에 적용할 예정이다.


일본
일본은 지난 2001년, 경제산업성의 주도 하에 ‘21세기로봇챌린지’ 계획을 수립하며 기존 제조업용 로봇에 이어 지능형 로봇, 인간 협업형 로봇 개발에 중심적으로 투자해왔다.
특히 강력한 기반기술과 요소기술을 토대로 향후 로봇산업의 신규 시장진출에서 시장을 선점할 계획을 수립한 상태이다.
일본의 로봇산업은 경제산업성이 전반을 관장하고 있으며, 각 부처별로 응용분야와 특성에 맞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공통기반, 요소부품, 실용화 개발을 총괄하는 차세대 로봇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 로봇산업 육성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제조용 로봇 육성으로 시작해 2025년까지 지능형 로봇을 비롯한 인간 협업형 로봇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을 지원할 예정으로 시장과 비즈니스, 기술개발 분야의 로봇기술 전략 로드맵을 수립했다.
한편 일본 총무성에서는 네트워크 로봇, 소방청은 소방방재 로봇, 국토교통성에서는 토목작업 및 건설로봇 등의 부처별 응용개발 지원정책을 시행 중에 있는 상황이다.


인간-로봇 협업에 집중하는 로봇메이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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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B의 인간친화형 양팔로봇 YuMi는 ‘You and Me’에서 파생된 이름으로, 협소한 공간에서 인간과 함께 작업을 할 수있을 만큼 안전하게 설계됐으며, 유연하고 부드러운 공정이 필요한 생산라인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 로봇 팔에는 부드러운 패딩이 덧대어 있고, 혁신적인 압력센서기술로 안전성이 강화되어 기존에 적용해온 접근금지 펜스 없이도 어느 공정 라인에서나 자유롭게 설치가 가능하다. 또한 안전규정을 만족시키며, 로봇 자체에 안전기술이 내재되어 있어 추가적인 안전케이스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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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낙은 동경대와 공동으로 케이블 조립 작업을 하는 로봇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모든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동 로봇 위에 6축 로봇 양팔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립에 필요한 수많은 부품들이 적재된 선반에서 필요한 부품을 선택해 작업자에게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미숙련 작업자에게 수시로 바뀌는 작업순서와 위치를 LCD와 레이저 포인터로 가르쳐 줄 수 있으며 작업자 안전을 위한 카메라와 레이저 레인지 파인더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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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KA는 신 시장 창출을 위해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경량화된 로봇을 통해 인간과의 상호작용 및 협업이 가능한 로봇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DLR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2006년에 처음으로 상용수준의 제품 LWR3을 KUKA에서 시연한 바 있으며, LBR iiwa 7 R800, LBR iiwa 14 R820 등은 로봇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간-로봇 협업의 안전을 위한 ‘DynPick’


(주)NT리서치가 공급하는 6축 힘 센서 DynPick은 중앙축에 가해주는 힘과 회전력을 정밀하게 측정해 외부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송하는 센서이다. 주로 로봇 암의 끝에 부착되며, 로봇이 환경(작업물)과 접촉하며 발생되는 힘과 모멘트를 고속으로 측정해 로봇의 동작제어(위치제어, 토크제어)에 반영, 접촉력이나 작업력에 대한 포스 컨트롤을 정밀하게 한다.


또한 로봇의 끝에 핸들을 부착해 물리적으로 밀거나 당겨 로봇에게 직접 동작을 알려주고, 저장하는 직접교시가 가능하며, 인간과 로봇이 협업할 때 상호력을 측정해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협업 제어를 할 수 있다.
DynPick은 일본의 힘 센서 전문기업 Wacoh Tech가 개발한 6축 힘 센서로, 발매 5년 만에 일본 힘 센서 시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통상적인 힘 센서는 센서 내부 구조의 표면에 응력을 측정하는 스트레인 게이지를 다수 부착해 센서 외부에서 힘과 모멘트를 받으면 기계적 변형을 발생시키고, 이를 전기저항 변화로 변환해 출력하는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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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nPick은 스트레인 게이지 방식의 힘 센서가 지니는 복잡한 내부 구조, 많은 양의 배선 등으로 인한 높은 제조원가, 사용 중 영구변형으로 인한 높은 파손 가능성을 개선한 힘 센서로, ▲센서 외부에서 힘과 모멘트가 가해지면 정전용량이 변화하는 원리를 이용해 내부 구조를 단순화시켜 제조 원가를 크게 낮췄고 ▲기계적 스토퍼가 내장되어 과부하 시에도 파손의 우려가 적으며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내정되어 있어 별도의 장치나 보드 없이 전원 공급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디지털 통신 방식의 센서 출력으로 PC인터페이스가 쉽고 ▲2,000만 회 이상의 사용내구성과 IP65 등급의 방수/방진 기준을 만족한다.


DynPick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주)NT리서치 측은 “스트레인 게이지에 비해 직선성, 히스테리시스, 타축감도의 성능은 떨어지지만 제조용 로봇에 활용되기에는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며 “조만간 미니 DynPick, 마이크로 DynPick 등 3축의 초소형 힘 센서도 발매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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