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SEMICON/LED Korea 전시회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전시회이다. 전시가 개최되는 당해에 이미 다음해 전시부스가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만큼 실질적인 비즈니스의 장으로, 혹은 반도체 업계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현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많은 로봇기업들 역시 반도체 시장 공략을 위한 가교로서 본 전시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제조 기술 전시회인 SEMICON Korea 2015와 국내 유일의 LED 제조 기술 전시회인 LED Korea 2015가 동시 개최됐다.
삼성전자, 인텔, CISCO 등에 소속된 세 연사의 기조연설로 막을 연 이번 전시회는 세계 반도체 장비 재료산업을 선도하는 20개국에서 총 522개사가 1,807개 부스로 참가, 36,007sqm 규모로 개최되었으며, 34,921명(SEMI 집계 기준)의 참관객이 전시장을 찾는 등 성황을 이뤘다.
삼성전자의 정은승 부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상생협력을 통한 반도체 기술의 한계 돌파 (Breaking the Limits of Semiconductor Technology through Open Collaboration)’라는 주제로 이미 정점을 찍은 반도체 기술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고, 인텔의 웬한왕(Wen-Hann Wan) 부사장과 CISCO의 마첵 크란츠(Maciej Kranz) 부사장은 사물인터넷(IoT)을 큰 줄기로 삼아 각각 ‘Inventing a Better Future: Intelligence Everywhere’과 ‘Internet of Everything: Turning Vision into Reality’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편 전시회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국내외 반도체 산업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에게 새로운 주요 기술 개발과 비지니스 기회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시화되는 글로벌 로봇메이커들의 참여
그간 트랜스퍼 로봇, 직교좌표로봇, 단축 액추에이터 등이 주류를 이루었던 SEMICON/LED Korea에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웨이퍼 이송로봇 라인업을 보유하지 않은 글로벌 로봇 메이커들이 본 전시회 참가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중·대형 다관절 로봇 메이커들이 소형 다관절 로봇 분야까지 라인업을 확장했었고, 이러한 움직임은 곧 전기·전자 분야의 어플리케이션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중 스토브리코리아의 TP80은 SEMICON/LED Korea에서도 흥미를 가질 만한 모델이다.
부스확보가 쉽지 않은 본 전시의 특성상 큰 규모로 참가하지는 못했으나, 지속적인 전시 참가 및 부스 확장에 대한 의사를 밝히며 TP80이 적용된 색다른 어플리케이션 탄생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켰다.
스토브리코리아는 1892년 설립된 스위스 Pfaffikon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위스 스토브리그룹의 한국 현지법인으로 한국 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스토브리 그룹은 세계 약 24개국에 판매 및 A/S지점, 50개국에 대리점을 두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섬유기계, 커넥터, 로봇의 3분야에 걸쳐 다양한 메카트로닉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스토브리코리아의 TP80은 사실 기존의 자동화 전시회에서 몇 번 선보여졌으나, 반도체 업계에서는 새롭게 느껴질 수 있는 로봇이다.
모든 작업반경을 초고속 사이클 타임을 유지한 채 움직일 수 있고, 반복 정도를 유지하면서도 날렵함과 민첩함을 잃지 않는 TP80은 바닥 또는 벽에 설치될 경우 기존의 갠트리 로봇을 없애 비용 효율성도 높였다. 또한 Z축에 이르는 하네스와 기계 내부의 열린 틈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도록 슬림한 포어암으로 설계된 패스트 피커 TP80은 품질, 내구성 면에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며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활용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 비전세미콘의 유니버설 로봇 어플리케이션 역시 참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로봇업계의 이슈가 되어왔던 유니버설 로봇의 수요자이자, 에이전트로서 동사가 선보인 ‘자유로’ 로봇 시스템은 이미 반도체 후공정 등의 분야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유니버설 로봇과 오토밴의 결합으로 개발된 자유로는 안전펜스가 필요 없는 유니버설 로봇과 자율주행이 가능한 오토밴이 결합됨으로써 6축 다관절 로봇의 작업 반경과 유연성이 더욱 넓어지고, 보다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로봇메이커 KUKA로보틱스 역시 차후 SEMICON/LED Korea 전시에 참가할 의사를 밝혀 향후 본 전시회의 로봇 볼륨은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산업의 꽃 ‘이송로봇’
올해 SEMICON/LED Korea 역시 반도체 산업에 있어 대표적인 로봇, 웨이퍼 이송로봇 전문기업들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무장한 채 각축전을 벌였다.
이미 반도체 로봇 분야의 표준을 제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야스카와전기에서부터 세계적인 진공로봇기업 MECS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다이헨한국, 여기에 국산 기술력으로 당당하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로보스타와 나온테크, 로봇 앤드 디자인 등 유수 기업들이 참가해 경합에 나섰다.
특히 그간 볼스크류, LM가이드 등 로봇 부품 공급에 주력해왔던 삼익THK는 자사의 웨이퍼 이송로봇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설비업체가 있는 곳에 언제나 함께하는 ‘직교좌표로봇’
웨이퍼 이송로봇이 반도체 전공정에서 맹활약한다면, 직교좌표로봇은 후공정에서 빛을 발한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이로보, TPC메카트로닉스, 순환엔지니어링, PMI, 하이윈, 삼익THK 등 직교좌표로봇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각자의 기술력을 뽐냈다.
최근 스마트 액추에이터 브랜드인 싸이로보를 런칭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아이로보는 한국을 넘어 동남아 등 해외 판로 개척에 매진 중이다. 특히 기존에 주력하던 소형 액추에이터 모델에서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한 대형 액추에이터 모델까지 두루 라인업을 갖춘 동사는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제안할 수 있게 됐다.
또한 PMI 리니어가이드 및 볼스크루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AMT 코리아의 KD 시리즈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해야 할 제품이다. 기존에 공급해오던 볼스크루와 LM 일체형 타입 KM 시리즈의 다음 버전인 KD 시리즈는 커플링 없이도 고속 및 저속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커플링이 제거된 설계로 모터 브래킷의 길이를 70% 수준으로 단축시켜 보다 뛰어난 공간활용도를 자랑한다.
샤프트 리니어 갠트리 스테이지, 갠트리 스테이지 플랫폼, 초박형/초정밀 리니어 스테이지, 직교로봇, 리니어모터, 리니어 로봇, 서보시스템 및 유공압 제품 등을 선보인 TPC메카트로닉스의 부스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3D프린터를 활용해 제작된 수직다관절 로봇이었다. 이미 리니어 분야에서 아성을 구축한 동사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인 3D프린터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기술적 성장을 보여준 것이다.
TPC 3D프린터는 FDM방식의 제품 중 국내 최고의 사양과 품질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서 최대 출력사이즈 300×200×200㎜와 적층간격 0.05㎜ 및 포지셔닝 정밀도 1micron의 고정밀 작업이 가능하다. 특히 산업용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메커니즘과 안정성이 인상적이다.
로봇과 함께하는 메이커들 ‘맹활약’
로봇 메이커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본 전시를 더욱 알차게 만들었다.
세라믹/볼 베어링, 세라믹 볼 등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며 소재기술력에 강점을 보여 온 SBB테크는 반도체 생산라인에 적용되는 다수의 베어링과 더불어 자체 개발한 조화감속기 및 이를 적용한 델타로봇 데모 시연, 자체 기술로 제작한 웨이퍼 이송 로봇 등 소재에서부터 로봇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력을 공개했다. 특히 동사는 유일하게 초박형 베어링을 제조하는 기업으로서, 현재 반도체 로봇을 넘어 방위 산업 등 새로운 영역에까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봇의 모션을 지원하는 컨트롤러 분야에서는 서보엠텍이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TRIO 모션 컨트롤러를 국내 시장에 소개하고 있는 동사는 자사의 로봇모션 제어 기술을 더해 직관적이면서도 범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효율성을 제공한다. TRIO 모션 컨트롤러는 각 로봇에 맞는 모드를 설정하고 위치 데이터만 입력하면 동작 해당 동작 알고리즘만으로 모션을 설정할 수 있어, 복잡한 로봇의 구조학이나 역학 등을 알지 못해도 누구나 쉽게 로봇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서보엠텍은 ▲Cartesian Robot ▲Linear Parallel Robot ▲XY Single Belt ▲Wire Positioning ▲Delta Robot ▲Rarallel Arm ▲Articulated Robot ▲SCARA Robot 등 Kinematic 14종을 컨트롤러 내에 탑재한 로봇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델타로봇 데모를 통해 선보여 참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로봇기업이 SEMICON/LED Korea를 집중해야 하는 이유
최근 연관 산업전시의 통합과 더불어 참관객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SEMICON/LED Korea 2015가 기록한 34,000여 명의 참관객의 숫자는 일견 미흡한 듯 보이지만, 국내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집중해야 할 엔드유저의 방문 비중이 높아(삼성 4,147명, SK하이닉스 2,736명) 실질적인 비즈니스 효과는 수치를 뛰어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드유저 방문객의 높은 비중은 곧 많은 반도체 장비제조업체들의 참여로 이어짐을 의미하므로, 로봇기업들이 SEMICON/LED Korea를 주목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금번 전시회에는 로봇기업들이 더욱 완성도 높아진 기술력과 새로운 제품으로 유저들에게 어필했다는 평이다.